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선군' 체제...북한군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을까?

[북한경제 '전환기' 읽기] 군수산업의 민수경제 발전 견인 (3)

후방공급 체계와 낙수효과

셋째, 북한 군대의 후방공급 체계와 관련된 것이다. 후방공급 체계는 군에서 사용하는 병기 이외의 모든 군수품을 공급한다. 첨단 전략무기 생산체계와 재래식 병기 생산체계는 제2경제위원회 산하의 국방공업에 해당된다.

군대의 생활필수품 생산은 1980~90년대에 제2경제위원회 생필생산지도총국에서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지금은 생필품의 생산과 공급은 국방성 후방총국이 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무위원회 산하의 국방성에는 후방총국 외에도 군사건설국, 군사동원국, 기술총국, 대외사업국 등이 있다. 현재 후방총국장은 국방성 제1부상 서홍찬(대장)이 맡고 있다. 그는 2013년부터 이 직책(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겸 후방총국장)을 맡아왔으며 그 직전까지 전략로케트군사령부 정치위원이었다.

후방공급 체계에 어떤 공장들이 있는지를 2013년 이후 서홍찬의 활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에 서홍찬 총국장이 동행하거나 현지에서 영접했다. 통일부의 <북한 주요 인물정보 2020>에서 확인된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3년에 룡문술공장, 제534군부대 관하 종합식료가공공장, 제639군부대 관하 동해후방기지, 인민군 제354호식료공장, 인민군 수산부문열성자회의 등, 2014년에 인민군 11월2일공장, 인민군 1월8일수산사업소, 정성제약종합공장, 인민군 2월20일공장, 제567군부대 관하 종합식료가공공장, 제567군부대 관하 18호수산사업소 등이 확인된다(중복 제외).

2015년에 5월27일수산사업소 건설장, 인민군 어구종합공장, 금산포젓갈가공공장과 금산포수산사업소 건설장, 평양대경김가공공장, 제810군부대 산하 1116호농장, 제549군부대 관하 15호수산사업소, 삼천메기공장 등, 2016년에 인민군 어구종합공장, 고산과수종합농장, 대동강주사기공장, 룡악산비누공장, 인민군 1월8일수산사업소, 8월25일수산사업소 등, 2017년에 항공 및 반항공군 4월22일태천돼지공장, 치과위생용품공장, 과일군 등이 확인된다.

2018년에 인민군 제525호공장, 동해지구 군부대 관하 5월27일수산사업소, 8월25일수산사업소, 1월8일수산사업소 등, 2019년에 8월25일수산사업소, 통천물고기가공사업소 등이 확인된다.

나열이 조금 길었지만 후방총국이 관리하는 곳을 아는데 도움이 된다. 식료품, 술, 수산물, 축산물, 과일, 비누, 치과위생용품, 의약품과 의료장비, 어구(漁具) 등으로 추릴 수 있다. 공장 이름에 일자‧호수(號數)를 붙인 것은 군수품 생산 공장의 위치를 은닉하기 위해서다.

수산물의 경우 육아원‧양로원 등을 비롯해 민간에 공급하는 일이 빈번히 보도됐다. 후방공급 체계에 포함된 식료품, 생활용품 등은 계획 초과생산 시 민간에 공급할 수 있다. 이것은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라고 할 만하다.

농업부문에서의 낙수효과의 예를 보자. 김정은 위원장은 2015년 5월 말 조선인민군 제810군부대 산하 제1116호 농장의 현지지도에서 "인민군대가 농업전선에서도 선구자적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실증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12월 하순 조선인민군 6월8일 농장에 새로 건설한 남새온실의 현지지도에서 "온실을 잘 건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온실농사를 잘하여 군인들이 그 덕을 톡톡히 보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인민군대의 후방사업과 관련하여, 당 정책 해설, 당 정책 실현을 위한 과업과 방도, 선진과학기술과 우수한 경험 등을 담은 <월간잡지>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다. 후방공급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할수록 북한 인민들의 낙수효과 기대는 커질 것이다.

