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농업 정책' 분석...남북 농업 협력 가능할까

[북한경제 '전환기' 읽기] 생산 계획과 실적에서의 '허풍' 문제

농업근로자들의 생산적 열의 : [17] 농업근로자들의 생산적 열의 제고(5-⑤)

일곱째, 농업근로자들의 생산 열의와 관련된 과제이다.

북한에서 농업근로자들의 생산적 열의를 높이는 방법으로는 사회주의 분배방식을 개선해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농민들은 협동농장의 연말 결산분배에서 국가수매계획을 충족시킨 다음에 1년 치 기본식량을 분배받는다. 그런 다음 그 나머지(초과생산분)에 대한 분배도 받게 되는데 그것이 현물분배이냐, 현금분배이냐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난다.

《농장법》에 따르면 "분배는 현물분배를 기본으로 하면서 현금분배를 결합하는 방법으로 한다."(제44조) 농민들은 당연히 현물분배를 선호한다. 현물분배 몫에 대해서는 농민들이 이를 보유하고 있다가 공산품이 필요할 때 시장에 내다 팔거나 분조농사에 필요한 농기구를 구입한다고 한다.

현금분배에서는 현금을 국가수매가격으로 지급하느냐, 시장가격으로 지급하느냐에 따라 무려 수십 배(변동가격)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현금분배 시에 대체로 국가수매가격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농민들은 현금분배를 재미없어 한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분조농사에서 자율성이 커졌고 농민들의 생산적 열의는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협동농장들은 기업체에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시행되듯이 농장'책임'관리제로 운영된다. '책임'관리제는 경영의 자율성을 더 많이 주는 동시에 국가납입분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한다는 양 측면을 갖고 있다.

《사회주의헌법》에서는 "국가는 경제관리에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실시하며"(제33조)라고 규정하면서 농장책임관리제를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것은 협동농장을 하나의 농업기업체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관점에 따른 것이다.

《사회주의헌법》에 담긴 "농촌기술혁명을 다그쳐 농업을 공업화, 현대화하며"(제28조)라는 구절이 그 힌트이다. 《농업법》에는 "농업을 기업적 방법으로 관리 운영해야 한다"는 규정(제71조), "농장은 토지를 기본생산수단으로 하여 농업경영활동을 진행하는 사회주의농업기업소이다"라는 규정(제2조)이 포함되어 있다. 이 법은 제4조에 농장책임관리제를 규정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의 포전담당책임제를 주목하면서도 농장책임관리제, 농업의 기업적 방법에 의한 관리 운영, 사회주의농업기업소 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편이다. 북한은 생산과 분배의 전체 과정에서 농업근로자들의 생산적 열의를 높이는 조치를 늘려나갈 것이다. 다만 '개인농'의 수용 가능성은 없다고 보는 것이 북한 현실에 부합한다.

▲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11일 영광의 땅 평원군 원화협동농장에서 첫 모내기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곳이 1952년 김일성 주석이 찾아 농민들과 함께 포전에 풍년 씨앗을 뿌린 곳이라면서 "뜻깊은 날을 맞으며 첫 모를 내는 일꾼(간부)들과 농장원들의 얼굴마다에는 새로운 5개년 계획 수행의 첫해인 올해를 다수확 성과로 빛낼 굳은 결의가 비껴 있었다"라고 전했다. ⓒ로동신문

농업부문에서 '허풍' 벗어나기 : [18] 농업부문에서의 허풍 일소(6-⑪)

'허풍(虛風)' 일소의 문제는 김정은 당 책임비서가 제8차 당대회와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 석상에서 입에 올릴 정도로 심각하다. 허풍은 주관적으로 '허장성세'하고 과장하는 것인데 이것이 개인들 사이에서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지만 집단경영에서는 경계대상 1호이다. 협동농장에서부터 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도농촌경리위원회-내각(농업성 및 국가계획위원회)에 이르는 과정에서 허풍은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

허풍의 누각 위에 세워진 농업 생산목표량은 국가수매계획에 차질을 준다. 이것은 공장‧기업소 노동자들과 사무원들에 대한 식량공급(배급)에 차질로 이어진다. 연간 알곡 생산목표를 높게 잡고서는, 예를 들어 조곡 기준으로 1천만톤(정곡 약 830만 톤)을 잡아놓고는 실제로는 500만 톤(정곡) 내외의 생산에 머문다면(실제로 이런 우려가 있다), 당‧정 지도부로서는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다.

이런 사태에 직면해 내각 수매양정성이 내각 농업성에 따져본들, 도‧시‧군 당위원회와 인민위원회가 각급 농업지도기관들(군협동농장경영위원회, 도농촌경리위원회)과 생산단위들(협동농장)에게 따져본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계획 작성단계에서 '허풍' 치지 말라는 것은 단지 태도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계획의 실행단계에 가면 자괴감으로 고통스러울 게 분명한데 빗나간 농정에 뒷짐 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부의 곳간은 비어 있는데 농민들은 '알곡부자'인 경우 공장‧기업소 노동자들과 사무원들에게서 불만과 허탈감이 쌓일 것이다. 도시와 농촌, 공업과 농업 간의 차이를 줄이겠다는 사회주의 국정목표에서 보나 일심단결의 정치철학에서 보나 '허풍'은 해악적인 요소인 것이다.

북한의 농업구조를 한눈에 보려면 내각 농업성의 부서를 보면 된다. 농업성에는 종합계획국, 농업경영국, 농산국, 감자생산국, 남새국, 과수관리국, 축산관리국 인삼‧공예작물국, 잠업국, 농기계공업관리국, 관개수리국, 채종관리국, 종자관리국, 수의방역국, 과학기술국, 국영농장관리국, 국영목장관리총국, 토지감독국, 건설국, 물길건설관리국, 간석지건설관리국, 풀판조성및축산국, 자재국, 농촌건물관리국, 대외협조국, 수출원천동원국, 재정국, 행정조직국, 기타 직속 연구소 등이 있다.

