"비타민C 왕창 먹으면 코로나 면역"?...유사과학이 유튜브를 떠돌고 있다

[안종주의 안전사회] 서울대 의대 교수 지낸 이왕재 박사의 혹세무민 방송

최근 단체 카톡방에 지인이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 전문가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한 코로나 관련 발언을 요약한 글을 올렸다. 다른 사람한테서 받은 것을 친구들 보라고 올린 것 같았다. 그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실과 다른 내용이 가득 차 대중을 정보전염병(인포데믹)에 감염시킬 위험성이 높은 것이었다.

혹평하면 혹세무민하는 내용이었다. 이를 본 순간 이런 글들이 퍼져 많은 사람들에게 해악을 끼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련 뉴스나 정보를 찾아보니 이미 블로그, 인터넷 카페, 인터넷 뉴스매체 등에서 이 유튜브 방송 내용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었다.

유튜브 매체인 고성국TV는 서울대 의대 이왕재 명예교수(면역학 박사)와 2021년 8월 12일 ‘특별대담’을 했다. 한때 진보진영에 몸 담았던 이력이 있는 고성국은 지금은 보수 성향의 정치평론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 방송은 구독자가 50만 명이 넘어 보수 성향의 사람들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교수가 이 방송에서 한 발언 내용을 간추려 말하면 “코로나19는 감기와 같다.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 가운데 무증상 감염자가 99.4%이고 환자는 1%도 안 된다. 코로나로 죽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백신 맞고 죽는 사람이 더 많다. 백신은 60대 이상 고위험군만 맞으면 된다. 대한민국의 99.4%는 백신 맞을 필요 없다. 고3 접종하지 마라. 거리두기 제한은 당장 해제해야 한다. 비타민C로 면역력을 유지하면 (코로나는) 다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타민 C ‘왕창’ 먹으면 만병통치약(?), 유사과학 신봉론자

이왕재라는 이름과 비타민 C로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란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비타민 C를 ‘왕창’ 먹으면 암을 비롯해 많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비타민 C 전도사로 유명했던 분이다. 아주 오랜 예전에 공영방송의 아침프로그램에 나와 이런 이야기를 해 그날 서울시내 비타민제제가 동나게 만들었다는 일화를 지닌 그 서울대 교수였다. 이 때문에 내가 아는 몇몇 동료 서울대 의대 교수를 비롯해 대다수 정통 과학자들은 그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다.

그 대표적인 학자가 국립암센터의 명승권 박사다. 그는 이왕재 교수의 비타민C 암 특효, 만병통치 주장을 가장 강하게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근거중심의학을 강조하고 국내 메타분석 연구 전문가인 명 박사에 따르면 비타민이나 항산화 보충제가 실은 효과가 별로 없고 과다 복용할 경우 외려 해롭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들은 이 사실을 모른 채, 비타민을 너무 많이 먹고 있는 것을 그는 안타까워한다. 우리 의학계는 동료가 사실과 다른 말이나 주장을 하더라도 이를 공개적으로는 잘 비판하지 않는 풍토가 강하다.

고용량 비타민 C를 장기복용 하면 암도 낫고 각종 면역을 활성화해 각종 질병을 예방·치료한다는 주장이나 학설은 과학계에서는 유사(사이비)과학 내지 가짜정보로 취급한다. 이 교수의 이런 주장은 단백질 구조 발견으로 1954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적이 있으며 76세와 92세 때 각각 <비타민 C와 감기>(1977년) <암과 비타민 C>(1993년)라는 책까지 낸 적이 있는 라이너스 폴링이라는 미국 화학자가 말년에 주창한 고용량 비타민 C (메가도스비타민C) 요법에 기초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는 정통과학자로 있다가 말년에 유사과학에 빠진 폴링의 학설을 ‘수입’해 국내 전파상 노릇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교수가 유튜브 방송에서 한 코로나19 관련 발언에 대한 분석·비판에 앞서 다소 길게 비타민 C 관련 이야기를 한 것은 그에게 이미 허위 정보 내지는 정보전염병 ‘전과’, 그것도 많은 국민에게 해악을 끼친 적이 있으며 그때도 공영방송 KBS가 결정적인 판을 깔아준 ‘죄가’가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였다. 이 때문에 그가 한 발언은 그대로 믿기보다는 정밀하고 과학적으로 톺아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는 감기”, 메르스 유행 때 ‘중동감기’ 발언한 박근혜 떠올라

그가 방송에서 한 발언을 하나씩 점검해보자. 먼저 ‘지금의 코로나19는 감기와 비슷한 수준의 세력이 되었다. 감기로 토착화되었다.’는 식의 말은 2015년 우리나라에서 메르스가 유행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을 “낙타감기‘ ’중동감기‘라고 한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박 대통령은 이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메르스든, 사스든, 코로나19든 병원체는 코로나 계열의 바이러스다. 코로나 바이러스 가운데는 감기를 일으키는 종류도 있다. 이를 근거로 ’감기‘ 운운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주장이다. 코로나 계열이지만 감기 코로나 바이러스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완전히 다른 종류여서 이를 감기 취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코로나19가 몇 년 뒤 또는 수십 년 뒤 감기와 비슷하게 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자신이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실토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감기를 겁낼 필요가 없는 것처럼 코로나도 겁낼 필요가 없다. 요즘은 하루에 코로나19로 죽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하루에 백신 때문에 죽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주장은 100% 가짜뉴스다. 악의적인 허위정보다.

