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붕괴가 아니라 전환이다

[북한경제 '전환기' 읽기] 북한경제의 실태와 잠재력 (1)

북한경제는 지금 어떤 형편일까? 북한 인민들이 식량난과 생활필수품 부족에 시달린다는, 그래서 장마당 등 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설명이 주류를 차지한다.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전략무기 개발에서 확인되듯이 국방공업 분야의 첨단과학기술은 발전되어 있다는 설명도 있다.

국내의 북한경제 전문가들은 북한 민생경제에 관한 설명에서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코로나19, 자연재해 등에 의한 피해를 한 목소리로 강조한다. 국방과학기술에 대한 평가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 어느 편에 서서 북한경제를 설명한다 해도 실물경제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비슷한 경향을 보이는데, 여기에는 정보 부족이 크게 한몫을 하고 있다.

북한 실물경제 파악을 위한 국내 경제학자들의 노력

국내 경제학자들이 북한의 실물경제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3만 명이 넘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을 집중 채록하거나 그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통해 북한경제의 현실에 조금이라도 다가가려고 한다. 다만 북한이탈주민들의 정보로는 한계가 있다. 여러 가지 말 못할 사연을 안고 있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북한이 싫어서 또는 살기 힘들다며 떠난 사람들이다. 그들이 북한의 현실을 생존의 문턱에서 허덕이는 것으로 묘사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국제기구나 국내외 NGO 등의 관계자들이 북한을 방문해 취득한 여러 정보도 연구에 활용된다. 이 정보는 양적으로 풍부하지 않고 질적으로는 편중된 자료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국제적 지원을 더 받기 위해 '연출'하는 사정이 작용했을 것이다. 북한이 김정은 집권기에 들어와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내건 이후 국가적 위신을 중시하기 때문에 그러한 '연출'은 현저히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북한은 외부 인사들에게 정보를 노출하지 않으려고 각별히 노력한다.

북한의 종합시장이나 농민시장‧장마당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자료들이 간혹 입수되면 북한 전문가들은 이것들을 설명 자료로 활용한다. 국내외의 북한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북한 경제성장률, 한국무역협회가 중국 해관으로부터 받는 중국-북한 월간 무역통계 등을 분석에 활용한다. 북한 전문가들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북한 실물경제의 상황에 도달하기에는 여전히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의 식량자급률은 90%, 식량부족분은 50만 톤 이상

북한의 식량위기가 널리 화제가 되어온 점을 감안해 식량사정에서 출발해보자. 전문가들은 북한의 연간 알곡필요량을 550만 톤(정곡 기준) 안팎으로 본다. 이를 기준으로 보통 때 약 50만 톤이 부족하고 식량사정이 아주 나쁠 때 100만 톤 가량 부족한 것으로 추정해왔다(2020년 북한의 식량생산량 추정치는 약 440만 톤. 남한 농촌진흥청 발표). 알곡필요량을 650만 톤으로 추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주민들의 식용 외의 식품가공, 사료 등 다양한 수요를 감안한 것이다.

수출입이 활발한 다른 나라들 같으면 식량 부족분을 수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 북한에서는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 수출입이 활발하지 못할 뿐 아니라 대북제재로 인해 수출입이 제한됐기 때문에 식량 부족분을 수입하기가 쉽지 않다. 대북제재가 없을 때에도 외화보유고의 부족으로 식량 구입이 여의치 않았다. 자연재해가 식량난의 가장 직접적인 변수였다. 이런 사정 때문에 북한의 국가 이미지의 하나가 '만성적인 식량부족국가'로 고정화되어 있다.

그런데 북한은 2010년대 기준으로 식량자급률이 90%대(옥수수 비중이 높다)를 유지하는 나라다. 다른 나라들에 비해 식량자급률이 오히려 높다(남한은 25% 정도). 북한이 '만성적인 식량부족국가'가 된 것은 자연재해의 직격탄을 맞는다거나 수출입의 제한과 외화보유고의 부족, 비료부족, 병충해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1995~97년의 '고난의 행군' 시기는 연속적인 자연재해가 식량사정에 얼마나 큰 충격을 주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북한은 오늘날 여러 가지 영농대책으로 식량생산의 '한계선'을 돌파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북한의 당‧정 지도부는 오늘날 농업생산단위들의 알곡생산계획량에 대한 '허풍'(허위‧과장 보고)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개인농' 문제와 분조관리제 하의 포전담당책임제

외부세계에서는 북한 협동농장들도 중국 농업개혁에서처럼 '개인농'으로 전환해야 농업이 살아날 것이라고 의견이 모아진다. 이 견해는 북한의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 북한 정부는 사회주의제도의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서 '개인농'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북한의 농지는 기계화영농을 위해 토지정리가 거의 완료되어 벌방(평야)지대에서는 '개인농'이 아예 불가능하다. 농지가 작고 흩어져 있는 일부 산간지역에서 '개인농'의 농작업이 생산력 제고에 유리하다고 해서 북한 전역의 협동농장에 개인농 제도를 도입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이미 내리고 있다.

