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제, 결국 관건은 남북 및 북미관계

[북한경제 '전환기' 읽기] 군수산업의 민수경제 발전 견인 (4.끝)

군사비 축소와 군사비전용효과

아홉째, 군사비 축소와 민수경제 투입과 관련된 것이다. 현 시점에서 이것은 현실이 아니고 향후의 가능성의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 북한 군사비는 오랫동안 예산지출의 12~15%를 유지해왔고 2020년과 2021년에는 15.9%로 다소 높아졌다.

미국의 군사력평가기관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의 2021년 1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국방비 지출규모는 35억 달러(세계 59위), 남한은 480억 달러(8위)였고 미국은 7405억 달러(1위), 중국은 1782억 달러(2위)였다. 군사력 평가에서 북한은 평가지수 0.4684로 28위, 남한은 평가지수 0.1621로 6위였다. 평가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군사력 수준이 높다는 뜻이다(<세계일보>, 2021.1.17).

북한의 국방비 지출규모는 남한의 7.3% 밖에 되지 않는다. 1인당 GDP(국내총생산)를 기준으로 하면 북한은 남한의 5.8% 정도다(남한 약 3만 1000달러, 북한 1800달러 추정). 북한의 군사비는 GDP에 대비해 과다하다.

더욱이 북한의 군사비가 국가예산지출의 25~30%에 육박한다는 관측이 있음을 감안하면 실제 군사비가 국가경제능력에 비해 과다한 것만은 틀림이 없다. 정규군 128만 명의 유지는 국가경제발전에 제약을 초래하고 있다. 군사비를 축소하고 이를 민수경제에 투입한다면 경제성장과 인민생활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북한 정부가 이를 몰라서 이행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북한 정부는 미국과의 전쟁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국가안보가 최우선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안보 투자의 증대는 민수경제의 감소를 가져오고 기회비용을 증가시킨다. 정부의 예산지출에서 군수와 민수는 경합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군수 투자가 높으면 민수 투자는 위축되는 상호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를 초래한다. 다만 북한처럼 안보위기가 지속되는 경우 안보는 최우선적인 공공재(公共財)가 된다. 안보 불안이 지속되는 한 경제성장과 확대재생산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GDP 규모에 맞지 않는 국방과잉부담은 '정책적 합리성'과 괴리가 있다. 한미합동군사연습이 진행될 때마다 대응 군사연습에 상당한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북한의 경제당국자들은 군사비전용효과(military expenditure alienation effect)를 선호할 것이다.

이와 관련된 효과를 거두려면 김정은 최고사령관과 당중앙군사위원회, 인민군 총정치국의 군 장악력이 높아야 할 것이다. 김정은 집권기에 군 고위층에 대한 인사가 유독 잦았던 것은 군 장악력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무기수출효과

열 번째, 북한이 합법적인 무기수출을 재개하고 그 수입을 군수산업에 재투입하거나 민수경제에 투입하는 경우다.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후 유엔안보리 결의 제1718호에 의해 대북제재가 개시된 이래 합법적인 무기수출은 불가능해졌다. 그래도 북한의 무기수출은 비밀리에 계속되었다.

이란, 시리아 등의 중동국가들은 '화성-6호'를 비롯한 스커드계열의 미사일, 대전차미사일과 미사일부품, 통신장비와 GPS교란기, 전자전 장비, 어뢰와 잠수정, 탱크, 대전차로켓 RPG, 폭탄과 각종 무기 등 북한 무기를 구입하는 단골이었다.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2017년 무기수출액은 2억 달러에 달했다는 추정이 있다(배민권, "북한의 무기수출과 UN대북제재",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19년, 50쪽). 남한의 2017년 무기수출 계약액은 31.9억 달러였다.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한 북한의 무기수출은 어려운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영변 핵시설 및 기타 핵시설의 단계적 폐기와 대북제재의 단계적 완화에 대한 북미 간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북한은 합법적인 무기수출를 재개할 것이다. 북한은 전략‧전술 핵무기를 제외한 단거리‧중거리미사일과 재래식 무기의 수출에 나설 수 있다. 2006년 이전에는 공개적으로, 그 뒤에는 비공개로 무기수출을 해온 경험이 있으니만큼 무기수출은 언제든 가능하다.

