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인민의 과학기술인재화 추진

[북한경제 '전환기' 읽기] 과학기술발전과 경제의 파급효과 (4)

국가과학기술위원회, 2021년 과학기술과제 제시

내각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5개년계획 수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통합인재관리체계'를 갖추는 한편, 전국의 과학기술보급실 망(網)체계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로동신문>은 지난 2월 26일 이 소식을 전하면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실무책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2021년 과학기술과제를 소개했다. 각 분야의 2021년 과학기술과제는 다음과 같다(로동, 2021.2.26. '로동'은 <로동신문>의 줄임말; <NK경제> 같은 일자).

<금속공업> 주체철 생산 공정들에 대한 합리적인 예열(豫熱)기술 도입. 북부지구의 갈탄으로 선철을 생산하는 기술 준비의 마무리.

<화학공업> 탄소하나화학공업 창설에 필요한 여러 촉매의 국산화 연구의 진행. 인비료 생산 공정의 개선 완비와 정상 운영.

<전력‧석탄공업> 대용량 화력터빈발전기 여자조종 장치, 채탄막장에서의 작업굴진속도 가속화의 유압식회전천공기 등 연구 개발.

<경공업> 수십 종의 경공업 원료와 자재의 국산화.

<농업> 염기 견딜성이 강한 벼품종의 육성 및 지효성비료와 복합미생물비료의 개발.

<과학기술발전계획> 과학기술발전계획의 무조건 수행(법적 의무로 간주). 주요 공장‧기업소들의 새 기술도입계획의 의무적 수립과 실속 있는 집행의 강한 규율과 질서 확립(성‧중앙기관들의 지도).

<과학기술인재관리사업> 국가통합인재관리체계의 한층 완비, 이 체계에 의한 부문별‧지역별‧단위별 과학기술인재의 장악 사업의 선행. 과학자‧기술자들에 대한 원격재교육체계와 자질향상체계의 수립. 과학자‧기술자들의 자질과 수준 향상 및 해당 부문‧단위의 생산‧건설‧과학기술발전의 핵심인력의 현실적‧ 동원적인 대책 수립.

<과학기술심의> 당성‧과학성‧객관성의 원칙에 의거한 과학기술심의 진행(과학연구 성과의 도입과 경제기술적 효과성의 담보).

<정보교류> 과학기술전당의 과학기술보급실 망체계의 정보교류기능 등 주요 기능의 갱신에 의한 과학기술보급사업의 강화.

《과학기술성과도입법》, 빅데이터 협력시스템 등 새 동향

과학기술 및 산학연 협력과 연관된 움직임 가운데 최근(2020~2021년)의 것으로는 《과학기술성과도입법》 채택, 과학기술 빅데이터 교류협력시스템 운영, 경영일군수첩 개발, 경제관리 정보화사업 등이 있다.

◎ 《과학기술성과도입법》 채택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12차 전원회의(2020.12.4.)에서 《과학기술성과도입법》이 채택되었다(중통, 2020.12.5.).

<조선신보>는 2021년 4월 26일 "과학기술성과도입법에는 개발자와 도입자에 대한 특전이 규제되어 있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성과의 개발에 기여한 공민에게는 과학기술성과를 도입해 개발한 새 제품의 판매수입에 대한 국가납부 면제, 상금 등의 혜택을 준다. 과학기술성과 도입에서 특출한 공로를 세운 공민에게는 명예칭호와 훈장‧메달을 수여한다(<통일뉴스> 같은 일자).

◎ 과학기술 빅데이터 교류협력시스템 <자강력> 운영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국가과학기술 정보의 공유 및 기술개발‧교류협력을 활성화하는 전자업무시스템 <자강력>을 운영하고 있다. '대자료(빅데이터)시대'의 추세에 맞게 국가컴퓨터망에 기술무역봉사체계 <자강력>을 구축해 기술거래를 전개한다는 것이다.

<자강력>은 △기술제품전시 △성과자료전시 △학습실 △입찰전시 △자금결제 △기술제품심의 △기술발전정보 △제품운송 등의 봉사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가입자들은 최신 기술제품과 과학기술 성과자료를 신용거래에 기초해 판매할 수 있고 서비스 받을 수 있다(로동, 2020.4.6; <통일뉴스> 같은 일자).