북한은 전체 농장의 90%를 차지하는 협동농장들에서 1960년대부터 분조 단위로 영농관리를 해왔으며, 2004년경부터는 분조관리제 하의 '포전담당책임제'로 영농관리를 해오고 있다.

포전담당책임제는 협동농장 내에서 소규모 분조(5명 전후)에게 논밭을 나눠서 농사를 책임지게 하는 제도이다. 협동농장은 리 단위로 하나씩 있어서 북한 전역에 3천개 정도 있다. 협동농장은 자연부락을 감안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규모가 일정하지는 않으나 협동농장 전체의 경지가 170만 정보인 점을 감안하면 평균 560 정보의 크기로 추정된다.

협동농장의 생산부문은 작업반과 그 밑의 분조로 나눠지고, 부문별 작업반으로 농산, 기계화, 채소, 과수, 축산, 관개 등이 있다. 작업반에는 통상 농민 70~80명이 소속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조의 규모와 개수는 일률적이지 않다.

1966년에 전면 도입된 분조관리제는 오늘날에도 유지되고 있으며 분조 크기는 대개 10~25명이다. 분조관리제 하에서는 토지, 중소 농기구, 역우 등을 분조에 고착시키고, 매년 연말의 결산분배 과정에서 각 분조의 생산량에 따라 분배한다. 포전담당책임제에서는 분조 규모를 더 줄일 수 있고, 분조에서 목표 생산량에 도달하면 추가 생산물에 대해 농민들이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다.

분조는 농지의 사정에 따라 규모를 달리 할 수 있는데 작은 분조의 경우 분조원(포전담당자)의 숫자를 4~5명으로 줄이기도 한다. 이 제도는 농지 조건 등에 따라 분조원의 숫자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농민들의 농사의욕을 고취시키려는 것이었다. 포전담당책임제는 농사일에서 농업근로자들의 뜻을 중시해야 한다는 경제사상을 반영한 것이었고, 오늘도 농정당국은 농민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다만 북한의 영농 조건은 중국과 다르기 때문에 '개인농'으로 농업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 북한 정부의 생각이다. 북한은 농지가 모자라서 토지정리, 새땅찾기, 간석지 개간 등을 멈출 수 없는 나라다. 또한 중국이 인민공사를 해체하고 가족농이나 개인농으로 바꾸면서 농업노동력을 해안공업도시의 공업노동력으로 전환할 때의 사정과는 판이하게 북한은 농업노동력의 만성적인 부족상태다.

북한은 약 2500만 명의 인구 중에 120만 명의 군병력 유지, 공장‧기업소의 노동력 유지, 청년노동자들의 협동농장 근무 회피 등으로 인해 농업근로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지난해 9월 2일 황해남도 청단군 석진협동농장에서 태풍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복구하고 있다. ⓒ로동신문

알곡생산 최대 550만 톤 ~ 650만 톤 가능

북한은 농지부족에다 농업노동력도 부족하기 때문에 새로운 정책을 전개하더라도 농업생산력을 급속도로 높이기는 쉽지 않다. 알곡생산량을 연간 550만 톤(정곡 기준) 이상 돌파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과거에 알곡생산목표를 1000만 톤(조곡 기준, 정곡 830만 톤)으로 내건 적은 있지만 비료 확보가 충분하고 병충해, 자연재해의 피해가 심하지 않을 때 알곡생산량이 650만톤(정곡 기준)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탈북민들의 증언은 하나같이 "식량이 늘 모자랐다"는 것이었다.

