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까지 20여일,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간절한 열망

[기고] 부당해고 판정에도 복직 못 한 채 정년 맞이하고 있는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

돈이 없어 체불임금도 줄 수 없다던 회사는 최대 로펌 김앤장을 선임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정을 이행하지 않고 행정소송에 돌입했다. 4월 30일과 5월 31일이 정년인 해고자 두 명의 입술은 바짝 탄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수하물을 분류하고 버스로 일하는 노동자들을 실어나르며 비행기 안을 청소했던 아시아나케이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작년 5월 정리해고됐다.

함께 살자는 호소는 노조가 했다. 회사가 처음에 유급순환휴직을 제안했을 때 받으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회사는 정부가 휴업수당의 최대 90%를 지원해주는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도 활용하지 않고 유급순환휴직 방침을 철회했다. 겉으론 노조가 제기한 체불임금 소송 때문이라고 했는데, 체불임금 소송과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자격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노동자들은 또 양보를 고민했다. '회사가 휴업수당 10% 내는 것도 부담스러우면 그 돈을 우리가 내겠다'라고 했다. 하지만 회사는 꿈쩍하지 않았다. 무기한 무급휴직과 정리해고를 밀어붙였다. 정리해고 대상자가 모두 민주노총 조합원인 표적 정리해고였다.

그리고 거의 1년이 흘렀다. 각각 10년, 8년을 일했던 아시아나케이오지부 김정남 전 지부장과 기노전 전 회계감사는 거리에서 정년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노전 전 회계감사는 하루하루 정년은 다가오는데, 회사는 교섭조차 하지 않아 달력을 보기 힘들다고 했다.

▲ 고용노동부 앞에서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는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 ⓒ희정 기록노동자

"후회하지 않습니까?"

노동자들은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항공산업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을 얘기했다.

"저는 김포공항에서 고객들의 수하물이 내려오면 분류해서 비행기 싣는 데까지 갖다 주는 작업을 했습니다. 카운터에서 손님이 접수하면 벨트를 타고 내려와요. 짐 나르는 차, 예를 들면 토카가 들락날락해야 하니까 뻥 뚫려 있는 곳에서 일합니다. 겨울에는 바람을 다 맞아가며 일했고 여름이면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 하나 틀어 놓고 일했습니다. 캐리어뿐만 아니고 온갖 짐들이 다 있습니다. 작은 빽 하나도 돌덩어리 같은 게 있어요. 너무 무겁죠. 일이 힘들어서 사람들이 금방 그만두는데 채용을 안 해주니까 인력이 늘 부족합니다. 인건비 따먹기를 하는 거죠. 인원 투입을 덜 하면 남는 거니까." (김정남 전 지부장)

"사람들은 공항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공항공사에 속해 있는 줄 알아요. 그런데 대부분 아니죠. 그리고 호텔같이 화려한 곳일수록 뒷면에 숨겨져 있는 게 많은데, 공항도 그렇습니다. 기종별로 다르겠지만, 아시아나항공은 평균 270명 이상이 타는 항공기가 다수거든요. 거기다가 뭐 꿈의 궁전이라고 380 비행기, 2층으로 되어있는 비행기를 6대 보유하고 있었어요. 그런 비행기가 들어오면 전쟁을 방불케 합니다. 바로 다시 출발해야 하기에 청소를 빨리하라고 시키는데, 에어컨도 틀어주지 않아 기내 온도가 40도도 넘는 곳에서 노동자들은 다 땀에 절어 일합니다. 밥 먹을 시간도 없어 손님이 남기고 간 과자, 빵, 초콜릿을 먹으며 일했고요. 승객이 내리기도 전에 대기를 시켜 놓는데,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고 대기를 하고 있다가 올라갑니다. 우비도 지급하지 않아 오물을 집어넣는 비닐봉투를 뒤집어쓰고 있다가 일합니다. 저는 버스 운전을 해왔기 때문에 그래도 눈비를 안 맞으면서 일했는데 다행스러운 일이죠." (기노진 전 회계감사)

5년 전에 어렵게 노조를 만들었다. 노동자들이 뭉쳐서 항의하자 그제야 회사는 비행기 안을 청소할 때 에어컨을 틀어주고 불도 켜줬다. 기쁨도 잠시 회사는 친회사 노조를 키웠다.