수매양정사업은 내각 수매양정성의 부서에 잘 나타나 있다. 수매양정성은 계획국, 생산지도국, 수매양정국, 식량공급국, 양곡수급관리국, 양정수매보관국, 양정지도국, 무역국, 검열국, 행정조직국, 기타 양곡공급사업소 등을 두고 있다(통일부, <북한 기관별 인명록 2020> ).

농촌 리(里)당사업의 개선 : [19] 농촌 리(里)당사업에서의 결정적 개선(6-⑫)

농촌 리당사업의 개선은 북한의 사회주의‧집단주의 지향과 관련이 있다. 북한에서는 행정단위 '리'마다 1개의 협동농장을 두고 있다. 그 안에 당세포를 비롯한 당조직이 존재한다. 조선로동당은 농민들의 낮은 사상의식을 변화시키는 사상학습을 강화하지 않으면 소부르주아 성격이 유지되고 개인이기주의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모든 농민들이 식량 증산과 국가수매계획의 집행에 적극 협조하도록 분위기를 잡는 역할을 당원들이 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농민들은 평소의 국가적 혜택은 생각하지 않고 연말 결산분배 시에 자신의 이익을 앞세울 수 있다. 이것은 농업생산이 지닌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농업은 생산기간이 길고 그 성과는 추수 때 가서야 확인되며 손노동의 의존도가 크다.

농업은 또한 자연재해의 영향을 크게 받으며, 넓은 지역에서 생산이 분산적으로 진행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농민들에게 공장 노동자들과 같은 사회주의‧집단주의 정신을 요구하기에는 제한성이 있다.

북한 농정당국은 농업생산이 지닌 특성을 반영하면서 영농자재와 물자 공급에 대한 반대급부로 농민들의 알곡의무수매 과제를 정해 준다. 그 초과 생산물에 대해서는 2012년부터 현물로 분배하고 농민들이 이를 처분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있다. 분조관리제 안에서의 포전담당책임제는 1개 분조의 농민숫자를 3~5명으로 줄였다. 협동농장의 관리가 더욱 분산적으로 되고 때에 따라서는 개인이기주의가 싹틀 우려가 있다.

포전담당책임제는 점점 공고화되고 있을 것이다. 김덕훈 내각총리는 2020년 9월에 황해남도의 협동농장을 방문해 포전담당책임제를 언급했다. 그는 재령군 삼지강‧강교협동농장에서 당의 두벌농사(이모작) 방침을 철저히 관철할 것, 포전담당책임제를 '방법론 있게 실시'하여 농장원들의 열의를 높여줄 것, 과학농법을 적극 받아들여 정보당 수확고를 높일 것 등을 강조했다(<조선중앙통신>, 2020년 9월 28일). 여기서 포전담당책임제를 '방법론 있게 실시'하라는 대목이 눈에 띈다. 이는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무렵 <로동신문>은 사설에서 "특히 분조관리제 안에서 포전담당책임제의 생활력이 높이 발양될 수 있도록 정치사업과 경제조직사업을 능숙하게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2020년 9월 21일). 포전담당책임제의 '생활력이 높이 발양될 수 있도록'은 무슨 말일까? 북한에서 생활력의 발양은 실천을 통해 효과를 거두는 것을 뜻한다. 사설의 문맥은 포전담당책임제를 제대로 실천하여 효과를 거둬야 한다는 것이었다.

《농장법》에서는 "농장은 분조관리제 안에서 포전담당책임제와 유상유벌제를 정확히 실시하여 분조별, 농장원별로 토지 관리와 영농공정 수행, 생산계획 수행, 수매계획 수행에 대한 과업을 정확히 주고 그에 대한 총화를 제때에 실속 있게 하며 알곡생산물에 대한 분배와 처리를 바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2조).

이 조항은 중요하다. 우선 포전담당책임제와 유상(有償有罰)제를 정확히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포전담당책임제와 관련된 과제를 담고 있다. 즉 ①분조별‧농장원별로 토지 관리, 영농공정 수행, 생산계획 수행, 수매계획 수행에 대한 과업을 정확히 줄 것 ②생산총화를 제때에 실속 있게 할 것 ③알곡 생산물에 대한 분배와 처리를 올바로 할 것 등이다.

①, ②, ③의 과제는 '분조별‧농장원별'로 책임과 분배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리(里) 당사업을 결정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배경이 된다. 국가의무수매에는 관심이 적으면서 결산분배의 현물 몫만 생각하는 폐단이 농민들에게서 나타날 수 있다.

협동농장에서의 개인이기주의를 막아내려면 리 단위의 당사업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당의 생각으로 보인다. 그렇게 하는 것이 포전담당책임제의 성공적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 같다.

북한 정부가 5개년계획 기간에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농업 정책을 전개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정책의 대부분이 실효성(實效性) 있는 방안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의 농업이 자연재해에 취약한 구조라는 한계를 단 시일에 뛰어넘을 것 같지는 않다.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에서 농업부문의 과제들이 적지 않다. 농업부문에서 남북협력을 깊이 고민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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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구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학교 중소(中蘇)연구소 연구원, 중앙일보 북한문제 전문기자,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 사단법인 현대사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저서로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남북을 오고간 사람들 : 남의 조직사건과 북의 대남사업>, <박병엽 증언록 1- 조선민주주의인미공화국의 탄생>(공저), <박병엽 증언록2-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김정일과 수령제 사회주의>(스즈키 마사유키 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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