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아파트 화재현장의 '숨은 영웅들'...이삿짐센터 직원서 식당 모녀까지

익산 하나익스프레스 직원들 사다리차 이용 구조대기...상가 식당 모녀는 대피 주민 보호

▲사진은 9일 군산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이삿짐을 옮기던 익산 하나익스프레스 직원들이 이삿짐 운반 사다리차를 이용해 7층에서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던 중년 여성(적색 원)을 구조하기 위해 사다리차를 7층에 대고 있는 모습 ⓒ프레시안(김정훈), 익산 하나익스프레스

전북 군산 15층짜리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가 자칫 대형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에서 위험을 무릎쓰고 구조 작업에 주저하지 않았던 숨은 영웅들로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았다.

9일 오전 9시 59분께 군산시 장재동의 15층짜리 아파트 101동 7층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화재 현장에서는 불이 나기 전인 오전 8시부터 이삿짐을 내리기 위해 이사짐센터 업체인 '익산 하나익스프레스'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화재가 난 101동 반대편 15층에서 사다리차를 이용해 이삿짐을 한창 내리고 있던 익산 하나익스프레스 직원들의 눈에 시커먼 연기가 아파트를 에워싸고 있었다.

화들짝 놀란 하나익스프레스의 직원 3명은 15층에서 비상계단을 이용해 서둘러 1층으로 내려왔고, 아파트 위를 쳐다보면서 상황을 살폈다. 당시에는 아직 현장에 119 소방대원들이 도착하기 전이었다.

연기가 자욱하게 새어 나오던 7층을 둘러보던 하나익스프레스 직원들은 한 중년 여성이 7층 복도 계단에서 "살려달라"는 외침을 들었고, 연기 속에서 구조를 요청하는 여성의 애타는 모습을 확인했다.

한 순간의 망설임 없이 이들은 15층에 대고 있던 사다리차를 접어 7층 복도 창가에 사다리차를 올렸다. 여성을 사다리차로 구하려던 찰나 다행히도 소방대원들이 도착했고, 구조를 요청하던 여성은 다행히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하나익스프레스측에 사다리차를 7층에 머물게 해 줄 것을 요청했고, 다급한 요청을 받은 업체 직원들은 화재 진화가 마무리도리 때까지 소방대원들과 한마음으로 움직였다.

익산 하나익스프레스 이삿짐센터 직원인 이수환(42) 씨는 "어느 순간에 불과 연기 속에서 주민들이 구조를 요청할 지 모르기 때문에 소방대원들의 요청에 당연히 응했다"면서 "무엇보다 7층에서 구조를 요청한 중년 여성을 구하기 직전 소방대원에 의해 더욱 안전한 상태로 구조될 수 있어서 안도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익산 하나익스프레스 업체 직원들처럼 화재 현장에서 대피한 주민들의 놀란 가슴을 달래고 안아준 또 다른 시민도 있었다.

ⓒ프레시안(김정훈)

화재가 난 아파트 상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변용임(67) 씨와 그의 딸 김미경(46) 씨가 바로 그들이다.

변 씨 모녀는 이날 잠옷 차림에 황급하게 아파트를 빠져 나온 초등학생 4명을 비롯해 연로한 어르신들을 음식점으로 대피시킨 뒤 놀란 가슴을 어루만졌다.

대피한 주민들은 변 씨 모녀가 제공한 음료로 목을 적시며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고, 또 젼 씨 모녀가 아낌없이 내어준 마스크를 착용한 뒤 화재 진화가 끝날 때까지 화재 위험으로부터 피할 수 있었다.

한편 이날 불로 아파트 주민 1명이 손에 화상을 입고, 13명은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 또는 현장에서 치료를 받는가하면 아파트에 있던 주민 52명이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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