<자강력>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 모란봉기술무역회사에 의해 2019년 10월 10일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모란봉기술무역회사 김홍영 사장은 가입단위들이 새 기술‧제품의 개발과 생산에 드는 노동력‧자재‧자금 등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모든 분야의 연구사들이 망라되고 있어 기술 수요자와 제공자를 이어준다. 개발자‧판매자들이 신청하면 국가심의위원들이 해당 기술제품에 대해 실용성‧가격‧기술성‧품질성의 4가지 기준으로 심사해 당선된 제품들을 봉사체계에 올리게 된다.

종전에는 기술적 문제가 생기면 이를 해결하려고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업종합대학에 가야 했는데 이제는 봉사체계를 통해 국가급 전문가들이 걸린 문제를 풀어준다고 한다. 기술무역봉사체계에 '국제전람회' 코너가 있어 평양국제상품전람회, 로봇부문 과학기술성과전시회 등 각종 전람회의 상황을 촬영 편집해 공개한다(신보, 2020.1.11. '신보'는 <조선신보>의 줄임말; <통일뉴스>, 1.12).

◎ 중앙과학기술통보사, 경영일군수첩 <지우1.0> 개발

중앙과학기술통보사 연구집단은 경제 간부들의 실력을 높이고 경영 활동에 도움이 되는 경영일군수첩 <지우1.0>을 개발했다. 2021년 3월 현재 수백 곳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앱도 개발되어 있다.

<지우1.0>은 △연혁 △기록장 △경영정보 △문건 △상식 등 다섯 가지 기능을 갖춰 설비와 생산 공정, 기술자 관련 정보 등을 정리해줌으로써 현장간부가 생산지휘를 할 때 참고하도록 되어 있다.

'경영정보' 코너에서 계획‧생산‧자재‧재정 등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상식' 코너에서는 세계의 과학기술동향, 기술경제지표, 새 기술 소식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특정 기업이 측정장치를 제작해야 한다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제작 경험이 있는 기술자와 필요한 자재, 기술자료 등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업무, 성과가 미진한 사업 등에 대한 '알림' 기능도 있다(로동, 2021.3.8; <연합뉴스> 같은 일자).

◎ 경제관리 정보화사업과 SW 보급 시스템 구축

국가정보화국 중앙정보화연구소는 경제관리의 정보화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중앙기관들에서 불필요한 수속절차와 승인제도를 간소화하고 각종 업무를 숫자(디지털)화 하는데 이바지하는 표준화된 전자업무체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연구소는 전국적 범위에서 소프트웨어(SW)저작권을 보호하고 이용 정형을 장악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보급‧보호체계를 개발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에서 핵심은 2차원부호(QR코드)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저작권에 대한 불법침입과 비법복제 등을 차단한다. 이에 따라 개발단위들에서 수요자에게 보다 안전하고 원만하게 제품을 보급할 수 있다(북한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 2021.3.13; <NK경제>, 3.14).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3월 8일 중앙과학기술통보사, 여러 생산단위 일꾼들과 나눈 이야기를 대담 형식으로 실었다. 신문은 최근 중앙과학기술통보사의 연구집단이 경영일꾼수첩 '지우' 1.0을 개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전했다. 또 이 프로그램은 경제일꾼들이 기업활동에 대해 장악, 분석, 예측하는 것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로동신문

전민과학기술인재화 실현

<로동신문>은 지난 4월 3일 "인재 육성은 새로운 5개년계획의 중요한 과제"라는 논설에서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실현하는 것은 나라의 경제를 그 어떤 외부적 영향에도 끄떡없이 지속적으로 하는 데 따라,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하는 기본방도의 하나"라며 '자력부강'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인재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같은 일자).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자료는 많으나 <로동신문>이 2019년에 보도한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로동신문> 2019년 7월 31일자 논설에 따르면, 전민과학기술인재화는 사회의 모든 성원들을 대학졸업 정도의 지식을 소유한 '지식형 근로자'로, '과학기술발전의 담당자'로 준비시키는 것을 말한다. '지식형 근로자'는 각종 공장‧기업소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근로자다. '과학기술발전의 담당자'는 과학연구기관 종사자뿐 아니라 공장‧기업소에서 산학연 협동에 참여하는 담당자를 포함한다.