그는 2013년 6월 5일 조선인민군 제267군부대에서 새로 건설한 보성버섯공장을 방문해 "공업적인 방법으로 버섯을 대대적으로 생산하는 기지들을 도처에 일떠세워 군인들과 인민들의 식생활에 이바지하게 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해 7월 16일에는 조선인민군 제534부대 산하의 제1116호 농장에 건설한 버섯공장의 현지지도에서 "이곳을 시범으로 하여 군대와 사회에 버섯공장들을 대대적으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지시했다. 군대에서 운영하는 버섯공장의 민간 확산을 명백히 밝히고 있다.

낙수효과는 수산업에서 뚜렷하다. 김 위원장은 2014년 정초 조선인민군 제534군부대에서 건설한 수산물 냉동창고를 둘러보고 "전국의 육아원, 초등‧중등학원, 양로원 등에 물고기를 공급해주는 일을 군대가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2018년 11월 말 1월8일수산사업소를 방문해 전국의 육아원‧애육원‧초등중등학원‧양로원에 1년 365일 신선한 물고기를 400g 공급할 것을 지시했다.

김 위원장은 2014년 12월 27일 수산부문에 대한 당‧국가 표창수여식에서 "인민군대 수산부문에서 잡은 물고기들이 조국보위 초소는 물론 주요 공장, 기업소들과 육아원, 애육원, 양로원, 화력발전소와 탄광들에도 공급되었는데 군인들과 인민들이 물고기를 받고 좋아하는 보고를 받을 때면 기쁘다"고 말했다. 수산물 공급대상을 육아원‧양로원 등에서 주요 공장‧기업소와 탄광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생활필수품의 낙수효과도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2015년 9월 "갖가지 질 좋은 생활필수품들을 더 많이 생산하여 인민들에게 보내주기 위하여 군수공업부문 생활필수품품평회를 의의 있게 조직하도록 조치"를 취했다. 그의 직접 제안으로 열린 품평회에는 군수공업부문의 여러 공장‧기업소들이 생산한 1천 800여종의 군수생활필수품이 전시됐다(<조선중앙통신>, 2015.9.22; <연합뉴스> 같은 일자).

군수공업부문에서 생산되는 생활필수품은 미래과학자거리의 창광상점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품평회는 격년으로 진행되고 있다(<조선신보>, 2015.12.2.). 2019년 품평회에서는 각종 전기용품, 가정용품, 전자제품, 가구류, 피복류, 수지제품, 장난감 등 2,000여 종이 전시 판매됐다. 품평회는 올 가을에도 열릴 것이다.

제대군인들의 산업현장 배치와 재배치효과

넷째, 제대군인의 산업현장 배치를 생각해볼 수 있다. 제대군인은 군사복무기간을 꽉 채운 일반제대와 군 병력감축에 의한 조기제대로 나눠볼 수 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지난 2월 16일 국회 정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군 복무기간이 단축된 사실을 보고했다. 남성은 현행 9~10년에서 7~8년으로, 여성은 6~7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군에서 제대한 인력을 경제현장에 투입해 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이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연합뉴스>, 2021.2.16).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사실상의 병력감축이 이뤄질 수 있다. 제대군인이 일시에 쏟아져 나올 수 있고 이들은 산업역군으로 복무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공장‧기업소, 탄광‧광산, 생산돌격대‧건설여단, 수산사업소, 협동농장 등에 배치될 것이다.

국방부가 공개한 <2020 국방백서>에 따르면, 2020년 12월 현재 북한 군 병력은 육해공군과 전략군을 합하여 128만 명이다. 육군 110여만 명, 해군 6만여 명, 공군 11만여 명, 전략군 1만여 명 등이다. 각 군 예하의 특수전 부대(북한에서는 '특수작전군' 지칭, 별도 군종으로 관리)는 총 20만여 명이라 한다.

