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트럼프월드'..."일부 각료들 트럼프 강제 퇴진 논의"

오바마·클린턴·부시 "트럼프 지지자들 의회 폭거, 국가적 수치"...공화당도 트럼프 지지자들 비난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벌어진 6일(현지시간) 국회의사당 내 폭동 사태로 1명이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낭떠러지로 몰렸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지지자들을 워싱턴DC로 불러모으면서 끝까지 고집을 피워온 선거 불복 사태가 사실상 의회 내 '테러' 사건으로 귀결되면서 정치적 명분을 잃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각료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퇴진을 강제하기 위한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위한 예비 논의를 벌이고 있다고 <CNN>이 이날 밤 보도했다. 트럼프의 임기가 불과 2주일 밖에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행정부 수반이자 군 통수권자로서 권한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냐는 의문을 충분히 던질만한 사태가 이날 발생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물러날 경우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논의가 트럼프의 퇴출로 이어질 만큼 충분한 수의 각료들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이 언론은 덧붙였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맷 포팅거 국가안보 부보좌관, 크리스 리델 백악관 차장 등이 사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 전.현직 관료들도 비판...공화당도 빠른 '손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트럼프 정부 전현직 관료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유지하는 임무를 맡은 이들을 포함해 다른 이들에 대한 폭력은 국내외에서 용납할 수 없다"며 "무법과 폭동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도 "너무나 충격적이고 경멸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정부 초대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을 지낸 톰 보서트는 "대통령은 여러달 동안 근거 없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훼손했다. 이번 사태는 그의 책임"이라고 정면으로 트럼프를 겨냥했다.

이날 밤 재개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공화당 의원들 다수는 이번 사태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트럼프 지지자들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나도 이런 식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가 끝이 나는 것이 정말 싫다"면서도 "할만큼 했다"며 바이든 승리를 확정짓는 것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미국 상원은 겁먹지 않을 것"이라며 "시위대가 우리 민주주의를 파괴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선거 불복을 강도 높게 비판해오던 밋 롬니 상원의원은 "이번 사태는 대통령이 유발한 것"이라며 "반란 사태"라고 맹비난했다. 롬니 의원은 "적법하고 민주적인 선거 결과를 반대하는 방식으로 트럼프의 위험한 노림수를 계속 떠받치는 이들은 우리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의 공범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등 전직 대통령도 일제히 비난

한편,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등 전임 대통령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동에 대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역사는 오늘 의회에서의 폭력 사태에 대해 국가적인 불명예와 수치로 기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사태가 "합법적인 선거 결과에 대해 근거 없이 거짓말을 계속해온 현직 대통령에 의해 선동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을 명확히 했다. 오바마는 "하지만 우리가 이 사건을 놀라운 일로 여긴다면 우리 스스로에게 농담을 하는 것이 될 것"이라면서 이번 사태가 익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고 비꼬았다.

오바마는 공화당과 보수 언론들에 대해 "이번 선거는 전혀 박빙의 승부가 아니었고 조 바이든 당선인이 1월 20일에 취임할 것이 명확한 데도 이런 사실을 인정하는 것을 거부해왔다"면서 이번 사태를 불러온 공동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오바마는 "이들의 환상적인 이야기는 점점 현실로부터 멀어져갔다"면서 공화당 국회의원들에게 대중들의 분노에 불을 지피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미국을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부시는 이날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나는 대선 이후 일부 지도자들의 무모한 행동과 오늘 보여진 우리의 제도, 전통, 그리도 법 집행에 대한 존경심의 결여에 대해 경악한다"고 밝혔다.

클린턴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번 사태에 대해 비판했다. 클린턴은 "도널드 트럼프와 많은 의원들을 포함한 트럼프의 열렬한 지지자들은 패배한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이 경기에 불을 붙였다. 선거는 자유로웠고, 개표는 공정했으며, 결과는 확정적이었다. 우리는 우리의 헌법이 강제하는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완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지지자 수천명이 6일 국회의사당 앞으로 몰려들었다.ⓒCNN 화면 갈무리
▲의회로 난입한 트럼프 지지자가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 사무실을 점거했다. ⓒCNN 화면 갈무리
▲창문을 깨고 진입하려는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경고하고 있는 국회 경호원들. ⓒCNN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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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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