북한의 무기 생산능력이 과거에 비할 바 없이 높아졌기 때문에 무기 수출산업은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 북한 정부는 전략‧전술 핵무기와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수출하는 무리수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출의 전망이 낮으면서 군사력 확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부문은 민수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것이다.

북한이 지난날 무기수출에 의한 수입을 군수산업에 재투자하거나 통치자금(현지지도 단위 등에 대한 지원자금 포함)으로 사용한 것으로 관측됐었다. 현지지도 단위(생산현장)에 대한 지원은 사실상 민수경제를 지원한 것이다.

앞으로 무기수출의 수입을 첨단 전략무기의 개발‧생산에 투자하거나 민수경제 지원 자금으로 돌릴 가능성이 있다. 민수경제 지원에 대한 군부의 저항(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 경향)을 줄이려면 군 장악력을 강화해야 한다.

무기수출의 수입으로 경제성장에 '유익'을 취하는 것은 '죽음의 상인'이라는 도덕적 문제를 안고 있다. 세계의 모든 군수업체들이 이 길에 나서는데 북한이 '어장(漁場)'을 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기수출의 수입을 민수경제에 투자하는 것은 무기수출효과(weapons export effect)라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열 가지 효과를 살펴보았다. 첫째~넷째와 아홉째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다섯째~여덟째, 열 번째는 겉으로 드러날 것이다. 단기간에 가능한 것도 있고 효과를 거두기까지 장시간이 소요되는 것도 있다. 둘째와 셋째는 유효수요를 창출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이 가운데 군사 환경이 변하지 않으면 가정(假定)에 계속 머물 수 있는 사안도 있다. 군수산업의 민수산업 견인에 관한 연구는 북한에서도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관찰자의 입장이지만 그 파장을 읽을 준비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

군수산업의 경제적 역할을 위한 전제조건

국내의 한 연구는 북한의 군수산업이 경제적 역할을 확대하려면 정책 사이드에서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첫째, 북한 정부의 정책적 일관성이다. 민수전환을 본격화하려면 대상의 수정‧전환 방식과 단계별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정책 수립 이전에 군수산업의 인적‧물적 역량에 대한 면밀한 검토의 선행이다. 셋째, 민수전환과 관련한 각종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최은주, "김정은시대 경제발전전략과 군수산업의 역할", <세종정책연구>, 2020-03(세종연구소, 2020.10), 33-35쪽).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 지적에 기초하여 정책 사이드와 함께 민수경제에의 파급효과 등에 관한 논의로 더 확장하면 좋을 것 같다.

북한 정부가 경제 '전환기'에 이러한 '전환'에 나선다면, 또한 작은 성공을 쌓아간다면 경제성장과 인민생활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는 북한군사 전문가도, 군수산업 전문가도 아니다. 이 주제의 집필에 어려움이 있었다.

관련 정보가 부족한 가운데 관찰 가능한 것을 중심으로 서술하다보니 부족한 점이 느껴진다. 국내외 북한군사 전문가들이나 군수산업 전문가들이 이 주제의 연구를 심화시키면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관련된 여러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군수산업 지휘부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이 글을 매듭짓기 전에 북한의 군수산업 지휘부와 관련해 세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 군수산업의 총괄 책임자인 리병철(1948년생)은 당중앙위원회 군수담당 비서 겸 군수공업부장, 당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국무위원회 위원이라는 직위‧직책을 갖고 있다.