한편 북한 정부는 식량을 전략물자(미국과의 전쟁 대비)로 보기 때문에 영농 책임을 개인에게 전적으로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협동농장들과 그 밑의 최소 집단농사 단위인 분조들에게 영농 책임을 맡기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

북한은 먹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알곡 외에 축산물, 남새(채소), 과일 등 생산에 전념해오고 있다. 축산물 공급에 의한 단백질 공급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해서인지 수년 전부터 수산업에 집중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먹는 문제는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식량부족의 해결책은 두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농업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일 수 방안, 즉 다수확품종 개발 및 재배면적 확대, 이모작, 품종별 특성과 영농공정별 재배방법 등의 과학영농 등과 농업관리방식의 개선(각 지대적 특성이 맞는 포전담당책임제 정착 포함)을 모색하는 것이다.

농업관리방식의 개선과 관련하여 국가수매계획량 이외의 농산물 처분권한을 농민들에게 부여함으로써 농민들이 남겨진 식량을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정책은 농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고, 농사 책임감도 이전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헌법으로 '개인소유'를 인정한다. 북한 정부로서는 공장‧기업소의 노동자들에게 식량을 '정상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첨예한 목표이고, 따라서 협동농장들로부터 알곡 등을 사들이는 수매계획을 철저하고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고 한다.

개인소유가 늘어나면서 빈부격차의 발생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평균주의의 '철밥통'(생산관계 중시)보다는 약간의 빈부격차를 사회적으로 인정하면서 인센티브를 통해 농업‧공업생산량을 늘리는 것(생산력 제고)이 현 시기 북한의 정책 방향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식량부족분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방법이다. 식량수입은 외화 혹은 대체수출품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수출입을 제한함으로써 북한에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북한은 식량부족 사정에서 일거에 탈출하기 어렵다고 보고, 자력갱생의 노력으로 어려움을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다.

대북제재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징벌'로 시작된 것이지만 '먹는 문제'라는 기본생존권, 인도주의적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일부 보수적 인사들조차 대북 식량지원의 길만은 열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알곡생산계획과 수매계획의 철저한 집행"

식량부족을 해결하려는 북한의 노력은 올해에도 계속될 것이다. 올해 2월에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당총비서는 "알곡생산계획과 수매계획을 철저히 집행하여 알곡증산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를 착실히 다져야 합니다"라고 지시했다.

특히 재해성 기후에 대처한 과학적이며 현실적인 방책을 세울 것을 강조했다. 북한은 오랫동안 '농자는 천하지대본(天下之大本)'이라는 구호를 앞세우고 농사에 집중해왔으며, 오늘도 2500만 인구를 먹여 살리는 식량대책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여건에서 식량자급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1990년대 중반 이래 북한이 식량배급(특히 알곡)에 완전히 성공한 해가 없지만 2000년대 초중반과 김정은 집권기 초반에는 식량부족이 아주 심하지는 않았다. 북한이 올해 알곡생산계획을 달성할 것인지는 화학비료의 공급과 자연재해, 병충해 등에 달려 있다.

생활필수품 부족의 파장

북한의 생활필수품 부족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북한에서 농민시장‧장마당과 종합시장이 확대되었고 시장에서 생필품 거래량이 늘어났다. 그 과정에서 중국산 제품의 판매량이 급증했다.

장사하는 인민들이 늘어나고 돈을 중시하는 사회풍조가 북한은 휩쓸었다. 시장가격의 상승과 인플레이션 현상은 있었지만 인민들이 생필품을 구입하기는 수월해졌다. 북한 정부가 2008~9년에 시장을 축소시키는 등 몇 차례의 굴곡은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시장 확대는 지속되었다.

다른 한 측면은 경제당국의 입장에서 보면 시장 확대과정에 나타난 부정적 요소를 좌시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중국 상품이 시장을 과잉 지배하는 현상과 국영상점의 상품을 국정가격으로 구입한 뒤 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현상 등이 대표적인 문제였다. 앞의 현상은 김정은 집권기에 들어와 급격히 후퇴했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뒤의 현상은 부정부패와의 투쟁 과정에서 점차 소멸 중인 것으로 보인다.

경공업 제품의 생산을 늘려 국영상점에서 정상적으로 판매해 인민들의 생필품 부족을 메운다면 시장의 열기는 가라앉을 것이다. 지금 국영상점이 정상적 운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1월 코로나19의 방역사태에 따른 국경 폐쇄로 인해 북한이탈주민들의 정보는 많이 줄어 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판단의 근거가 미약하지만, 북한 당국이 시장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거나 상업유통의 다양화를 위한 다양한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 국가상업유통체계의 정상화는 장마당과 같은 자연발생적 시장의 동향과는 반비례의 양상을 띨 것이다.