군 전력의 차원에서 보면 특수작전군과 해군‧공군‧전략군에서 병력감축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 육군 중에 특수작전군이 아닌 병력이 90여만 명이 넘을 것이며 이 부분에서 병력감축이 이뤄질 것이다.

군사복무기간의 단축이 아니더라도 후방에 배치된 병력을 일률적으로 감축하는 경우도 상정해볼 수 있다. 이 경우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완화의 조짐이 뚜렷할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다. 제대군인의 산업현장 배치는 재배치효과(relocation effect)를 거둘 것이다.

군대의 건설현장 투입과 용도변경효과

다섯째, 인민군 건설여단의 건설현장 투입이다. 이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제시한 선군시대 경제건설노선(국방공업의 우선발전과 경공업‧농업의 동시발전)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국방성 군사건설국 아래의 도로건설군단, 총참모부 공병국 아래의 공병군단 등 전문건설부대가 편성되어 있다.

인민군 건설여단은 전자와 후자를 합친 경우로 볼 수 있다. 본래 목적은 군사도로 건설 등을 수행하는 것이지만 민수경제의 각종 건설현장에 투입된다.

인민군 건설여단은 상당한 숫자를 보유하고 있다. 국방성 아래의 도로건설군단은 128만 명의 정규군(총참모부 관할)에 포함되지 않는 별도의 40여만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설(說)이 있다. 그 숫자를 확인할 길은 없다. 총참모부 아래의 전문건설부대는 정규군에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 집권기에 들어와 수력발전소 댐, 철도 등 국가적 건설현장에는 인민군 건설여단과 속도전청년돌격대가 투입되고 있다. 평양의 대단위 주거단지 건설을 비롯해 건설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인민군 건설여단의 민수경제 건설현장 투입은 용도변경효과(use-alteration effect)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5년 4월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 건설장을 시찰하면서 "백두산선군청년발전소 건설에서도 군민(軍民)협동작전의 위력을 발휘하여야 한다"면서 "인민군대의 역량을 건설장에 파견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2017년 11월 중순 남포직할시 강서구역의 금성뜨락또르공장을 현지지도 하면서 "개건현대화 공사를 통하여 우리나라 윤전기계 공업 발전을 적극 추동하는 또 하나의 혁명을 일으키자"고 하면서 관련 지원 및 인민군대의 건설역량 파견을 약속했다.

김 위워장은 2018년 8월 중순 평안남도 양덕군 온천지구를 현지지도 하면서 "온천지구 개발 사업을 인민군대가 맡아 하여야 한다"고 지시하고 "인민군대가 건설 역량과 자재 보장에 이르기까지 일체 모든 것을 전적으로 맡아 내년도(2019년) 10월 10일까지 온천지구를 최상급으로 전변시켜 국가에 기증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군대 자체의 힘으로 온천지구를 건설한 뒤에 국가에 기증하는 방식을 공개적으로 언명한 것이다.

군 유휴부지의 민간 이전과 부지이전효과

여섯째, 군대가 관리해온 유휴부지의 민간 이전이다. 북한에서는 모든 부동산이 국가소유 또는 사회협동단체 소유다. "생산수단은 국가와 사회협동단체가 소유한다"는 사회주의헌법(제20조)에 근거한 것이다.

헌법에 따르면 국가는 전군(全軍)간부화‧전군(全軍)현대화‧전민(全民)무장화‧전국(全國)요새화를 기본내용으로 하는 자위적 군사노선(4대 군사노선)을 관철한다(제60조). '군대관리부지'는 전국요새화의 헌법상 규제에 의거한 것이다. 이 때문에 군대가 관리하는 유휴부지는 아무도 손대지 못한다. 다만 예외가 있다.

북한의 '최고영도자' 김정은은 조선로동당 총비서이자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이고(당규약 24조),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자 무력총사령관이다(헌법 제100조, 제102조). 이전 헌법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반적 무력의 최고사령관'이라 표현하던 것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무력총사령관'으로 바꾸었다.

