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시즌2...'트럼피즘' 해소냐, 정치적 블랙홀이냐

탄핵 추진시 정치 분열 심화 우려...'트럼피즘' 해소 못하면 정치 불안 계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두번째 탄핵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6일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한 충격적인 국회의사당 무장 폭동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빠르면 12일 탄핵안 표결...펠로시 "수정헌법 25조 발동 어려우면 탄핵"

민주당은 '내란 선동' 혐의로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빠르면 11일(현지시간) 발의할 예정이라고 미 현지언론들이 보도했다.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인 제임스 클라이번 의원은 10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빠르면 12일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민주당 하원의원 210명이 탄핵안에 서명했다고 한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CNN과 인터뷰에서 "11일 오전 하원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를 해임시킬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것을 시도하겠다"며 "만약 공화당의 반발로 만장일치 통과가 어려우면 탄핵을 바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2019년 12월에도 하원에서 탄핵 당했다. 트럼프가 그해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간 전화통화에서 당시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였던 조 바이든 부통령(현 대통령 당선인)과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우크라이나 검찰 수사를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원을 통과한 탄핵안은 2020년 2월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의 탄핵재판에서 기각돼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민주당이 발의안 탄핵안이 이번에도 하원에서 통과된다면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임기 내 2번이나 하원에서 탄핵된 최초의 대통령이 된다. 민주당이 여전히 하원 다수당을 점하고 있어 탄핵안이 발의된다면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민주당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9일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탄핵 필요성에 대해 "더 심각한 해악으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해야 한다. 그가 대통령직에 있는 하루 하루가 이 나라에 위험하다"면서 "그는 트위터 게시물, 연설 등을 통해 분명히 반란을 선동했고 의회는 이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물러나라"...미 국민 56% "트럼프 해임 혹은 탄핵 찬성"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사퇴 내지는 해임을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다른 때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상원의원들 중에는 리사 머코우스키(알래스카), 팻 투미(펜실베이니아), 벤 새스(네브라스카) 의원이 트럼프의 사퇴를 촉구했다.

하원의원들 중에는 애덤 킨징어(일리노이) 의원, 트럼프 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인 존 켈리, 메릴랜드 주지사 래리 호건 등이 트럼프가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혔다.

의회 폭동 사태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해 트럼프가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에 미국민 절반 이상이 찬성하는 등 탄핵을 지지하는 여론도 여느 때보다 높다. 10일 ABC방송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입소스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6%가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가 해임되거나 의회에서 탄핵돼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를 반대하는 의견은 43%에 그쳤다. 지난 2019년 트럼프에 대한 첫번째 탄핵에 비해 찬성 의견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고 이 언론은 보도했다.

임기 끝나도 탄핵 가능...'대통령 트럼프'가 아닌 '정치인 트럼프'에 대한 견제

대통령이 자신의 부통령에 대한 공격 등을 선동해 의회에서 무장 폭동이 일어난 일 자체는 충분히 탄핵 사유가 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의 임기가 불과 10일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탄핵이 가져오는 실질적인 이득이 무엇인가를 물을 수 밖에 없다.

우선 탄핵은 임기가 끝난 공직자를 상대로도 성립되고 실제 전례도 있다. 지난 1875년 율리시스 그랜트 정부에서 윌리엄 벨크냅 전쟁장관이 뇌물 혐의로 사임했으나 상원이 탄핵재판을 진행했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실제 민주당이 아무리 초고속으로 추진한다고 해도 트럼프 임기 내 탄핵 절차를 마무리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이든 정부 출범 전까지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인데, 공화당은 탄핵을 반대하고 있다. 미치 매코넬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1월 19일 전까지 상원 회의를 소집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메모를 통해 전달했다고 한다. 트럼프 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때문에 하원에서 아무리 빨리 탄핵안을 통과시킨다고 하더라도 상원의 탄핵재판은 트럼프 임기가 끝난 뒤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상원에서 탄핵재판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유죄 판결이 나올지는 의문이다. 탄핵재판에서 가결되기 위해선 3분의 2 이상의 의원이 찬성해야 한다. 따라서 공화당 의원 중 17명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야 하는데 현재로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탄핵은 추진하는 것에 대해 트럼프 탄핵은 '대통령 트럼프'가 아닌 '정치인 트럼프'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 가능하다.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의 행위는 그 자체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였다.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은 무력으로 선거 결과를 뒤집고 권력을 연장하려고 했다. 게다가 트럼프의 임기는 끝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의 집단화, 세력화는 여전하다. 이들 지지세력을 바탕으로 트럼프는 2024년 대선 재도전 의사를 이미 밝힌 바 있다. 이런 흐름을 끊어내지 않는 한 미국은 정치적 안정 뿐 아니라 민주주의 자체가 도전 받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

트럼프의 임기가 끝나더라도 극우세력을 등에 업고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것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 탄핵이 이런 수단 중 하나로 활용될 수 있다. 트럼프의 성격상 비판 여론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당장은 고개를 숙이며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약속하고 의회 폭동 행위자들을 비난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다시 말을 바꿀지 모른다. 의회 폭동에 대한 처벌을 통해 트럼프와 극우주의자들에 최대한 타격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상원에서도 탄핵안이 통과된다면 제도적으로 트럼프의 2024년 대선 재도전을 금지할 수 있다. 미 연방헌법에 따라 탄핵이 성사될 경우 별도 표결을 통해 탄핵 대상이 다시 공직을 맡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공직 금지는 상원 과반이 찬성하면 된다.

공화당 지지자들 80% 이상은 "사퇴 반대"...바이든 취임 초기 '트럼프 탄핵'으로 진흙탕 될 우려도

문제는 '트럼프 탄핵'이라는 이슈 자체가 바이든 정부의 출범 자체를 흙탕물로 만드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다. '탄핵'이라는 이슈가 그 자체로 다른 이슈를 다 잡아 먹어 버리는 '정치적 블랙홀'의 성격을 갖는다.

게다가 여전히 공화당 지지자들의 절대 다수는 트럼프를 옹호하고 있다. ABC-입소스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 지지자들 중 트럼프 사퇴에 찬성하는 이들은 13%에 불과했다. 켄 벅, 칩 로이, 톰 매클린톡, 토머스 매시, 마이크 갤러거 등 공화당 하원의원 7명은 이날 바이든에게 서한을 보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경제침체로 힘든 시기에 미국을 더 산만하게 할 것"이라며 하원에서 탄핵 절차를 밟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의사당 사태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트럼프 탄핵에 대해선 "나라를 더욱 분열하게 할 뿐"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클라이번 의원도 CNN과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의제를 실행하는데 100일을 주자. 그리고 그후 어느 시점에서 탄핵 소추안을 상원에 보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첫번째 과제는 트럼프가 최악으로 만들어 놓은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하는 일이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사망자는 10일 현재 37만 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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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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