중앙경공업공장들과 지방공업공장들의 생산 정상화 노력

북한 정부는 생필품 증산을 위해 중앙경공업공장들과 지방공업공장들의 생산 정상화에 노력해오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중앙경공업공장들에서 설비 자동화가 집중적으로 실행됐다. 이것은 <로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의 보도에서 확인된다(조선로동당 기관지와 국가통신사가 가짜 뉴스를 생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공업부문에서는 공장‧기업소에서의 원가 저하와 품질 제고, 원자재의 국산화‧재자원화 등의 국책이 실행되고 있다.

북한 경제당국의 생필품 부족과의 투쟁은 과거 어느 때보다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점차 나아지고 있는 정황은 종합시장 등에서 중국 상품을 몰아내는 데 상당히 성공한 것에서 드러난다.

국내의 북한경제 전문가들이 고정관념에 매인 채 북한을 바라보는 사이에 북한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 변화는 다방면적이고 심층적이어서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달라지고 있다. 여전히 경제사정이 어렵기는 하지만 변화를 만들어내려는 전략과 정책에서 북한이 '경제전환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북한의 실물경제에 대한 기본이해

북한의 실물경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를 생각해보자. 북한은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을 지향한다. 자립적 민족경제는 자기완결적인 경제구조를 완비하는 것을 생명으로 여긴다. 자기완결적 경제구조는 우리가 흔히 기간산업이라 부르는 인민경제 선행부문(전력‧석탄‧금속공업과 철도운수부문)과 중요 공업부문(기계‧전기전자‧화학공업 등)에서부터 경공업, 농업, 건설건재업, 지방공업, 과학기술부문 등 다양한 경제부문을 모두 갖추는 것을 지향한다.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부문은 인민경제 선행부문과 중요 공업부문, 과학기술부문, 그리고 국방공업부문 등이다. 이에 비해 경공업, 농업, 건설건재, 지방공업 등은 상대적으로 외부에 드러난다. 북한이 통계수치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경공업, 농업, 건설건재, 지방공업 등도 실상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경공업, 농업경제에 대한 외부의 평가도 단면적인 경향에서 벗어나기 힘들지만, 인민경제 선행부문과 중요 공업부문, 과학기술부문 등에 대한 정보는 그에 훨씬 못 미친다. <로동신문> 등에 공장‧기업소에 관한 보도가 빈번하지만 이 정보들을 종합해 전체상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다.

북한의 실물경제를 파악하려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생산재‧소비재의 생산비율 등 정보가 필요하지만 생산재와 중간재(협동품)의 생산량과 유통현황을 외부에서 알기는 어렵다. 국내총생산(GDP), 국민총소득(GNI), 경제성장률, 물가지수 등 경제통계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아 외부에서는 주로 식량과 소비재의 유통(그것도 부족했던 시기)을 기준으로 북한의 실물경제를 추정하며, 북한과 무역하는 제3국의 수출입통계 자료를 근거로 많은 부분을 유추 해석하는 실정이다.

북한에 관한 각종 경제통계 가운데 무역통계 외에는 추정치이기 때문에 특정 경제부문의 흐름을 조금 알 수 있기는 하지만, 그것조차도 생각지 않은 '왜곡'의 잠재적 가능성은 있다. 북한의 경제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국내외 북한 연구자들의 관심사이지만 북한을 오랫동안 관찰해온 경제전문가들 대부분이 "통계와 정보 부족 때문에 정확한 분석이라 하기 어렵다"라며 자신의 글에서 한 자락 깔게 된다.

실물경제의 실상을 이처럼 알기 어려운데 단편적인 정보와 통계추정치로 북한경제에 대해 평가하기 시작하면 선입견이나 과단성이 지배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북한경제가 회생 불능의 상태에 빠져 있다는 '속단'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경제전문가들이 북한의 실물경제에 접근하려고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진전이 없는 현실'은 안타까운 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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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구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학교 중소(中蘇)연구소 연구원, 중앙일보 북한문제 전문기자, 월간 <민족21> 편집기획위원, 사단법인 현대사연구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저서로 <김정은의 경제발전전략>, <남북을 오고간 사람들 : 남의 조직사건과 북의 대남사업>, <박병엽 증언록 1- 조선민주주의인미공화국의 탄생>(공저), <박병엽 증언록2-김일성과 박헌영 그리고 여운형>(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김정일과 수령제 사회주의>(스즈키 마사유키 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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