군수담당 비서가 당중앙군사위원회의 부위원장을 맡음으로써 김정은 당 총비서 겸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을 보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는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와 작전계통 출신이 아니다. 보병 중심의 군사체계에서 전략군‧군사작전군 체계로 전환한 데 따라 공군 출신의 군수공업의 책임자가 김 위원장을 보좌하게 된 것이다. 리병철의 지난 13년간의 경력을 보면 김정은 집권기에 군수공업부로 옮겨와 승승장구한 것을 알 수 있다(통일부의 <북한 주요 인물정보 2020>, <연합뉴스> 북한 인물정보).

- 2008년 4월 공군사령관(상장)

- 2010년 9월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 당중앙위원회 위원

- 2014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군수공업부 추정)

- 2016년 5월(제7차 당대회) 당중앙위원회 위원, 당정치국 후보위원

- 2017년 10월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

- 2019년 12월(제7기 제5차 전원회의) 당정치국 위원,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현 비서) 겸 군수공업부장

- 2020년 4월 국무위원회 위원

- 2020년 5월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 2020년 8월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 2020년 8월 조선인민군 원수

- 2021년 1월(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1차 전원회의)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비서국 비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둘째, 제7차 당대회 이래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경제담당) 겸 경제부장을 맡았던 오수용이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제2경제위원장'에 임명됐다가 2월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다시 당중앙위원회 경제담당비서 겸 경제부장에 임명된 사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그의 경력은 연재의 앞부분에서 다루었다).

현재 제2경제위원장을 오수용이 겸직하는지, 다른 인물이 그 직책을 맡고 있는지, 공석으로 두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프로필 상으로 군수산업의 경력이 없는 그를 제2경제위원장에 임명했다는 것에서 군수산업과 민수경제 간의 협력 강화의 정치기획이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군수산업 간부 출신을 제2경제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해서는 군수산업의 구조조정이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오수용이 현재 제2경제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면, 이것은 내각과 제2경제위원회의 경계를 넘나드는 일이 가능해졌음을 뜻한다.

리병철처럼 군수산업 출신이 민수경제를 총괄하기는 불가능에 가깝고, 오수용처럼 민수산업 출신이 군수산업을 총괄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현 단계에서 군수산업과 민수경제 사이의 칸막이를 낮추는 작업에 들어갔을 가능성은 있다. 군수‧민수의 지도층 인사들의 넘나들이가 쉬워지고 군사 환경이 변화하는데 따라서는 이원적 구조가 점차 일원적 구조에 가까운 형태로 변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첨단 전략무기 생산체계'는 완전한 독자성을 계속 유지할 것이다.

셋째, 제8차 당대회 때부터(엄밀히 말해 2020년부터) '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에 대한 전쟁 수행은 군수산업과 민수경제 간의 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다. 이것 역시 칸막이 낮추기를 목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칸막이 낮추기의 관점에서 보면 '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에 대한 전쟁은 오수용의 제2경제위원장 임명과 궤를 같이한다.

군수 계통의 생산단위들 가운데 일부를 내각 직속 혹은 성‧중앙기관들의 관리 아래로 이전시키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앞서 그에 대한 저항을 사전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단위특수화와 본위주의'에 대한 전쟁은 다목적용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군수산업이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나설지, 그것이 민수경제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지, 그 진행이 과연 가속화될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이르다. 김정은 집권기의 움직임 가운데 군수산업-민수산업을 다루는 방식에서 이전 시대와 다른 면모가 있음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

이는 핵무력 건설과 핵억지력 확보, 다양한 전략무기 개발에 의한 '전략적 자신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발전에 '올인'하려는 북한의 의향은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은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개선의 전개양상과 속도에 의해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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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구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학교 중소(中蘇)연구소 연구원, 중앙일보 북한문제 전문기자,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 사단법인 현대사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저서로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남북을 오고간 사람들 : 남의 조직사건과 북의 대남사업>, <박병엽 증언록 1- 조선민주주의인미공화국의 탄생>(공저), <박병엽 증언록2-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김정일과 수령제 사회주의>(스즈키 마사유키 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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