조선인민군은 국민의 군대가 아니라 수령의 군대, 당의 군대, 인민의 군대이다(당규약 47조). 조선인민군이 수령‧당‧인민의 군대이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의 지휘를 받는다.

김 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 회의의 시정연설에서 "우리는 강력한 군력에 의해서만 평화가 보장된다는 철리(哲理)를 항상 명심하고 자위(自衛)의 원칙을 확고히 견지하며 나라의 방위력을 계속 튼튼히 다져야 합니다"라고 강조하면서 "공화국정부는 인민군대를 강화하고 전민무장화, 전국요새화를 실현하는데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우선적으로 충분히 보장하며 국방공업의 주체화, 현대화를 완벽하게 실현하여 국가방위력을 끊임없이 향상시켜나갈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전국요새화의 지휘자는 김정은 무력총사령관이다. 따라서 군대가 관리하는 유휴부지의 민간 이전도 김 위원장이 결정한다. 당중앙군사위원회가 당의 군사노선과 정책을 관철하기 위한 대책을 토의 결정하고 국방사업 전반을 당적으로 지도하기 때문에(당규약 29조) 김 위원장은 유휴부지의 처리문제를 당중앙군사위원회에서 토의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북한이 첨단 병기생산 체계에 따라 첨단화‧정예화 군대, 무장장비의 지능화‧정밀화‧무인화 등을 추구하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인가 4대 군사노선의 향방이 달라질 것이다. 전국요새화는 변화를 겪을 것이다. 그 흐름은 일부 군부대 유휴부지가 민수용으로 전환되는 것에서 확인된다. 이것은 부지이전효과(site relocation effect)라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2018년 신년사에서 "올해에 군민(軍民)이 힘을 합쳐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을 최단 기간 내에 완공"하라고 했다. 2019년 신년사에서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새로운 관광지구를 비롯한 우리 시대를 대표할 대상건설들을 최상의 수준에서 완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곳에는 원래 갈마비행장(군 전용, 2400M 활주로 1개)이 있었고 2014~18년에 민항 공항으로 개조되었다. 2019년 7월 31일 갈마지역에서 대구경조정방사포(이동 차량)를 발사한 적이 있지만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가 완성되면 이곳에서 군사적 행동은 없어질 공산이 크다.

김 위원장은 2018년 7월 중순과 8월 중순, 2019년 중순에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남새온실농장(100정보 목표)과 양묘장 건설장을 현지지도 했는데 이곳은 본래 중평리의 비행장구획(차광수비행군관학교 실습비행장)이 있던 자리였다.

이처럼 후방의 대규모 유휴부지는 농업‧임업이나 축산기지로 전용하고, 도‧군 소재지 인근의 소규모 유휴부지는 지방공업공장 부지 또는 주택단지로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12월 3일 중평남새온실농장에 방문했다. ⓒ로동신문

민수 공장 등의 위탁관리효과

일곱째, 군대가 민수 공장‧기업소나 농장 등을 위탁 관리하는 경우다. 이것은 1990년대 중반의 '고난의 행군' 이래 일부 공장‧기업소들이 원자재‧설비‧자금 등의 부족으로 운영되지 못할 때 군대가 이를 인수해 위탁 관리하던 것에서 출발했다. 군대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와 무조건적인 목표 달성이 경영난의 극복에 도움이 됐던 것이다. 군대에 경영관리 전문가들과 기술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공장‧기업소의 관리에 군인들이 투입되면 노동임금도 낮출 수 있다.

위탁 관리의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현지지도 등을 통해 위탁 관리를 지시한 경우가 있다. 김 위원장은 2014년 8월 초 평안남도 천리마군(옛 강서군 강선노동자구)에 있는 천리마타일공장을 방문하여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단히 중시한 이 공장을 인민군대에서 운영하도록 과업을 주었다"면서 "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함으로써 공장의 새 역사를 쓰자"고 말했다.