코로나19로 죽은 사람은 세계적으로 엄청나다. 8월 15일 현재 2억 명이 넘는 사람이 감염돼 436만 명이 넘는 사람이 숨졌다. 치명률은 2.1%다. 국내에서는 22만4천 명 가량이 확진돼 2,156명이 목숨을 잃었다. 치명률 0.96%다. 지금까지 국내 코로나 유행 상황을 살펴보면 무증상감염자가 30%가량이고 경증환자가 40~50%, 중등도 환자가 10~20%, 위중증 환자가 2~5%, 사망이 1% 가량이다. 물론 이는 나라별, 시기별로 많은 차이가 난다. 페루의 경우 감염자 중 사망자 비율이 10%에 가깝다.

“백신접종으로 하루 10명씩 죽는다, 백신 맞지 마라”는 주장은 궤변이자 선동

하루에 백신 접종으로 (우리나라에서) 10명씩 죽어나간다는 이 교수의 주장은 궤변이자 선동이다. 8월 10일 현재 1차 접종 2137만 명,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이 460만 가량이다. 이 가운데 정부가 부검 등 정밀 역학조사를 벌인 끝에 백신 접종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인과관계를 인정한 사례는 단 두 건이다. 접종 1천 만 건에 1건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희귀한 것이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코로나 백신 접종 때문에 숨진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의사 출신인 그가 이를 모를 리 없을 터인데 궤변을 늘어놓은 것을 보면 의학적인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 그는 접종 후 이런 저런 이유로 숨진 사례를 모두 접종 때문에 죽은 것으로 말하고 있다. 전문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미국을 비롯해 백신 거부자 또는 거부를 선동하는 사람 가운데는 기독교 근본주의자와 극우보수주의자들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극단적 기독교인과 목사들이 이런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 교수도 기독교 장로여서 혹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이란 배경이 정보전염병 확산에 영향 끼쳐

어떤 사람의 말이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 정도는 말하는 사람의 전문성과 신뢰도에 달려 있다. 이 두 가지 특성이 높다면 설혹 그가 하는 말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정보전염병 또는 가짜뉴스의 경우도 이를 퍼트리는 사람이 전문성이 있느냐와 직업이 무엇이냐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여러 조사연구 결과 드러났다.

그 내용이 허위정보나 정보전염병에 속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말하는 사람이 영향력이 큰 인플루언서일 경우 확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왕재 교수는 서울대 의대 교수로 오랜 동안 재직했기 때문에 그가 하는 말이 사실과 다를지라도 이를 판단하기 어려운 대중은 곧이곧대로 들을 위험성이 크다. 이는 과거 그가 방송에서 비타민C를 만병통치약처럼 이야기했을 때 시민들이 이를 회의주의적인 시각에서 톺아보지 않고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 앞 다퉈 약국을 찾아 비타민C를 구입한 사실이 방증하고 있다.

또 적당한 사실과 허위정보를 버무려 말할 경우 대중은 일부가 사실이기 때문에 나머지 허위정보도 진실로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이 교수가 유튜브 방송에서 한 발언을 찬찬히 살펴보니 맞는 내용도 상당 부분 있었다. 거짓과 진실이 마구 뒤섞여 있는 것이 외려 더 위험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엉터리 전문가와 동시에 싸워야 하는 이중고

가짜뉴스나 허위정보, 정보전염병에 취약한 집단이 있다. 잘 배우지 못한 사람, 특정 정치 성향이 강한 사람, 즉 진보적 성향보다 보수 성향의 사람이 2배가량 더 취약하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 교수가 보수 성향이 매우 강한 유튜브 방송에서 상당 내용이 정보전염병에 해당하는 코로나19 관련 이야기를 했다면 이를 본 사람 가운데 대다수는 보수 정치색을 띤 사람들이었을 터이고 이들 중 상당수는 이를 그대로 믿고 그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퍼 날랐을 것이다.

백신은 고령층에게만 필요하고 청장년층에게는 아무 쓸모없다는 그의 선동에 가까운 주장은 가뜩이나 힘든 처지에 놓인 우리 사회 코로나 방역에 훼방꾼 노릇을 할 가능성이 크다. 50대와 60대 이상과 달리 최근 20~40대를 대상으로 백신 예약을 받고 있지만 예약률이 50대 이상에 견주어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전문가라면 당연히 코로나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백신 접종을 독려해야 한다. 대표적 보수언론인 <조선일보>도 ‘백신 맞읍시다.’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 않은가. 한데 이 교수는 그 반대 언행을 하고 있으니 그는 전문가라는 상표를 단 외투를 입고 실제 몸은 선동가 내지 이념에 찌든 가짜 전문가라고 혹평해도 별로 이상할 게 없지 않을까싶다.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엉터리 전문가들, 그리고 이들을 내세운 매체들과도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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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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