"감독들을 그곳으로 가입시켰습니다. 관리자들이 다 가입했는데, 그 관리자들이 어떻게 했겠습니까? 관리자들은 공개적으로 민주노조에 있으면 진급도 안 시켜주고 촉탁도 안 시켜준다고 말했습니다. 60세 정년을 넘기고 1년이라도 더 일하려는 여성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다 생계가 절박하니까요. 흔들릴 수밖에 없는 거죠. 민주노총 조합원들만 다른 곳으로 전환 배치하고. 거기다가 또 민주노총 조합원들만 징계를 세게 해요. 사소한 안전사고가 나도 민주노총 조합원만 정직 열흘 이렇게 징계를 세게 받았습니다." (김정남 전 지부장)

120명이 훌쩍 넘었던 조합원들은 30여 명 정도로 줄었다. 그래도 노조를 포기할 순 없었다. 저항을 포기할 수 없었다. 몇 명 안 되지만 싸우는 사람이 있어야만 회사가 예전처럼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필수유지 업무자로 지정되어 일하는 사람도 쉽게 잘리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 쳐진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의 천막. ⓒ프레시안(최용락)

"부당함을 바로 잡고 싶습니다"

김정남 전 지부장의 정년이 20여 일 밖에 안 남았다. 현장으로 돌아간다 해도 바로 정년을 맞이해야 한다. 언제 아시아나케이오를 비롯한 수많은 하청노동자의 일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인수·통합을 추진 중인 가운데, 3000명에 이르는 아시아나항공 협력업체 직원들의 고용은 합병 논의에서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양사 기업결합을 결정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심사에도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유지에 대한 판단은 빠져있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3월 31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지난 코로나 회복 시 협력사의 업무량 및 인력은 계속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얘기만 반복했다.

그런데도 왜 해고자들은 간절하게 원직복직을 바랄까. 두 해고자 다 부당함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저는 비정규직 개념을 잘 몰랐어요. 저 때는 정규직, 비정규직이 별로 없었어요. 사업을 하다 잘 안 되어 항공산업 현장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 후배가 공항에 가보라는 거에요. 그래서 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직원이 되는 건 줄 알았죠. 제 일은 화물 분류작업인데, 일하다 차츰 옆을 보니까 하청 업체가 수도 없이 많더라고요. 관리자 갑질은 대단합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욕이었어요. 야, 개새끼는 기본이고. 아, 이런 대우를 받아가며 돈을 벌어야 하나. 앞으로 인수합병에서 누가 진정으로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을 신경 쓰겠습니까? 개인적으로는 며칠을 다니던, 몇 개월을 다니던 복직하고 내 발로 떳떳하게 나가고 싶은데, 사실 착잡하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해고자 딱지를 붙이고 현장을 정리할 순 없습니다. 부당한 걸 바로 잡아야 하니까요." (김정남 전 지부장)

"작년에 정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니까 희망퇴직이나 무급휴직도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데 뭐랄까 해고 해피 노력도 전혀 하지 않았고, 코로나 핑계로 노조를 없애려는 게 분명했는데.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내가 포기하면 회사의 잘못을 인정하고 가는 꼴이 되어버리니까. 그리고 1년이 흘렀습니다. 항공산업에 국민혈세가 수조, 수십 조 투입되고 있는데 그 돈이 다 재벌 빚잔치를 위해 쓰이고 있지 않습니까. 이게 옳은 일입니까?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서 정부와 기업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기노진 전 회계감사)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은 지난 300일 동안 길거리에서 할 수 있는 걸 다했다. 아시아나케이오 대표는 돈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수억 원의 선임료를 내야 한다는 김앤장 변호사를 고용했다. 원청인 금호아시아나 본사에 찾아가서 천막농성도 했지만, 서울시가 코로나 핑계로 천막을 철거했다. 아시아나케이오를 소유하고 있는 금호문화재단의 박삼구 이사장을 만나려 하기도 했지만 박 이사장은 꼭꼭 숨어 보이지 않는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도 수십 번 찾아갔다. 노동부가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는데, 왜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하지만 노동부의 아시아나케이오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일자리는 지켜야 하는 일자리가 아닌가?

해고자들은 이대로 끝낼 수 없다고 한다. 더 힘든 싸움도 하겠다고 한다. 체념은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만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10년을 일한 일터로 돌아가 동료들과 손 맞잡고 웃으며 걸어 나오는 모습을 바라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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