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에 견제구?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 맹공

김용판 "사과할 일 사과하라"…권성동 "윤석열이 신은 아니잖아"

4.7 재보선 이후 '도로 자유한국당' 논란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에서 이번에는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견제성 발언들이 나왔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당사자인 김용판 의원(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윤 전 총장의 사과를 요구한 데 이어, 당 대표 권한대행인 주호영 원내대표와 권성동 의원 등 중진들도 김 의원을 옹호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원내대표 퇴임 기자 간담회에서 '김용판 의원이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와 관련해 윤 전 총장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는 질문을 받고 "일반적으로 공직에 오래 있었던 사람은 공직 수행 과정에서 한 결정 때문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며 "본인들이 그런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판사 출신인) 저도 재판이 오판이라고 판단하는 당사자들이 있을 것이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억울하다고 느끼는 분이 있을 것"이라며 "직업상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서도 "흔히 보면, 법조계에 있던 분들이 퇴임하면서 '직무 수행 중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분들께 죄송하다'는 인사를 하는 것이 그런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적폐청산 수사 등에 대해 윤 전 총장의 선제적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뜻이냐'는 재질문이 나오자 주 원내대표는 "본인 선택에 달린 일이지 제가 어드바이스(충고)할 일은 아니다"라고만 했다. '당 내에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많이 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윤 전 총장께서 우리 당에 오겠다고 아직 말씀이 없기 때문에 당 안에서 그 논의는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김 의원이 언급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와 문재인 정부 들어 진행된 적폐청산 수사를 담당했던 것은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파헤친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팀장이기도 했다. 때문에 옛 친박계나 강경 보수층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에 대한 감정적 앙금이 없지 않다.

김용판 의원의 입장 표명이 주목받은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그는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내어 "저는 (2013년) 윤석열 당시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에 의해 소위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과 관련해 국기문란 범죄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억울하게 기소돼 2년간 재판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 2015년 대법원에 의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김 의원은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통해 문재인 정권이 등장하면서 윤석열 수사팀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직 영전했고, 문재인 정부가 작심 추진한 소위 적폐청산과 관련된 수사를 총지휘한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라면서 "문재인 정권과 함께 소위 적폐수사를 현장 지휘했던 윤 전 총장께서는 '친검무죄 반검유죄'인 측면이 전혀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권으로부터 적폐로 몰려 윤 전 총장에 의해 사법처리된 많은 분들 중에는 분명 저와 같이 정말 억울한 분들 또한 적지 않을 수 있다"면서 "윤 전 총장이 진정으로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면 사과할 일에 대해서는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김 의원의 주장에 대해 온정적 반응을 보인 것은 주 원내대표만이 아니었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나선 권성동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것은 당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김 의원 개인의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김 의원은 무죄를 받았기 때문에 충분히 그 (기소) 경위를 밝히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윤 전 총장도 신(神)이 아니지 않느냐? 자신이 실수한 부분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을 밝히(라)는 것"이라며 "검사 윤석열과 정치인 윤석열은 별개의 문제니까 그러면서 또 새로운 정치를 하기 위해서 행보를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주호영 "금명간 安 만날 것"…원내대표로서 후회되는 일 묻자 "상임위원장 가져왔으면 어땠을까"

한편 주 원내대표는 퇴임 간담회에서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에 대해서는 "윤곽이 다 드러났다"며 "어제 국민의당 최고위에서 합당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하고 저에게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데, 빠르면 오늘(28일) 늦으면 내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합당 지분, 재산관계, 당직자 고용승계 문제 등 "합당의 주요 변수를 점검"해본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지만 "다만 정당법상 합당은 신설합당과 흡수합당이 있는데, 신설합당은 당명·정강을 바꿔야 해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국민의당이) 그런 방식을 고집한다면 우리 당이 전당대회를 마치고 새 지도부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주 원내대표는 "흡수합당은 빠르면 3일 내에도 할 수 있다. 국민의당이 (흡수합당을) 받아들이면 바로 할 수 있고, 당명을 바꾸자고 하면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이라고 다시 정리해서 말했다. 국민의당 측에서 흡수합당 방식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여온 중이라, 사실상 조기 통합이 성사될 가능성에 선을 그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안철수 대표를 만나더라도 주 원내대표 임기가 오는 30일까지여서 실질적 논의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는) 국민의당이 무슨 뜻을 가졌는지 확인만 하는 것이다. 확인해서 우리 당에 보고하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자신이 원내대표 임기 중 잘한 일을 묻는 질문에 미래한국당과의 통합 성사와 함께 "지도체제 문제가 현안이 됐을 때 김종인 박사를 모셔서 비대위를 이끌어온 것"을 꼽았으나, 반대로 후회되는 일을 묻는 질문에도 "우리 의원들이 와서 '원 구성 협상 때 상임위원장을 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후회는 아니지만 '그랬으면 국회 운영이 지금과 어떻게 달랐을까' 이런 생각은 해본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상임위원장직 포기는 김 전 비대위원장이 주도한 결정으로 알려져 있다.

주 원내대표는 김 전 비대위원장이 자신에 대해 '안철수 대표를 서울시장 후보로 만들려고 작당했다'는 등의 비난을 하고 있는 데 대해 "억울하다. 그런 일이 없었다"며 "우리 당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는 게 저의 업적이 되기도 하는데 제가 왜 그것을 하지 않겠나"라고 항변했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은) 나라가 잘못되는 것에 대해 비분강개해 있고, 그것을 저지하고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 비대위에 참여했다고 하시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나라를 잘 되게 하는 일, 민주당의 집권 연장을 막는 일에는 힘을 합치고 앞장서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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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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