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가 연세대 총장에게 "세브란스 노조 파괴 진실 밝혀야 하지 않습니까"

[세브란스 노조파괴 연속기고 ②] 5년 걸친 청소 노동자 노조 파괴, 이젠 정말 끝내야

지난 3월 검찰이 세브란스병원과 청소용역업체 관계자들을 부동노동행위 혐의로 기소했다. 노조파괴 피해를 입은 청소노동자들이 병원과 업체를 고소한지 4년 8개월 만이었다. 지난 4월 열린 첫 재판에서는 병원 직원이 부당노동행위 공모 혐의를 인정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청소노동자들은 연세대학교와 세브란스병원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관련자 징계, 피해회복 조치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세브란스병원 로비 등에서 같은 내용의 피켓 선전전을 하고 있다. 학교와 병원은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이 가입한 노동조합인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노동3권이 가장 절실했던 밑바닥 노동자들의 노조를 파괴하는데 불과 한달이 걸렸다"며 "그러나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절차가 시작되는데만 5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고 여전히 피해회복은 멀기만 하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서울지부가 <프레시안>에 5년 전 세브란스병원에서 일어난 노조파괴, 재발과 피해 회복을 막기 위해 필요한 일 등을 주제로 한 다섯 편의 연속기고를 보내왔다.

서승환 총장님. 경제학과 졸업생 박병연입니다. 교수님께 미시경제학을 수강했었지요.

집을 나오며 우편함을 보니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서 벌과금 납부명령서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들이 원하청이 공모한 노조탄압의 피해자가 된 것이 2016년입니다. 2017년 이에 항의하던 노동조합 간부들과 연세대학교 학생, 졸업생들을 고소고발한지 4년만의 일입니다.

4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세브란스병원의 노조 파괴는 원청인 연세의료원과 하청인 주식회사 태가비엠의 공모라는 점이 검찰 조사에서 마침내 사실로 밝혀진 것이겠지요. 심지어 노동조합이 원하청 공모의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라고 주장한 것을 놓고, 세브란스병원 측은 노조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까지 했습니다.

검찰 공소에 따르면 연세의료원의 사무국장이 민주노조의 파괴를 지시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겪어왔던 학교법인 연세대학교는, 일개 병원 사무국장이, 연세대의 의무부총장이며 연세의료원의 원장이었던 윤도흠, 이병석 교수님조차 모르게 이러한 범죄행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무능한 곳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 모두가 단순히 개인의 비위행위라고는 믿기 어려운 노릇입니다. 세브란스병원의 조직적인 노조파괴 행위를 누가 어떻게 결정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연세대 정문에서 진행 중인 세브란스병원 청소노동자 노조 파괴 규탄 1인 시위.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

다시 한 번, 미시경제학으로 돌아가서, 총장님께 미시경제학을 수강하고, 잘 배웠던 덕분에 저는 미시경제학 이론만을 수강하고 졸업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시장에서, 조합원에 대한 미행이건, 하청업체를 통한 노동조합의 파괴건, 직장 내 괴롭힘이건, 비시장적 방법을 통해 가격에 개입하여 단기적 차익을 획득하고자 하는 기업은, 결국 어떻게 되냐고요. 자유시장경제라는 가정 아래에서, 단기 차익은 장기적으로 존재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기업이 시장에 외부요인을 조장하여 차익을 남긴다 해도, 결국은 장기적으로 그 기업이 자기 행동을 추후에라도 조정하지 않으면, 결국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겠습니까? 연세대학교가, 세브란스병원이, 그렇게 되어서는 안되는 것 아닙니까?

연세대학교 학생으로 살아가던 6년의 시간을 돌이켜봅니다. 항상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너희가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고요. 그리고 여기에서 진리는, 진실이라고 번역할 수도 있을 겁니다. 길고 고통스런 과정을 거쳐 이제 우리는 진실을 알았습니다. 당시의 세브란스 병원이, 병원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민주노조를 탄압하고 파괴했다는 것을요. 그러하니, 이제는 그 진실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조탄압과 노조파괴라는 주박에서 자유롭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연세대학교가, 학교법인 연세대학교가 학교의 '교격'에 걸맞는 합리적인 행동을 취하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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