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투기 사태, 불로소득 환수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무대책' 주택 공급 정책, 투기만 낳을 뿐

지난 3월 2일, 참여연대와 민변에서 발표한 'LH공사 직원들이 신도시 발표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여 광명, 시흥 일대에 100억 원대 토지를 구입하는 등의 사전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수행하는 손발의 역할을 해야 할 공기업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하여 손실보상이나 대토보상을 노리고 부동산 투기에 가담했다는 사실에 공정과 정의를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이 폭발한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금 투기 심리만 조장하는 부동산 공급 정책의 문제를 살펴보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투기 심리를 잠재우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공급 소식은 필히 토지 투기를 불러오고, 그 투기 국면에서 LH공사 직원의 손실보상제를 노린 투기 행태 등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나무 한 그루 가격이라도 더 받아내려는 소유자들의 집요함

LH 직원들이 농지를 매입해서 대토보상을 받을 수 있는 면적으로 지분 쪼개기를 하고, 희귀 수종의 나무를 빽빽하게 식재하는 방식이 문제가 되었다. 이런 방식은 부동산 투기의 일부다. 보상대상 사업지역에 가보면 수목의 밀식(密植)뿐만 아니라, 보상가격을 올리기 위한 각종 편법이 난무한다. 묘목의 밀식으로 인한 보상 투기를 방지하기 위하여, 감정평가사는 단위면적당 적정 식재 기준 수량을 마련하고, 보상투기를 위하여 통상적인 나무의 식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과도한 수량이 식재된 묘목은 손실보상 대상에서 배제한다. 보상지역에 가보면 일반적인 조경수, 유실수 외에도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수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있는데, 대부분은 식재하고 오랜기간 경과되어 이식이 불가능하거나 이식비용이 과도한 경우가 많다.

통상 나무는 대부분 수령이 어린 묘목상태에서 가격이 형성되어 거래된다. 이 시기에 식재하는 것이 고사확률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거래되는 나무가격의 파악이 쉽다. 그렇지만 주택 등 마당이나 농지, 임야에 심어져 오랜기간 뿌리내리고 있는 이 많은 종류의 나무들은 이식도 어렵고, 판로도 마땅치않아 누군가가 매수해줄 만한 것들이 아니다. 환가가치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감정평가사는 감정평가사협회의 수목보상 기준, 조달청이나 조경수협회 등에서 고시하고 있는 수종별 수목가격을 참조하여 수종, 나무의 높이, 근원직경 등을 고려해 보상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시장에서는 실제 거래 가격이 형성되거나 거래가 어려운 나무의 경우에도 보상지역에 편입되면 모두 환가되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보상현장에 나가면 소유자들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라도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서 나무 목록 한줄이라도 더 넣어달라고 감정평가사를 쫒아온다.

그런데 나무 보상금이 전체 보상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통상적으로 전체 보상가 중에서 토지보상액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건물, 수목 등의 지장물에 대한 보상과 영업보상은 10% 미만이다. 특히 영업보상의 경우 인테리어 시설비나 권리금은 보상대상이 아니므로, 이들에 과투자한 이는 제대로 된 보상금액을 받지 못해 보상을 받더라도 실질적인 생활권의 회복에 이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보상금의 90% 이상, 대부분을 차지하는 토지보상금을 높게 받기 위한 편법 수단은 많다. 대표적으로 넓은 농지나 임야에 전용허가를 받아 토지 면적에 비하여 아주 작은 건물을 하나 지어놓고 전체 토지를 대지로 보상받는 등의 고전적 수법이 있다. 최근에는 필지를 쪼개 사용하지도 않을 건물을 여러 동 올리는 방식으로 대지로 전환하는 투기 수법이 등장했다.

보통의 경우 보상을 담당하는 LH공사와 감정평가사들은 보상 투기로 인해 과다한 보상금이 지급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여러 방법을 고민하고 검토한다. 오히려 LH공사에서 보상비를 낮추기위해 과도하게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거나, 보상가격을 통제하려는 듯한 압력이 가해져서 주민들이나 일부 감정평가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그래서 LH공사 직원의 이러한 투기 행태는 더욱 당혹스럽게 느껴진다.

▲공공주택지구 전국연대 대책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는 각 지역 대표자와 주민들이 10일 오후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 앞에서 LH공사를 규탄하고 3기 신도시 공공주택지구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실보상제도의 양면성

