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급증하는데 코로나 치료제는 무용지물?

[안종주의 안전사회] '코로나 치료제' 아직 갈 길이 멀다

코로나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유럽뿐만 아니라 일본, 한국에서 공통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특히 최근 한두 달 사이에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개발돼 현재 긴급 사용 중인 2종의 치료제와 우리나라에서 개발돼 임상 2·3상 단계에 있는 항체 치료제 등이 사망자를 줄이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지난 3일 이미 35만 명을 훌쩍 넘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 사망자의 10배가 넘는다. 영국도 하루 사망자가 1천명을 넘어 7일 하루 사이 1,162명이 숨졌다. 일본에서는 최근 며칠 동안 하루 평균 코로나 확진자가 3천명을 넘어서고 7일에는 7,568명으로 폭증하자 도쿄도 등 네 곳에 긴급사태를 선언했다. 누적 사망자 수는 인구 비례로 볼 때 우리(1,081명)보다 조금 많은 3,899명으로 집계됐다.

미국이나 다수 유럽 선진국들에 견주어 우리나라는 확진자와 사망자 발생이 비교 대상이 안 될 정도로 상대적으로 미미한 편이다. 하지만 12월 들어 확진자 수가 그 이전과는 확연하게 다르게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사망자 또한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 그것도 최근에는 하루 30~40명대를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늘어 방역 당국을 긴장케 만들고 있다.

최근 사망자 지속적으로 늘어 획기적 치료제 시급

지금까지는 확진자 수 증가와 사망자 수 증가가 비례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1월 들어서는 확진자 수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사망자는 외려 증가하는 반비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망자 수 증가 억제가 케이방역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감염될 경우 위중증 환자로 진행되기 쉬운 고령 기저질환자가 코로나에 걸리지 않도록 사전예방을 철저히 하는 것이다. 이는 코로나 유행 초기부터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고령자들이 거주하는 요양원·요양병원 등에서 집단감염이 잇따르면서 사전예방은 공염불이 되고 있다.

사전예방에 실패할 경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감염자가 위중증으로 발전하지 않고 또 위중증 환자가 사망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때 의료 처치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진이 환자를 대상으로 산소치료 등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고 있음에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중증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효과적 치료제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이다.

효과적 치료제에 대한 섣부른 기대는 금물

백신이 확진자 수 증가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라면 치료제는 완치 기간을 단축하고 사망자를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 도구이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개발돼 사용 중이거나 임상시험 중인 코로나 치료제가 몇몇 있지만 이들은 이런 기대를 만족시킬만한 치료 효과를 보이지 않고 있어 우리를 곤경에 빠트리고 있다.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치료제는 언제쯤 나올 것인가? 아니면 코로나19에 특효약과 같은 강력한 효과를 지닌 치료제 개발은 불가능한 것인가? 이와 관련한 전망을 내놓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전에서 쓰이고 있거나 임상시험 중인 치료제가 보인 효과를 보면 큰 기대를 거는 것은 섣부를 수 있다.

제약회사와 과학자들이 앞 다퉈 뛰어들고 있는 치료제 개발 전쟁에 등장한 치료제는 크게 △항바이러스제(렘데시비르 등) △중화항체치료제(미국의 리제네론과 셀트리온 등의 항체치료제) △혈장분획치료제(GC녹십자 등) △면역조절제(덱사메타손 등)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혈장치료제는 완치자의 혈장이 필요해 원료 공급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면역조절제는 일부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면역반응을 억제해주는 구실만 하는 제한적인 용도로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제로서 한계를 지니고 있다.

국내 15개 제약사 치료제 개발 전쟁, 성과 불확실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15개 제약회사들이 말라리아, 췌장염약, 관절염약, 인플루엔자약, 천식약, 항응고제 등 다른 용도로 써오던 의약품을 코로나19에 적용하거나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해 항체치료제를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임상 1상 내지 2상 시험 중이며 몇몇 회사는 3상 임상시험 진입 단계에 있다.

이 가운데 현재 가장 앞서 가고 있는 것은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레그단비맙)란 유전자재조합 중화항체치료제로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에 존재하는 중화항체 유전자를 선별하고 선별·채취한 유전자를 대량 생산이 가능한 숙주 세포에 집어넣어(재조합해) 세포 배양 과정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식이다.

기존에 치료제로 허가된 ‘베클루리주’(렘데시비르)는 세포 내 감염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하는 반면, 이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인체 세포 결합 부위에 항체치료제가 대신 결합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 정맥 주사제로 1시간반 동안 투여한다.

이 치료제는 경증부터 중등증까지의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하며 중증 환자는 치료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셀트리온은 앞으로 임상 3상 시험을 통해 경증~중등증의 코로나19 환자 720명을 대상으로 산소 치료가 필요하거나 입원하는 등 증상이 악화되는 비율이 감소하는지 확인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으나 기대하는 만큼의 좋은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사망자 확실하게 줄일 수 있는 치료제 안 나올 수도

하지만 지금까지 이루어진 1상과 2상 시험을 통해 경증에서 중등증, 특히 중등증에서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확실하게 차단했다는 결과가 아직까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오는 13일 회사 쪽이 국내 심포지엄에서 2상 임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이때쯤 치료제의 위상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치료제는 코로나 종식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전혀 아니다. 그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백신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의약품이다. 감염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망자 감소에 치료제가 크게 기여할 수만 있어도 정말 대단한 일이다.

셀트리온을 포함해 국내 제약회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치료제가 코로나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위중증 환자로 발전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그리 높지 않다. 그러한 잠재력을 확실하게 지녔다면 적어도 지난 몇 달 간 이루어진 임상시험에서 일부 내용이라도 시중에 흘러나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지 국민에게 알려졌지 않았을까.

코로나 치료제가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별 힘을 쓰지 못할 것이란 나름의 예측은 이를 근거로 나온 것이다. 획기적인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그것이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사망자를 줄이는 유일한 전략은 코로나 사망 고위험군 근처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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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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