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 출마 포석..."야권통합·정권교체 모든 일 하겠다"

"야권 변화 안하면 보선 이기고 대선 질수도" 정계개편 신경전 착수

4.7 재보궐선거 막판, 야당이 '승기 굳히기'에 돌입하자 선거를 이틀 앞둔 5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월 7일 이후, 야권은 혁신적 대통합과 정권교체라는 더 험하고 깊은 산과 강을 건너야 한다"고 말했다. 4.7 재보선에서 야권이 승리할 경우, 자신은 내년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선거운동 현장을 돌며 국민의힘 지원 유세를 펼쳤던 안 대표는 이날 오전엔 국회 기자회견장에 섰다. 일견 "반드시 투표해 달라"는 내용의 투표 독려 회견인 듯했지만, 강조점은 달랐다. 정계 개편과 차기 대선에 대한 구상이 핵심 내용이었다.

안 대표는 "4월 7일, 이제 잘못된 세력에게 잘못 건네진 국민의 권력을 회수해야 한다"며 투표를 통한 정권 심판의 의미를 강조한 뒤 "야권 또한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며 "야권이 실제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서울시장 보선에서는 이기고 대선에서는 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저들의 실정에 기대고, 반사이익에만 얹혀가려는 낡은 습성을 버려야 한다"며 "이제 야권은 국민들께, 선거 후에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변화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일 이틀 전에 "선거 후"를 언급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안 대표는 "4월 7일 이후 야권은 혁신적 대통합과 정권교체라는 더 험하고 깊은 산과 강을 건너야 한다"면서 "저 안철수,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야권에 다시 기회를 주신다면 정치 혁신과 야권 대통합, 정권교체에 이르기까지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후보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약속, '지더라도 제 선거처럼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듯이, 야권 대통합의 약속, 정권교체의 약속도 반드시 지키겠다"며 "저 안철수, 명운을 걸고 이 길을 반드시 완성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안 대표는 '야권 대통합'의 명분으로는 "운동장이 기울어져도 너무나 기울어져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민주주의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이라며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행정 권력과 지방 권력 그리고 의회 권력까지 모두 장악했다. 사실상 일당독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현재 대한민국 정치권력의 지형"이라고 했다.

"위선과 무능, 독선적이고 반민주적 권력에게는 반드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뒤따른다는 점을 똑똑히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촛불정신'의 본질"이라며 "촛불정신을 배신한 정권에게, 때묻지 않고 정의로운 진짜 촛불정신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부분도 눈길을 끌었다.

'촛불'의 심판 대상이 현 국민의힘의 전신인 옛 새누리당 정권이라는 점에서, '대통합' 이후 야권의 주도권과 명분을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현 야권 내에서 '촛불정신'을 말해도 어색하지 않은 인물, 2016년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인물은 안 대표를 포함해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강조하면서 굳이 "법치"를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기자회견문에서 해당 대목은 아래와 같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이다. 정치권력 간에, 세력 간에 견제와 균형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타협과 절충의 정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져야 제도 권력의 횡포와 남용을 막을 수 있고, 부정부패도 막을 수 있다. 법치는 권력의 사유화와 제도 권력의 남용을 막을 때 지켜질 수 있는데, 그 기반 또한 견제와 균형이다. 우리는 문재인 정권을 통해서 견제와 균형이 무너진 정치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법치'를 회견문에 포함시킨 대목은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강조하는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를 연상시킨다.

재보선에 대해 자신이 기여한 바도 안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단일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유불리를 떠나 모든 조건을 수용해서 반드시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켰다"며 "단일화뿐 아니라 '제가 후보가 되지 않더라도 야권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돕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진심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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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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