이 논설은 인민들을 학술형 인재, 실천형 인재로 키워 경제발전의 초석으로 삼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었다. 북한은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실현하기 위해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교수내용과 방법, 교육조건과 환경 △우리 식의 원격교육체계 △지역‧부문‧단위 별로 과학기술보급거점 △과학기술전당을 중심으로 전국적 보급망 등에 주력하고 있다.

<로동신문>은 2019년 1월 5일 과학기술중시‧교육중시의 된바람을 일으켜나가야 한다면서 "모든 문제를 과학기술에 의거하여 풀어나가며 교육사업에 선차적인 관심을 돌리는 기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모든 간부들에게 △과학자‧기술자‧교육자들의 역할은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할 것 △그들을 사회적으로 존경하고 우대할 것 △살림집‧식량‧땔감을 비롯해 사업조건과 생활조건을 원만히 보장해줄 것 등을 강조했다.

과학자‧기술자들의 생활조건을 강조한 점이 인상적이다. 이것은 이들이 생활전선 때문에 고통을 받거나 시간을 허비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소박한 대책의 배경에는 정치가 있다. 조선로동당의 당 마크를 보면 마치‧낫‧붓이 한 곳에서 교차된다. 붓은 지식인을 상징하고, 지금 지식인의 최전선에는 과학자‧기술자들이 서 있는 것이다. 후원단체들의 역할을 높여 교육사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전민과학기술인재화의 실현에서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정보의 보급망이다. 그 역할을 담당하는 평양의 과학기술전당의 활동을 소개한다.

◎ 과학기술전당, 60만여 건의 최신 과학기술자료 구축

평양의 과학기술전당은 2019년 3월 현재 60만 여 건의 최신 과학기술자료를 수집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갈탄에 의한 화학제품 생산기술", "탄소하나화학공업과 합성연유(석유)생산" 등 여러 경제부문에서 이룬 과학기술성과 자료들을 구축했다.

또한 "풍력선탄기", "고속철도 여객운수 전용선의 기술 가능성 연구" 등 세계 각국의 선진과학기술들도 짧은 기간 안에 번역 보급했다. "먹이풀의 건조가공기술", "가정에서 전기절약과 정전축전기" 등 동영상자료들이 해당 단위 간부들과 근로자들의 관심을 모았다고 한다(북한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 2019.3.8; <통일뉴스> 같은 일자).

◎ 과학기술전당 1만 6700곳 연결

과학기술전당은 1만 6700곳의 공장‧기업소 과학기술보급실을 연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학기술전당 홈페이지 열람건수는 수천 만 건, 과학기술전당을 방문한 열람자와 참관자수는 수백만 명에 달한다. 과학기술전당은 늘어나는 열람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 과학기술 자료들을 신속히 받아 과학기술전당 자료기지(DB)에 축적하는 한편, 과학연구기관‧교육기관들을 비롯한 해당부문에 보급한다. 과학기술전당은 "전민학습의 대전당, 과학기술지식을 전국에 물이 흐르듯이 보급하는 수원지"의 역할을 한다(북한 웹사이트 <조선의 오늘>, 2021.3.11; <NK경제> 같은 일자).

◎ 위키방식 온라인 <대중백과> 개발

과학기술전당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고 사용자가 선진 과학기술자료를 직접 추가‧갱신할 수 있는 <대중백과>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과학기술전당 홈페이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세계적으로 사전 편찬분야에서 앞선 나라들의 질적 수준을 능가한다는 '직결식'(대형컴퓨터 등과 말단 사이에 통신회선으로 접속해 자료를 주고받는 체계) 대규모 백과사전체계다.

과학기술전당에서는 이밖에 서지(書誌)도서 디지털화공정, 기상정보전송 프로그램, 도서자동펼침 화상입력프로그램, 과학기술보급실 자료열람체계, 점자변환프로그램 등 수십여 건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북한 웹사이트 <메아리>, 2020.1.8; <통일뉴스>,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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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구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학교 중소(中蘇)연구소 연구원, 중앙일보 북한문제 전문기자,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 사단법인 현대사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저서로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남북을 오고간 사람들 : 남의 조직사건과 북의 대남사업>, <박병엽 증언록 1- 조선민주주의인미공화국의 탄생>(공저), <박병엽 증언록2-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김정일과 수령제 사회주의>(스즈키 마사유키 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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