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땅' 비판한 안철수, '윤석열 짝사랑' 비판한 오세훈

안철수·오세훈, TV토론서 격화된 공방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을 하고 있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TV토론에서 정면 대결을 펼쳤다.

특히 안 후보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문제, 내곡동 부동산 의혹 등 오 후보의 약점을 집요하게 거론하는 등 평소보다 공격적인 태도로 임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오전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국민의힘 지지층 표심에 호소한 행보로 보인다.

안 후보는 16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치러진 단일화 TV토론에서 주도권 토론의 기회가 오자 2011년 오 후보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제기했던 무상급식 주민투표 문제를 꺼내들었다. 안 후보는 "박원순 시정 10년을 심판해야 한다. 저도 양보한 책임이 있는데, 더 근본 원인은 시장직을 사퇴한 오 후보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그러면서 "무상급식은 아직도 반대하느냐"고 묻고, 오 후보가 이에 "저는 '부자 급식'을 반대한 것이고, 부잣집 아이에게 줄 돈이 있다면 가난한 집 아이에게 교육 사다리를 만듦으로써 교육 복지를 실현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하자 재차 "아직도 부자 무상급식은 반대한다 말이냐"고 고삐를 죄었다.

안 후보는 "의사 입장에 보면 먹는 것 자체가 아이들 평생 건강에 중요하다. 먹는 것으로 차별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큰 타격을 준다. 저는 아이들에 대해선 보편복지를 하는 게 원칙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면) 어린이집 아동수당, 누리과정이나 의무교육 (초등·중학교) 등록금은 부자라도 안 받는데, 그것도 받아야 하느냐"고 무상급식 주민투표 문제로 오 후보를 끈질기게 논박했다.

안 후보는 오 후보에게 올해부터 시행되는 유치원 무상급식에 대해 어떤 의견이냐는 물음도 던졌다. 오 후보는 당시 자신의 입장을 '포퓰리즘 반대'로 정당화하며, 누리과정·아동수당·유치원급식 등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하고 있는 것을 굳이 반대할 생각은 없다"고 답변했다.

또한 안 후보는 사회자 개입이 없는 후보 간 자유토론 시간이 주어지자마자 첫 질문으로 "어제 (내곡동 땅에 대한) 방송 보도가 사실이냐?", "당초 해명은 거짓이었느냐"고 오 후보를 몰아쳤다.

오 후보는 "제가 2006년 9월에 시장 취임을 했고, 그해 3월에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시장 시절에 문제의 그 땅에 대한 임대주택 지정(시도 과정)이 시작됐다"며 "때문에 제가 시장에 취임해서 그 지역을 보금자리 지구로 지정했다는 것은 분명히 사실이 아니고, 이 땅은 처가가 투자하러 산 것도 아니고 조상 때부터 가졌던 땅을 1970년대에 장인이 돌아가시면서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인 아내가 상속받은 땅"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그러나 "제가 오 후보를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 해명 기회를 드리려고 하는 것"이라면서도 "당시에 이 땅의 존재나 위치를 알지 못했고 지금도 위치를 모른다고 하는데 2008년 공직자 재산신고에 기재돼 있다", "시세보다 낮게 매각했다고 하지만 36억 원을 번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오 후보는 발끈한 듯 "섭섭하다. 수용가가 평당 270만 원이었는데 당시 시가가 360만 원을 넘었고 지금은 평당 9000만 원"이라며 "(오히려) 지정 제외가 됐다면 더 큰 돈을 벌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 후보는 "민주당이 문제제기하는 것처럼 내가 관여했거나 압력을 가했다면, 그 지시나 압력을 받은 당시 서울시나 SH 직원은 바로 양심선언을 해 달라. 그런 분이 있으면 제가 바로 후보 사퇴하겠다"고 펄쩍 뛰는 반응을 보였다.

오 후보의 반격은 안 후보가 이날 오전 발표한 '야권 통합·합당 선언'에 집중됐다. 오 후보는 먼저 "합당 조건을 만드는 게 힘든데, 우리 당이 100석이 넘고 국민의당이 3석이면 당협위원장 임명 권한을 100대3 비율로도 할 수 있느냐"고 물어 안 후보에게 "저는 어떤 지분도 요구할 생각이 없다"는 답을 끌어냈다.

이어 "(오전 회견에서) '시장이 되지 않더라도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던데, 그러면 지금 당장 합당의 장애 사유가 없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난관도 많고 될지 안 될지 모르는 합당을 하느니 오늘이라도 입당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오늘 중으로 입당을 결단하면 제가 단일화 여론조사를 양보하고 경쟁력 조사를 하는 것에 동의하겠다"고 제안했다. "어차피 할 합당이면, 그리고 조건도 지분도 요구하지 않는다면 입당과 뭐가 다르냐"는 것이다.

안 후보는 "내 목적은 내가 후보가 되는 게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이기는 것"이라며 "(그러려면) 4번 지지자와 2번 지지자 모두를 합쳐서 이기자는 것이다. 그런 제 진정성을 알아달라"고 부정적 취지의 답변을 했다.

오 후보는 그러나 "단일후보가 되면 우리 당과 공동선대위를 출범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러면 선대위원장은 천상 김종인 비대위원장 아니냐. 그런데 어제 오늘 김 비대위원장에게 '섭섭하다', '옹고집', '상왕(上王)' 등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는 표현을 썼던데 이런 상태에서 조직·자금 지원이 필요한 선대위 운영이 잘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오 후보는 또 "듣기 거북하겠지만, 안 후보는 정치를 시작하고 점점 리더십이 '축소 지향'"이라며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때 119석이었다가 2016년 국민의당 39석, 바른미래당이 한 30석, 지금 국민의당이 3석이다. 이렇게 대표를 맡은 정당의 의석 수가 줄어 왔다. 그런 상태에서 '큰 야당'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과연 지금까지의 안 후보의 리더십과 미래의 리더십이 어떻게 달라지기에 '큰 야권'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느냐"고 꼬집었다.

안 후보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언급하며 '더 큰 야권'을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오 후보는 "윤 전 총장이 검찰에 있을 때 그 분을 영입하기 위해 접촉한 사실을 (언론 인터뷰에서) 말하는 것을 봤는데 실패한 영입을 여러 번 말하는 것을 보고 '저건 아닌데' 했다. 젊은이들도 실패한 소개팅을 주변에 말하면 싫어한다고 하지 않나. 그건 그 분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는 지금의 야당이 새롭게 바뀌고 더 크게 통합해야 가능하다. 야당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서울시장은 이기고 대선은 지는 참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야권 후보 단일화를 통해 공동선대위를 조직해 함께 선거에서 승리해야 하고, 승리한 다음 연정을 하고 당 통합을 이뤄야 한다. 나아가 두 당뿐 아니라 외부의 수많은 지식·능력이 있는 분들이 함께 모여 범야권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이날 오전 회견에서 밝힌 입장을 재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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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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