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칼럼 "미국은 한국의 대통령 탄핵에서 배워야"

<워싱턴포스트> , '박근혜 탄핵의 교훈' 칼럼 게재...트럼프 유죄 판결 가능성은 낮아

"트럼프는 박근혜가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권력을 남용했다. 미국인들은 그들의 비겁함과 기회주의를 제쳐두고 이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제 미국도 정치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때다. 유권자들은 이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은 당파적(partisan)이지 않다. 한국이 보여주듯 애국적(patriotic)이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국이 한국의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칼럼이 게재됐다. 지난 2016년부터 4년 동안 한국에서 활동한 저널리스트 모니카 월리엄스는 10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포스트>에 게재된 "나는 한국에서 탄핵과 대통령이 감옥을 가는 것을 지켜봤다. 미국은 이를 통해 배워야 한다"라는 칼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2017년 서울 시청과 광화문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에 여러 차례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미국 정치인들의 해로운 행동에 유권자들이 갖고 있던 무관심과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에 경악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미국으로 돌아왔고, 2016년 자신이 한국으로 떠날 때와 너무나 다른 미국 정치 현실에 대해 2020년 대선 전후로 벌어진 일들을 보고 절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내셔널 몰(워싱턴DC에 백악관부터 국회의사당까지 걸쳐 있는 공원)에는 철조망이 설치됐고, 전국 각주에서 투표를 방해하기 위해 100개 이상의 법안이 도입됐고, 히틀러의 1923년 실패한 쿠데타를 연상시키는 의회 폭동이 있었다. 왜 미국은 한국과 더 비슷해질 수 없을까?"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61년부터 18년간 집권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며, 보수정당의 상징적인 인물이었지만 이런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6년 드러난 '국정농단' 스캔들로 퇴진 요구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범죄 혐의에 대한 한국인들의 분노는 명백했고, 그들은 거리로 나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매주 수천명 그리고 결국 거의 200만 명이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박 전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그러지 않았다(트럼프도 지난 1월 6일 의회폭동 이후 자신 사퇴 요구가 일기도 했다). 대신 몇주 동안 박 전 대통령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매주 노조, 교사, 정치인, 농민 등이 지하철과 버스에서 내려 지정된 장소에서 만나 청와대 근처로 행진하거나 광화문 광장에서 케이팝에 맞춰 춤을 추면서 촛불을 켰다. 내가 인파 속을 걸어갈 때, 한국인들은 미소를 지으며 서로에게, 그리고 내게 음식을 제공했다.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에 대해 경멸과 실망을 표했고, 그들 자신의 당혹스러운 스캔들에 대한 나의 생각을 물었고, 국가의 미래에 대한 그들의 우려를 표명했다. 점점 시위 군중과 함께 경찰도 늘어났지만 최근 워싱턴에서처럼 통제 불능이 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윌리엄스는 결국 국민들의 요구로 박 전 대통령은 2016년 12월 탄핵됐고, 이듬해 3월 헌법재판소에서 해임됐으며, 한국 법원은 그 후 부패와 권력남용에 대한 혐의로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외침이 있는가? 좌파나 중도로부터 큰 압박이 존재하는가? 우파는 언제 들고 일어날 것인가? 팬데믹 사태 때부터 나는 진짜 분노나 행동에 대한 요구보다 밈이나 대통령에 대한 농담을 더 많이 보고 들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그에 대한 비판이 당파를 초월한 징후로 퇴임 직전 34%로 저점을 찍었다. 국회의사당 폭동으로 5명이 사망했지만 미국인들은 여전히 정당 정치(정파적인 정치)를 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필요성을 주장하며 이는 트럼프 측이나 공화당이 주장하듯 "당파적"인 것이 아니라 "애국적"인 행위라고 결론 내렸다.

"펠로시 의장실 점거했던 남성, 전기충격기 소지하고 있어"...민주당, 연일 충격적인 사실 공개

이처럼 언론과 학계에서는 트럼프 탄핵에 대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상원의 탄핵재판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죄' 판결에 내려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탄핵재판에서 민주당은 연일 의회 폭동과 관련된 동영상,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실 등을 공개하며 여론 공세를 펴고 있다. 탄핵재판 이틀째인 10일 하원 탄핵소추위원인 스테이시 플래스켓 의원은 지난달 6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무실을 점거했던 리처드 바넷이 당시 95만 볼트짜리 지팡이 모양의 전기충격기를 소지하고 있었다는 FBI 수사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탄핵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기 위해선 공화당 의원 중 17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지 않다(상원의원 100명 중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지난 9일 상원에서 진행된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재판의 위헌 논란과 관련해 '합헌'이라며 민주당 의견에 가세한 공화당 의원은 6명이 불과했다.

상원은 이르면 다음주 초에 표결을 통해 최종 유무죄 여부를 결론 내릴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예상하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미국이 배워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워싱턴포스트> 칼럼. ⓒ워싱턴포스트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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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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