그는 2016년 7월 하순 평양시 교외의 천리마건재공합공장을 방문해 공장의 능력 확장공사와 생산정형을 요해하고 공장사업에서 새로운 개선을 가져오기 위해 공장 관리운영을 군대에 맡기는 조치를 취했다.

일정한 기간의 위탁 관리를 통해 공장‧기업소를 정상화한 뒤에 민수부문에 돌려주는 경우도 있고 장기간 경영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강원도의 세포축산기지처럼 대규모 방목지 조성 후에 일정한 기간 관리하거나 돼지공장 같은 축산업부문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위탁관리효과(management service effect)라고 할 만하다.

군대의 경제단위는 민간의 경제단위에 비해 형식주의‧패배주의 등의 병폐가 적을 수 있고, 명령에 의한 업무 수행으로 효율과 집행력이 높을 수 있다. 군대 내의 유관 단위들과의 협력 시스템이 사회보다 작동이 잘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입증자료가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적 재난사태에 대한 대응효과

여덟째, 국가적 재난사태 등에 대한 대응체제와 관련된 것이다. 북한은 태풍‧홍수 등의 자연재해에 대한 긴급복구에 군대를 동원한다. 국가적 재난사태에 긴급히 투입할 수 있는 효율적 집단은 군대다.

다른 국가에서도 이런 일은 흔하지만 북한은 인구(2020년 기준 약 2,540만 명)의 5%에 해당하는 군대를 동원한다. 복구 인원뿐 아니라 지휘와 명령 이행, 건설장비 투입 등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다. 군대는 야전훈련에 익숙하기 때문에 어떤 지역이라도 신속히 이동해 캠프를 차려놓고 복구에 응할 수 있다.

북한은 국가적 재난사태를 넘어 '산림복구전투'와 같은 장기 과업에도 군대를 동원한다. 산림복구전투에 참여하는 민간역량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서다. 군대가 대단지 양묘장을 건설하고 운영하여 나무모(묘목)를 민간에 지원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코로나19의 경우와 같은 국가방역체계 하에서는 국경수비의 강화에 군대가 투입된다. 이것은 일종의 국가재난 대응효과(nationwide anti-disaster effect)라 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5년 식수절(3월 2일)을 맞아 2월 26일 '전당, 전군, 전민이 산림복구전투를 힘 있게 벌려 조국의 산들에 푸른 숲이 우거지게 하자'를 발표했다. 그는 "산림복구전투에서 인민군대가 앞장설 것과 전당(全黨), 전군(全軍), 전민(全民)이 총동원되도록 할 것"을 지시했다. 산림복구전투에 대한 공동결정서에 따라 전투지휘부가 조직되었고, 전당‧전군‧전민의 총동원령이 내려진 가운데 인민군대를 선두에 세웠다. 공동결정서가 중앙위원회(당), 국방위원회(국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군대)의 공동명의로 채택된 것을 보면 군대의 역할을 알 수 있다.

그는 2015년 5월 하순 인민군대에서 새로 꾸리던 122호 양묘장를 방문했다. 이 종합양묘장(부지면적 200정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9년 10월 국토환경보호성 산하의 중앙양묘장을 현지지도하면서 "인민군대에도 현대적인 양묘장을 꾸려야 한다"고 교시한 데 따라 건설된 나무모 생산기지다. 김정은 위원장은 122호 양묘장의 현지지도에서 여러 곳에 현대적인 양묘장을 건설해 운영하도록 군대에 지시하는 한편, 122호 양묘장의 사례를 각 도에 적용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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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구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학교 중소(中蘇)연구소 연구원, 중앙일보 북한문제 전문기자,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 사단법인 현대사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저서로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남북을 오고간 사람들 : 남의 조직사건과 북의 대남사업>, <박병엽 증언록 1- 조선민주주의인미공화국의 탄생>(공저), <박병엽 증언록2-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김정일과 수령제 사회주의>(스즈키 마사유키 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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