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정년 11일, 그전에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기고] 단식 7일, 거리 농성 342일째인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

아시아나항공의 지상조업 하청사인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들이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에 따른 복직을 촉구하며 농성에 들어간지 7일이 됐다. 해고자들은 지난해 5월 회사의 무기한 무급휴직 제안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잘렸다. 이들이 복직을 요구하며 거리에서 싸운지 19일로 342일째다.

단식 중인 아시아나케이오 해고자 김정남 씨가 <프레시안>에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내용의 기고글을 보내왔다. 오는 30일 정년을 맞는 김 씨는 지난 13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복직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연행 다음날은 김 씨 아버지의 49제였다.

정년이 11일 남았습니다. 단식은 8일차입니다. 길거리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저는 김포공항에서 수하물을 분류하고 날랐던 아시아나케이오 비정규직 노동자 김정남입니다. 9년 8개월을 일했습니다. 작년 5월 코로나19를 이유로 정리해고를 당했습니다. 작년에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습니다. 그때만 해도 복직이 이렇게 힘이 들고 길어질 줄 몰랐습니다.

저는 부당해고를 당했습니다. 저희는 함께 살자고 호소했습니다. 회사가 처음에 유급순환휴직을 제안했을 때 받으려 했지만, 아시아나케이오는 고용유지지원금도 신청하지 않고 갑자기 방침을 바꿔 일방적으로 무급휴직과 정리해고를 했습니다. 정리해고 대상자는 여성노동자들이 비행기를 청소할 때 40도가 넘는 비행기 안의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고 불도 켜주지 않은 회사, 노동자들이 아무도 몰랐던 독성 물질을 사용해 청소하게 만든 회사를 비판했던 민주노조 조합원들이었습니다.

복직 위해 청와대, 원청, 노동부까지 갈 수 있는 곳은 다 찾아다녔지만

저희는 청와대를 시작으로 아시아나케이오, 원청인 금호아시아나그룹, 노동부 등 갈 수 있는 곳을 다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복직에 귀 기울이는 곳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노동존중 정부라는 문재인 정부와 국회에서 180석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집권여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노동부는 자신들이 내린 부당해고 판정을 회사가 이행하도록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길거리 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작년 종각 옆 금호아시아나 본사에 천막을 쳤는데, 세 번이나 강제철거 당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이라는데, 코로나가 종로구에만 발생하는 지, 해고자 6명의 천막에만 발생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년이 4월 30일인 저와 5월 31일은 기노진 아시아나케이오지부 회계감사는 지난 4월 13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을 면담했습니다. 정민오 청장은 우리 보고 당신들에게 노동청의 계획을 알려 줄 수 없다고 했고, 회사의 부담을 얘기했습니다. 노동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돈이 없다는 회사가 수억 원의 수임료가 드는 김앤장 변호사 세 명을 고용했는데, 무슨 회사 부담입니까?

우리는 참을 수 없어 청장의 책임을 묻겠다고 눌러 앉았고 무기한 단식을 시작했는데, 하루도 안 되어, 경찰들이 투입되어 우리를 연행했습니다. 팔, 다리를 꺾고 온 몸을 비틀어 우리를 연행했습니다. 1년 동안 외쳤는데 신경도 안 쓰더니 하루도 안 돼 경찰을 투입했습니다.

얼마 전 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자식이 다시 회사로 돌아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전화를 하셔서 배는 곯지 않고 다니느냐, 어디 아픈 곳은 없느냐며 안부를 물으셨습니다. 연행당한 다음 날이 49제 날이었는데, 더 이상 자식 걱정 하지 마시고 편하게 쉬시라는 말씀을 차마 드릴 수 없었습니다. 저의 개인사이지만, 다른 해고 노동자들의 고통도 끝이 없습니다. 1년 동안 생계가 끊겼습니다. 물론 저희들만 그런 건 아니겠지요. 코로나19로 많은 노동자가 힘듭니다. 그런데 왜 노동자만 힘들어야 합니까?

▲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아시아나항공의 수하물 처리와 기내 청소를 맡는 하청업체 아시아나케이오의 해고노동자들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아시아나에 수조 원 국민 혈세 투입됐는데 하청노동자는 왜 거리로 내몰려야 하나

아시아나에 수 조원의 국민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데 하청 노동자들은 왜 무급휴직과 정리해고를 당해야 합니까? 재벌에 대한 지원은 수십 조, 수백 조 원인데 노동자 민중에 대한 지원은 왜 쥐꼬리만 한 겁니까? 금호문화재단이 아시아나케이오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왜 기내식 대란을 일으키고 계열사를 편법 지원하면서 부실경영을 한 박삼구 금호문화재단 이사장은 구속되지 않는 것입니까? 박삼구 금호그룹 전 회장은 퇴직금 64억 원을 챙기고 금호그룹에서 물러났지만, 지금도 금호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부당 정리해고를 자행했습니다.

정년이 11일 남았는데, 왜 이리 싸우느냐고 묻는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대로는 못 나가겠습니다. 부당함을 바로 잡아야 하지 않습니까? 왜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노동자들이, 하청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려야 합니까?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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