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은 멈췄지만..."반쪽짜리 중대재해법,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중대재해법운동본부, 단식 농성 멈추며 "법 개정 나설 것"...양대노총도 법 개정 투쟁 예고

산재 유가족과 시민들이 '반쪽짜리 중대재해법'을 만들어낸 정부와 국회를 비판하며 중대재해법 개정과 법의 실효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운동본부)'는 8일 중대재해법 통과 직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법은 경영책임자 처벌, 원청 처벌, 하한형 형사처벌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 운동본부가 법 제정 원칙으로 밝혀온 것들이 담겼지만 형사처벌이나 벌금이 매우 낮고 경영책임자 면책 여지를 여전히 남겼다"며 "가장 큰 문제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적용 제외,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와 같은 '법 적용에서의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운동본부는 "법 제정 과정에서 경제단체들과 보수 경제지, 그리고 정부와 국회의 민낯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며 "경제규모 11위인 한국에서 용광로에 바져 죽고, 떨어져 죽는 전 근대적인 죽음의 고리를 끊고자 하는 노동자, 시민의 요구에 역행하는 경제단체와 정부, 국회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운동본부는 "오늘 제정된 반쪽짜리 법이 온전하고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되도록 개정 투쟁을 강력하게 전개할 것"이라며 "제정된 법이 법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로 실질 집행되고 처벌이 예방으로 이어지도록 전국적인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반쪽짜리 중대재해법 통과에 답답한 마음 표한 산재 유가족

중대재해법 제정을 위해 33일을 단식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한 달 동안 참 힘들었다. 길고 어둡고 험난한 시간이었다"며 "국회 밖에서 투쟁하신 동지 여러분들 덕에 이만큼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걱정했던 것보다 몸은 힘들지 않았고 사람들 만나 이야기하느라 배고픈 줄도 몰랐다"며 "그런데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고 말을 이었다.

김 이사장은 "정치인들이 법 만든다고 약속만 했지 실제로 움직이지 않았다. 성탄절, 연말 연휴 놀고 있는 국회를 보면서 정말 많이 답답했다"며 "법안을 논의할 때마다 법이 깎여나가는 걸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고 힘을 모았는데 '이 정도밖에 될 수가 없나' 실망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고생하고 힘을 모아서 이 정도 법이라고 만들었구나' 그렇게 생각한다"며 "이제 법이 만들어졌지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 법이 정말 사람을 살리는 법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법 적용이 제외된 일터괴롭힘, 법 적용이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 등에서 자식을 잃은 산재 유가족들은 국회를 강하게 성토했다.

일터괴롭힘 산재 사망자인 고 김동준 CJ 현장실습생 어머니 강석경 씨는 "제 아들 동준이는 현장실습을 나갔다 괴롭힘과 폭행에 의해 사망했다"며 "많이 서운하다. 괴롭힘에 대한 의원님들의 인식 부족은 너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강 씨는 "얼마나 더 많이 죽어야만 법의 울타리를 제대로 만들건지 묻고 싶다"며 "이번에 제대로 만들지 않은 그 법안이 많은 사고와 자살공화국을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50인 미만 사업장 산재 사망자인 고 김재순 조선우드 노동자 아버지 김선양 씨는 "국회나 문재인 대통령은 5인 미만 사업장이나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며 "앞으로 사업주들은 5인 미만으로 사업장을 쪼갤 것인데 그 사업장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희생되는 노동자는 누가 책임지나"라고 답답한 심정을 표했다.

이밖에 이용관 이한빛미디어인권재단 이사장, 고 김태균 건설노동자 누나 김도현 씨, 김주환 대리운전노조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이상진 운동본부 집행위원장 등 중대재해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한 이들이 '반쪽짜리 중대재해법'을 비판하며 법 개정을 위한 노력을 선언했다.

해단식이 끝난 뒤 단식자들은 단식을 멈추고 건강 검진과 회복 등을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달 11일부터 단식에 들어갔던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8일 저녁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본회의 통과 뒤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열린 농성단 해단식에서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양대노총 5인 미만 사업작 적용 제외 강력 비판하며 법 개정 투쟁 예고

양대노총도 이날 법 통과 직후 중대재해법 개정을 위한 투쟁을 예고했다. 이들은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법 적용 제외'를 강력하게 문제 삼았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을 포함한 전태일 3법 쟁취 투쟁을 예고했다.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해 선거 과정에서 제대로 된 중대해재기업처벌법 제정,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전태일3법 쟁취를 위한 올해 11월 총파업을 주장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5인 미만 사업장의 적용 제외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적용 유예로 가짜 50인 미만, 가짜 5인 미만이 속출할 것"이라며 "중대재해 피해자는 계속 발생할 것이고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처벌이 어려워지며 법의 형해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공무원 처벌과 건설업, 조선업 등 발주처 처벌이 빠진 것과 일터 괴롭힘 적용이 빠진 데 대해서도 해당 분야에서 "죽음의 행렬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성과와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난 중대재해법의 취지를 받아 안고 더 이상 노동자가 일하다 다치거나 죽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모든 노동자가 예외 없이 중대해재기업처벌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한 노조법 2조 개정 투쟁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거대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법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아니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차별법'이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살인 방조법'"이라며 공무원 처벌 삭제, 발주처 책임 삭제, 인과관계 추정 삭제 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다시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개정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보완 시행령이 마련될 수 있도록 여당을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해 "중대재해법에서 차별받기 이전에 근로기준법에서도 차별받아왔다"며 "중대재해법 분만 아니라 근로기준법까지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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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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