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또 '박원순 소환', 난감해진 박영선

박영선 "도움 안 된다" 경고에도 임종석 "박원순 평가 이뤄져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옹호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또 올렸다. 전날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는 글을 올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논란이 일었음에도, 임 전 실장은 이에 아랑곳없이 박 전 시장의 공적에 대한 재평가를 호소했다.

그는 지난 2011년 박 전 시장이 서울시장에 처음 당선된 시기를 회상하며 "박 시장의 당선은 서울시민들의 생각이 변했다는 방증이었다"고 했다. "(전임 시장이었던) 이명박, 오세훈 시장 시절에 속도와 효율이 강조됐다면, 박 시장 시절에는 안전과 복지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임 전 실장은 "박 시장의 행정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많다. 시장의 질서나 기업의 효율 등을 무시한다는 비판이 그것"이라며 "아픔과 혼란을 뒤로하고 선거를 다시 치르는 이 시점에 이런 문제들에 대한 성찰과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궐선거일인) 4월 7일 이후의 서울이 어떤 철학과 방향으로 나아가느냐는 우리 자신과 아이들에게 어떤 과거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오세훈 불가론'을 주장한 것이지만, 임 전 실장의 연이은 '박원순 소환'이 민주당 박영선 후보에게는 달갑지 않은 지원사격이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유발된 보궐선거에 그의 공적을 재평가하자는 주장은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 전 실장의 '박원순 재평가' 주장은 오세훈 후보에게 "박영선 후보의 당선은 '박원순 시즌2'"라고 공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임 전 실장의 행보가 박 후보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며 "선거 프레임을 박원순 복권으로 가져가는 것을 보니 민주당 사람들이 박영선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박영선 후보도 불편한 심경을 밝혔다. 임 전 실장의 두 번째 글이 게시되기 직전인 이날 오전, 박 후보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피해 여성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상처를 건드리는 발언은 자제해주시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임 전 실장의 글이 지지층 결집용이라는 지적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박영선 후보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잦아들지 않는 임 전 실장의 적극적인 태도가 내부 분열로 비쳐지면서, 임 전 실장의 시선은 4.7 보궐선거 이후의 대선 국면에 맞춰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후보 여론조사에 등장한 이후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의 대선후보 지지율이 주춤해지자 여권에선 친문 성향의 '제3후보론'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제3후보' 중 한명으로 꼽히는 임 전 실장의 박원순 옹호론을 강성 지지층 결집을 위한 '몸풀기'로 보는 해석은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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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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