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만 남은 중대재해법 처리 초읽기...민주당 "최대한의 합의 따른 것"

5인 미만 사업장 제외…"국가가 버린 자식 취급 하는 것" 거센 반발

대폭 후퇴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안이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처리를 앞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최대한의 사회적 합의에 따라 법안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중대재해법은 재해 예방을 위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의무책임 명문화한 것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의 한계를 보완하는 법"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5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현행 산안법으로도 사업주가 직접 처벌 대상이 되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라고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그는 "중대재해법 제정이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끝은 아니다"면서 "살을 에는 한파 속에서 법안 통과를 위해 애쓰신 유가족분들도 이제 단식을 중단해 주실 것을 요청을 드린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여야의 중대재해법안의 대폭 후퇴에 반발하며 29일째 단식을 벌이고 있다.

이낙연 대표도 "여야가 의견을 고루 들어 조정하고 만장일치로 합의한 내용이다 보니 노동계와 경제계 양측의 반발을 받고 있다"며 "어려운 법안을 여야 합의로 마련했다는데 일단 의미를 두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의견이 분분한 사안과 조정을 합의하는 것이 '의회민주주의'의 힘"이라며 "부족하지만 중대 재해를 예방해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새로운 출발로 삼고 앞으로 계속 보완, 개선해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화상 의원총회장 앞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 등이 이낙연 대표에게 온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에서조차 '후퇴' 비판 나와... 박주민 "5인 미만 사업장 배제 타당하지 않다"

지도부의 자찬으로 본회의 처리가 임박한 가운데, 민주당 내에서도 중대재해법 제정안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여야는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경영 책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추고 소규모 사업장은 아예 처벌 대상에서 제외시켜 '누더기', '껍데기' 법안이라는 빈축을 사고 있다.

중대재해법 제정안을 발의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법사위 전체 회의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을 통으로 배제하는 경우는 문제가 있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업종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5인 미만 사업장을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당초 정부안에도 없었던 5인 미만 사업장을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여야가 합의하면서, 노동자 안전의 사각지대를 넓혔다는 지적이다. 전체 산재 사망자의 약 30%가 발생하고 있는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조차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박 의원은 "이 법의 기본적인 아이디어가 된 산업안전법도 적용 범위를 면적이나 근로자 수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있다"며 "5인 미만 사업장을 통으로 배제하는 것은 다시 생각했으면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단식 중인 고(故)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도 5인 미만 사업장이 제외된 데 대해 "절대로 유가족들은 허용할 수 없다"면서 "용납할 수 없다. 국민의힘이 반대해서 처리가 안 된 것이냐"고 민주당을 겨냥했다. 실제로 5인 미만 사업장이 중대산업재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배경은 중소벤처기업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중기부가 실상을 모르고 아주 나쁜 포퓰리즘으로 이번 입법에 응대한 것은 정말 한심하고 유감스럽다"며 "5인 미만 사업장 제외는 배려 아니라 국가가 버린 자식 취급하는 것과 같다"고 질타했다.

이 같은 반발에도 법안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 제정안이 처리될 전망이다.

▲정의당 의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시작 전 5인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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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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