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갑질 사망' 두고 학생처장 "피해자 코스프레 역겹다"

자신의 SNS에 "일방적 여론 형성되고 있다"...현재는 삭제

숨진 채 발견된 서울대 청소노동자를 두고 '시험 갑질'을 당하다 사망했다고 주장한 노조를 향해 소속 학생처장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그만하라"는 취지의 글을 SNS에 올렸다 삭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서울대 학생처장인 구민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떤 분들께는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지금 일방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어 최소한의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면서 "한 분의 안타까운 죽음을 놓고 산 사람들이 너도나도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게 역겹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시험 갑질' 등 관리자가 갑질을 해서 죽음에 이르게 됐다는 주장을 두고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구 교수는 "고인은 생전 문제의 '업무 필기 시험'에서도 1등을 했고, '드레스코드' 조치에 대해서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며 "시험은 2차례 이루어졌는데 일부 어려워하는 분들이 있어 더 이상 시행하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근로자들에게 모욕감을 주기 위한 갑질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구 교수는 청소와 관련 없는 시험, 즉 건물 이름을 한자와 영어로 쓰도록 하는 시험을 보도록 강요했다는 주장을 두고는 “관악사를 처음 찾은 외국인들이 메모 또는 핸드폰 메시지로 묻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 정확한 응대를 하지 못해 당혹감이나 창피를 느꼈다는 사례가 많았다”며 "관리팀장은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관악사의 영어, 한자 명칭을 알 수 있도록 직무교육에 포함시켰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 교수는 "눈에 뭐가 씌면 세상이 다 자기가 바라보고 싶은 대로만 보인다지만, 일이 이렇게 흘러가는 걸 보면 자괴감이 든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언론과 정치권과 노조 눈치만 봐야한다는 사실에 서울대 구성원으로서 모욕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였던 이 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이 씨의 유족과 동료들은 지난달 1일 관리자 A씨가 부임한 뒤 이 씨를 비롯한 청소노동자들이 서울대 기숙사 측의 갑질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유족과 동료에 따르면, A씨는 청소노동자들에게 '기숙사 개관 연도', '조직의 정확한 명칭' 등을 묻는 시험을 보게 하고 점수를 공개했을 뿐만 아니라 회의에 '단정한 복장'이 아닌 작업복을 입고 참석했다는 이유로 '평가 점수를 깎겠다'고 하기도 했다. 청소노동자들이 제초작업이 힘들다고 호소하자 '평일 근무시간을 줄여 임금을 깎고 그 돈으로 제초작업을 외주 주겠다'고 한 일도 있었다.

이밖에도 이 씨 동료들은 지난달 21일부터 서울대 기숙사 측이 행정실장, 부장, 팀장 등 3, 4명의 팀을 구성하고 청소 상태 검열을 시작해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았다고 밝혔다.

언론에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되자, 서울대학교 민주화교수협의회는 8일 성명을 내고 학교에 공동진상조사단 구성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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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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