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김군 여유 있었더라면"…안철수 '흑역사' 들춰낸 금태섭

단일화 2차 토론 공방, 한솥밥 먹던 시절 안철수 '소통 부족' 공방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금태섭 무소속 후보가 25일 오후 2차 단일화 토론에서 다시 맞붙었다. 이번 맞토론에선 안 후보가 지난 2016년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사망사고 당시 "여유가 있었더라면"이라고 SNS에 썼다가 지운 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날 유튜브 방송을 통해 중계된 토론회에서 금 후보는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메트로의 적자 문제와 그로 인한 안전관리 업무 외주화 문제 등을 지적하면서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구의역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 (그런데) 안 후보는 참사 당시 '조금만 여유가 있었더라면 덜 위험한 일을 택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글을 올렸었는데 저는 큰 충격을 받았다"고 4년 전 안 후보의 '흑역사'를 들춰냈다.

금 후보는 "구조적 문제,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누군가는 위험한 일을 혼자 해야 한다. 안 후보 말대로 피해를 입은 분이 덜 위험한 일을 선택했다면 (다른 사람이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 후보는 이어 "SNS에 이 글을 올린 것을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었는데,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고 안 후보에게 질문했다.

안 후보는 재정적자 만성화 등의 문제에 대해 공감을 표하면서도 자신의 SNS 관련 논란에 대해서는 "그 발언이 트위터에 올라갔을 때 제가 다시 확인해 보고 '아, 이건 오해를 살 소지가 있겠다' 해서 고쳤다"며 "고쳤다는 것은 본인 스스로 뭐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던 것 아니냐"고 했다. 안 후보는 그러면서 "그런데 예전 그것을 가지고 주로 현 정부의 극성 지지자들이 과도하게 공격했던 것"이라며 비판자들을 탓했다.

안철수 "이번 시장은 코로나 시장, 1년 후 다음 시장이 '포스트 코로나'"?

2차 토론 역시, 지난 18일 1차 토론 때와 마찬가지로 금 후보가 주로 공세적 입장을 취하면 안 후보는 방어에 주력하며 간간이 반격을 가하는 형세로 진행됐다.

예컨대 사회자의 첫 공통 질문은 "박원순 시장 체제의 서울시정에서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비교적 평범한 것이었는데, 안 후보는 '부동산 문제', '경기 침체' 등의 답을 한 반면, 금 후보는 "시정(市政)을 본인의 대권 도전의 발판으로 여겼다는 것"이라며 "(박 전 시장은) 중반 이후로는 대권욕에 물든 서울시장이었다. 정치적 욕심이 과한 사림이 시장이 되면 이런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고 뼈 있는 대답을 했다.

금 후보는 토론회 전체 마무리 발언에서도 "낡은 정치는 지겹다. 선거 때마다 나서서 지는 후보도 이제 그만 보고 싶다"고 하는 등 시종 도전적 태도를 유지했다.

안 후보는 말실수에 가까운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이야기하던 도중 "사실 이번 시장은 '코로나 시장'이다. 아마 코로나가 내년 중반까지 기승을 부릴 것이고 이번 겨울뿐 아니라 다음 겨울도 고생할것"이라며 "다음 시장부터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서울시장에 도전할 뜻을 밝히면서 차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신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물론 안 후보의 이날 발언은, 자신의 첫 시장 임기는 '코로나 시장'으로, 재선 임기부터 '포스트 코로나 시장'으로 보내겠다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 안 후보에 대해 '서울시장을 발판으로 대선에 도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거둬지지 않은 상태에서 모호한 답변을 한 것이 됐다.

'소통 문제' 또 지적한 금태섭…안철수 "불찰", "죄송하게 생각"

금 후보는 이날도 안 후보의 소통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금 후보는 "제가 안 후보와 마지막으로 일했을 때 안 후보는 김한길 당시 대표와 함께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였고 저는 대변인이었다"며 "당시 의원들이 저를 찾아와 하소연을 했다. 당 대표실은 원래 의원들은 그냥 노크만 하고 들어가 얘기도 하고 같이 담배도 피운다. 김한길 대표실은 그렇게 하는데 맞은편 안철수 대표실은 들어가려고 노크를 하려 했더니 비서가 나타나 '용건이 뭐냐', '약속을 했느냐'고 막더라는 것이다"라고 했다.

금 후보는 "이것은 안 후보가 '사실이 아니다', '몰랐다'고 하면 안 된다. 제가 직접 겪은 일"이라며 "서울시장을 하고 다음에 대선을 나가려면 솔직히 말하고 반성도 해야 한다. 시장이 돼서 지금처럼 하면 시의원들이 저를 찾아와 '시의원이 왜 시장을 못 만나느냐'고 물어볼 것 아니냐"고도 했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그 부분은 제가 몰랐지만 사실이라면 제 불찰"이라며 "제가 인선한 비서실장이 용건 있는사람을 막았다면 잘못"이라고 했다. 또 "어려운 일, 시련을 겪고 현실정치에서 물러나는 등의 과정에서 제가 어떤 점을 잘못했는지 많이 반성했다. 다시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진정성을 갖고 이번 선거에 임한다"며 막판에는 "죄송하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두 후보는 박 전 시장 등 민주당 광역단체장들의 권력형 성범죄 의혹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비판을 쏟아냈다. 금 후보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쓴 책 <김지은입니다>를 들어 보이며 "저는 2018년 3월 안 전 지사를 비판하는 전면 칼럼을 언론에 기고했다. 사람들이 제가 공수처 얘기를 해서 (민주당에서) 욕을 먹었다고 하지만 더 심한 욕을 이 때 먹었다. 안 지사를 왜 비판하느냐는 것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금 후보는 "특히 안 전 지사 선거캠프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욕을 먹었는데, 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당시 안희정 캠프에 있었다"면서 "이때 민주당 의원 중 피해자를 위해 나선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박영선·우상호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저는 이번 선거 본선에서 박영선 후보를 만나면 '제가 그렇게 욕 먹고 나섰을 때 박 후보는 뭘 헀느냐'고 물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금 후보가 "젠더·페미니즘·성평등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 피해자 중심주의가 조롱의 대상이 되고 김어준이 미투 운동에 음모론을 제기할 때 첨예한 사안에서 비판을 무릅쓰고 목소리를 낸 적이 있느냐"고 질문한 데 대해 안 후보는 "여성·아동·성폭력 관련 여러 말씀도 드리고 대안도 냈다. 'n번방'에 대해 정치권에서 제가 제일 먼저 문제 제기를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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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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