서울 근교의 한 신도시 지역을 예로 들어 보겠다. 종전에는 개발제한구역이나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창고나 공장 용도의 건축물은 허가가 나지 않는 지역이다. 따라서 이 지역에 세워지는 건물의 건축물대장상 용도는 대부분 축사, 버섯재배사, 콩나물재배사와 같은 농축산업시설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창고나 공장 등으로 사용되는 건물이 밀집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간 지방자치단체는 (토지 용도와 무관하게) 이 지역에 창고나 공장 등으로 영업허가를 내 주고, 사업자등록도 내 줬다. 버젓이 창고나 공장 용도로 이용되던 건축물의 거래와 임대가 이뤄졌다. 그런데 이 지역이 신도시 보상에 편입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창고나 공장 용도로 이용하는 것은 불법이므로, 원래의 용도인 축사 등의 용도를 전제로 보상이 이루어졌다. 당연히 실제 거래되던 가격의 70% 이하로 보상금이 책정되었고, 소유자들이 크게 반발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정보가 불투명하고, 편법적인 이용에 대한 미온적 행정의 대처로 인하여 오랜기간 관행으로 이용과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사각지대에서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당시 LH공사에서 추천한 감정평가사와 토지소유자 추천 감정평가사 간 보상금액에 30-40% 차이가 발생하였다. 주민들은 보상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편으로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었다고 믿었으나, 결국 행정법원 등에서도 주민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리 헌법 23조는 재산권 보호와 정당보상 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나, 해당 공익사업으로 인한 지가상승분, 즉 개발이익은 배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 어려운 것처럼, 정상적인 지가상승분과 해당 공익사업으로 인한 개발이익 간의 구분도 매우 어렵다. 개발압력이 가해지는 도시 근교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강제 수용으로 인한 보상금을 어떤 수준으로 어떻게 산정하느냐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손실보상금은 자의와 관계없이 삶의 터전을 잃는 토지소유자의 생활권 전반에 대한 회복을 보상하는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과다한 보상금 지급은 공공개발지역의 보상 투기를 만연케하여 누군가는 과도한 불로소득을 누리게 되며, 공공필요에 의한 공익사업을 수행하기 어렵게 만들고, 많은 토지를 보유한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만이 과보호되는 측면의 양면성을 갖는다. 손실보상은 투기꾼과 원주민을 구분할 수 없으며, 토지 등 재산권의 보유 의도와 경위도 따지지 않는다.

개발과 강제수용제도는 삶의 터전을 잃고 강제로 떠나야 하는 원주민들과, 개발을 바라보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투기자를 양산한다. 또한 누군가가 살아오던 자리를 흔적없이 밀어내고 아파트를 건설하여, 이를 통하여 돈을 벌고자 하는 또다른 투기자를 양산한다. 사람들의 삶의 흔적과 양태는 다종다양한데, 획일적인 보상 기준은 완벽히 공정한 보상을 어렵게끔 한다. 결국 사람들의 관심은 가장 판별하기 손쉬운 토지소유권에 집중되니, 손실보상 그 자체만으로도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킨다.

부동산 불로소득, 새로운 LH 사태 낳을 뿐

고도성장기를 거치며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불로소득을 누려오는 것을 보아 왔다. 우리는 신도시개발사업, 도로개설사업을 비롯한 수많은 토건사업을 통하여 경제성장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이로인하여 심화하는 자산편중의 문제를 해소하고, 불로소득이 공정하게 환수되는 제도를 만들지 못했다. 공정과 정의를 외치던 문재인 정부는 불로소득 환수를 위한 근본적인 정책을 제때 내지 못하고, 미봉책에 불과한 수십차례 대책만 남발한 나머지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였다. 오히려 현 정부 들어 부동산가격이 더욱 폭등한 것이 현실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문제 대책으로 3기 신도시를 비롯한 더 많은 개발사업을 선택했다. 이제 대한민국의 남녀노소를 불문한 평범한 사람들은 부동산에 대한 환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택지개발을 통해서 공급되는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에 쌈짓돈을 모아 투자하는 대열에 뛰어들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부동산 가격은 더욱 상승하고 있다. 급기야 공공사업을 수행하여야 할 LH공사 직원까지 부동산 투기대열에 뛰어들었다는 점은 부동산 투기대열에 탑승하지 못한 많은 이들을 분노케하지만, 사실 LH공사 직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2월 전격 발표된 광명, 시흥 신도시에 편입되는 지역 중 하나인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2020년도 토지 거래건수 224건 중에서 163건, 2019년 토지 거래건수 59건 중 25건, 2018년 토지거래건수 224건 중 161건, 2017년 토지거래건수 164건 중 90건이 토지 지분거래였다. 거의 사용가치가 없는 개발제한구역 등의 임야를 헐값에 사들여 투자가치가 있는 것처럼 속여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으로 팔아넘기는 전형적인 기획부동산의 임야 지분쪼개기 거래다. 과림동의 4개년치 총 토지거래건수 671중 65%에 이르는 439건이 기획부동산의 지분거래로 추정되는 거래인 셈이다. 과림동 한 지역의 거래건수만 분석해도 이 정도인데, 전체 사업예정지로 범위를 넓혀보면 어마어마한 피해자가 나올 것이다. 임야 지분 매수자들은 대체로 평당 거래가격 50만 원에서 100만 원 수준으로 토지 지분을 매입하였는데, 보상지역에 편입된다고 하더라도 자신들이 매입한 투자금액을 보상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오랜 기간 개발예정지로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리던 지역에서 이렇게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사실상 사기에 가까운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기획부동산에서 판매하는 임야를 사들인 이 사람들이 투기꾼일까, 피해자일까?

