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으로" 선동하던 트럼프 "의회 침입자, 민주주의 더럽혀" 맹비난

의회 폭동 사태 사망자 5명으로 늘어...검찰, 내란음모 수사대상에 트럼프도 포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자신의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에 무장 난입한 사건과 관련해 지지자들을 맹비난하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전날 오전 백악관 앞 연설에서 지지자들에게 "의사당으로 가라"고 선동하고 지지자들의 폭력 사태 직후에 발표한 영상 메시지에서는 "당신들은 특별하다, 우리는 당신들을 사랑한다"고 옹호하던 입장에서 하루 만에 돌변했다.

미국 역사상 초유의 의사당 무장 난입 사건에 대한 미국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 차원의 비난이 쏟아지고 자신에 대한 해임 요구가 빗발치는 것을 의식한 '꼬리 자르기'로 보인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연방검찰은 트럼프도 수사 대상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간접적으로 밝혔다. 마이클 셔윈 워싱턴DC 연방검찰 검사장 대행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의 모든 행위자와 역할을 한 사람을 살펴보고 있다"며 "범죄 혐의 증거가 있으면 기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폭동 참여자들에 대해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전날 있었던 의회 폭동 과정에서 부상 당한 경찰 1명이 이날 추가로 사망해 이번 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5명으로 늘어났다고 CNN이 보도했다.

트럼프 "법 어긴 사람들, 대가 치러야"

트럼프는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미국은 법과 질서의 나라이며 항상 그래야 한다"며 "의회에 침입한 시위자들은 미국 민주주의를 더럽혔다. 폭력과 파멸을 행하는 사람들, 당신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지 못한다"고 전날 의회 테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법을 어긴 사람들, 당신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의회가 결과를 승인했고 새 정부가 1월 20일 출범한다"며 "나는 원활하고 질서정연하며 매끄러운 정권 이양에 집중할 것"이라고 거듭 평화적 정권 이양을 약속했다.

그는 자신의 선거 불복 사태에 대해 "투표의 진실성을 확실히 하기 위한 노력이었다"며 여전히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팬데믹을 언급하면서 "이 팬데믹을 극복하고 지구에서 가장 위대한 경제를 재건하려면 우리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며 돌연 단합, 화해, 치유를 주문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마지막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한 건 내 일생의 영광이었다"면서 "나의 멋진 지지자들에게, 나는 당신이 실망했다는 걸 알지만 우리의 놀라운 여정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단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펜스, 수정헌법 25조 발동 반대...바이든 "시위 아닌 폭도...트럼프가 조장"

전날 있었던 충격적인 의회 난동 사건을 계기로 정치권 안팎으로 트럼프 해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한 목소리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해 트럼프를 퇴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쪽에서도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애덤 킨징어 하원의원 등이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주장했다.

수정헌법 25조는 대통령이 그 권한과 의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부통령이 직무를 대행하도록 허용하는 조항이다. 부통령, 행정부 각료의 과반수가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서한을 의회로 전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펜스는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 경우 의회에서 트럼프 탄핵을 재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트럼프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과 아들 헌터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청한 사건)을 이유로 탄핵을 추진했었다. 당시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지만,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의 탄핵심판에서 기각돼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한편, 바이든은 이날 의회 폭동에 대해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그것은 반대도, 무질서도, 항의도 아니었다. 그것은 혼돈이었고 그들은 폭도, 반란자, 국내 테러리스트들이었다"고 맹비난했다.

바이든은 이날 델러웨어주 월밍턴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지명자 소개에 앞서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특히 이번 사태를 트럼프가 조장했다고 지적하면서 "의회에 대한 공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트럼프의 끊임 없는 공격의 결과다. 미국 대통령들은 법 위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또 전날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경찰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흑인 시위자들이었다면 다르게 대우 받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의회 테러 사태와 관련해 경찰이 충분히 사전에 통제할 수 있었는데 이를 막지 못한 것을 두고 지난해 5월 인종차별 항의 시위 당시와 비교해 비판이 쏟아졌다.

▲ 국회의사당에 집결한 트럼프 지지자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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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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