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보다 당심? 민주당 '박근혜 흑역사' 전철 밟나

전당대회로 새 지도부 선출…도종환 비대위 '갈팡질팡'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선 패배로 물러난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전당대회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당초 당헌에 따라 중앙위원회에서 선출키로 했던 '도종환 비상대책위원회'의 결정이 강경층의 반발에 직면해 사흘 만에 번복된 결과다.

비대위는 11일 오후 비공개 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허영 대변인은 회의 뒤 취재진과 만나 "최고위원 선출 방법에 대해 수정의결했다"며 "기존에 중앙위에서 최고위원을 선출하기로 한 것을 5월 2일 전당대회에서 선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허 대변인은 "당원들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에 전원 찬성했다"면서 "차기 당무위원회에 이를 안건으로 올려 최종적으로 의결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재보선 패배로 총사퇴한 지도부를 재구성하는 방식과 관련해, 최고위원도 당 대표와 마찬가지로 전당대회에서 선출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도종환 위원장이 이끄는 민주당 비대위는 지난 8일 '선출직 최고위원이 궐위된 때에는 궐위된 날부터 2개월 이내에 중앙위원회에서 후임자를 선출할 수 있다'고 규정한 당헌 제25조에 따라, 차기 최고위원 선거를 중앙위에서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김용민, 박주민, 황운하, 정청래 의원 등은 중앙위를 통한 최고위원 선출 방식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당원들에게 선출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반기를 들었다. 비상한 상황에서 새 지도부 선출의 필요성이 제기된 선거인만큼, "당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는 것이 향후 혁신을 추진함에 있어 권위와 동력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차기 당권 주자들도 이 같은 입장에 힘을 보탰다. 홍영표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중앙위원회에서 최고위원들을 선출하면 대권, 당권 주자 대리인들의 '나눠먹기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며 "전당대회를 통해 최고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고 했다. 우원식 의원도 "당원들의 참여와 평가 속에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를 바라고 있다"며 "당원들의 생각에 적극 동의한다"고 했다.

전당대회를 통한 최고위원 선출 요구는 당원들의 지지에 기초한 새 지도부가 출범해야만 권한 행사에 정통성과 권위를 부여받을 수 있다는 논리에 기초해 있다. '당원 중심 정당'을 지향해온 민주당의 경로에 일정부분 부합하는 요구다.

강경파 당원들로부터 '초선 5적' 비난을 받고 있는 오영환, 이소영, 전용기, 장경태, 장철민 등 20대∼30대 초선 의원들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5월 2일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전체 투표를 통한 최고위원 선출을 요구한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이번 4.7 재보선에서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크게 드러났음에도 새 지도부 구성에 강성 당원들의 입김이 대폭 반영될 경우, 지지층에 예속돼 민심과 동떨어졌던 당 운영 방식이 내년 대선까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민심 변화에 예민한 소속 의원, 전국위원회 위원장, 각 시도당위원장,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 등으로 구성되는 중앙위와 달리,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국민투표 10%, 일반당원 투표 5%를 반영한 지난 전당대회 방식으로 치를 경우, 강경 지지층이 선호하는 인사들이 지도부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응천 의원은 "지도부 선출방식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모습들을 보면 아직 많이 멀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이번 원내대표 경선과 당 대표 경선은 '선명성 경쟁'의 장이 아닌 '혁신과 반성'의 장이 되는 데에만 집중"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국정교과서' 파동, '친박 공천' 파동으로 2016년 총선에서 참패했음에도 '박근혜의 복심'인 이정현 대표 체제를 내세움으로써 탄핵 정부로 몰락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보수정당의 흑역사"라고 했다.

조 의원은 "기득권을 붙잡고 변화를 거부하면 앉아서 죽었다"면서 "우리도 2022년 대선 승리와 패배의 갈림길이 바로 지금 눈앞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 눈에는 빤히 보이는 길"이라고 했다.

강성 당원들에게 좌우되는 전당대회로는 '친문 지도부'의 재등장이 불가피하고, 민심에서 동떨어진 당 운영으로는 대선 패배를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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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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