보상예정지로 종종 거론되거나 도시 근교의 개발압력을 받고 있는 농촌지대, 개발제한구역의 거래가격은 현재 토지의 이용가치에 대비하여 높게 형성된다. 실제 경작을 할 사람만이 농지를 소유하게 하며, 매수시점에 영농계획서 등을 통하여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도록 하고 있는 농지법은 무용지물이다. 농지는 허술하게 관리되고, 실제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농업법인을 설립하여 사실상 농지를 투기대상으로 삼는 이들의 행태 또한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농지가 투자대상이 되다보니 농지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지만, 농사지을 사람은 점점 없어져 외국인 노동자들이 기존 농업인력을 대체하는 모습이 현실이다.

농사를 짓기 위한 목적만으로 농지를 구입하는 것은 타산이 전혀 맞지 않는 일이 되고 있다. 보상지역에서 경영 목적의 농지 소유자와 투자 목적의 농지 소유자에게 각각 다른 기준으로 토지를 보상해주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신도시 개발 열풍은 농지든 임야든 가리지 않는 모든 토지를 투자목적으로 만든다. 부동산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 갖고 있는 소액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쓸모없는 땅의 지분을 쪼개파는 신종 사기 수법이 수십 년째 근절되지 않는 실정이니 토지가격은 이용가치와 괴리되어 점점 더 높아진다.

헌법상 정당보상이라 명명되는 보상가격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되, 개발기대감과 투기적 성격이 더해진 실거래가격과 당해 개발사업이 발표되기 이전, 즉 당해 사업으로 인한 개발이익이 배제된 실거래가 중간의 그 언저리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개발사업 발표 이전에도 이미 이런저런 이유로 부동산 가격은 턱밑까지 높아져 있는 상태이다. 그러다보니 높은 투자가치를 기대한 투자자나 기획부동산으로부터 턱없이 높은 가격에 토지를 매입한 토지소유자들의 경우 매입한 금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상금을 받기도 한다. 또한 실제 오랜기간 농업을 경영하던 농민이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지가상승분이 반영된 실거래가 기준으로 보상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보상금이 풀리면서 인근지역의 토지가격이 더 크게 상승하기 때문에 대체 토지를 구입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원토지소유자들의 재정착을 돕고, 현금보상시 주변 토지가격을 더 상승시키는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마련된 것이 대토보상제도인데, 제도의 맹점으로 인하여 투기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면, 문제점을 인지한 시점에서 투기수단으로 활용되지 못하도록 제도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 일을 해야 할 이들이 LH공사 직원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오히려 이 허점을 자기 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투기수단으로 활용하였다니 허탈할 따름이다.

▲투기 수단을 제대로 억제할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시행되는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이 투기 수요를 자극할 것임은 자명하다. 사진은 지난 7일 서울 영등포구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연합뉴스

투기를 위한 개발이 아니라 불로소득 환수와 이용 중심의 부동산 정책으로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 환수 없는 개발과 공급 정책은 마치 목마른 사람이 바닷물을 마시는 것과 같다. 아무리 바닷물을 들이켜봤자 더욱더 갈증을 증폭시킬 뿐이고, 결국은 인체 세포 내의 체액보다 농도가 높은 바닷물쪽으로 우리 몸의 수분이 빠져나가 더 심각한 탈수로 이어진다. 아무리 기존의 도시근교 농지와 임야를 밀어내 새 아파트를 지어봤자 건설사들의 배만 불리고, 이를 자산증식과 투기 수단으로 삼는 자들의 손에 떠넘긴다면, 신도시 공급 정책은 헌법 23조에서 말하는 '공공필요'가 아니라 '자산가를 위한 양극화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신도시 개발지역의 토지 투기에 가담한 LH공사 직원에 대한 처벌과는 별개로, 대한민국에 퍼져있는 투기 바이러스를 박멸하기 위하여 불로소득 환수를 위한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일을 공공 필요성을 엄격히 따지지 않고 개발, 공급이라는 답만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공급 확대 정책으로 발생하는 이익을 통하여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만 하는 LH공사 조직 자체의 위상과 기능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공정과 정의를 외치던 문재인 정부에 희망을 가졌던 많은 국민들은 지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실망하였고, 이번 LH공사 직원의 투기 의혹으로 인해 그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2020년도 합계출산율은 0.84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인류 역사에 유례없는 출산율이다. 그 중심에 대다수 국민에게 절망만 안기는 부동산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투기에 목마른 국민들에게 불로소득 환수와 투기심리 진정 없이, 새아파트 공급 대책을 부동산 정책이라고 내놓는 것은 목마른 사람에게는 바닷물을 마시게 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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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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