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은 죄가 없다...누워서 침 뱉기는 그만

[안종주의 안전사회] K방역을 위한 변론

어떤 사안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과 다툼이 있을 때 우리는 공격을 받는 쪽에 소명 기회를 충분히 주어야 한다. 더군다나 지금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으며 그동안 공이 많다고 나라 안팎에서 찬사를 보냈던 것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케이방역 이야기다. 최근 코로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천명을 넘어서는 등 12월 들어 코로나가 지역 사회에서 급격하게 확산하자 그동안 우리 사회의 방역을 지탱해온 케이방역에 대한 공격이 부쩍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케이방역의 약발이 끝났다고 주장한다. 또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4일 “대통령과 정부는 '케이방역' 실패에 진심으로 사죄”할 것을 요구하는 등 케이방역 흠집 내기에 불을 붙였다.

최근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대표 방역 브랜드로 자랑해왔고 또 세계 많은 국가한테서 찬사를 받은 케이방역에 대한 이런 평가가 과연 적절한가? 케이방역은 지고지선의 존재가 아니기에 언제든지 비판할 수 있다. 과거 아무리 영웅이었더라도 나중에 그가 하는 행동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

따라서 케이방역에 대한 비판을 톺아보고 그 적절성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케이방역에 대해 비뚤어진 시각으로 비판하거나 적절치 않은 이유를 내세워 평가하는 것에 차분한 변론이 필요하다. 지금은 바로 그 시점이다.

백신 확보 늑장과 확진자 급증 틈타 케이방역 흠집 내기 고개

케이방역 비판론자들은 “최근 하루 확진자 수가 1천명에 이를 정도에 이른 것은 한마디로 케이방역의 완전한 실패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한다. 일부 비판론자들은 최근 선진국과 달리 코로나 백신 확보 성과가 미흡한 정부를 공격하면서 이를 케이방역과 연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물론 백신 확보와 케이방역은 서로 관련이 없는 독립된 사안이다.

케이방역은 코로나와 관련한 정보를 신속하게 국민에게 투명하게 알리는 방역 행정에다 감염 의심자와 함께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을 대상으로 신속검사(Test)-추적(Trace)-격리치료(Treat)를 한 묶음으로 해 이루어지는 방역 시스템이다. 이것이 잘 작동되면 감염 확산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케이방역은 이 시스템을 잘 작동하기 위한 검사 인력과 검사 도구, 도보 이동형 검사와 승차 검사 등과 같은 안전한 검사 시스템, 그리고 역학조사 능력, 충분한 격리·치료 병상 확보 등이 필수적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구멍이 나면 케이방역 시스템은 삐걱거리고 나중에는 작동을 멈추게 된다.

케이방역은 무증상 감염자가 많을수록, 또 확진자가 급증할수록 제 구실을 할 수 없다. 미국이나 대다수 유럽 국가.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은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곳에서는 이 시스템을 적용할 수 없고 적용하더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국민이 주역 맡은 케이방역, 확진자 급증은 그 때문이 아냐

예를 들어 하루 확진자 수가 20만 명 넘게 나오는 미국의 경우 이들이 감염 상태로 지낸 것으로 의심되는 기간 동안 한 명의 확진자가 밀접 접촉을 했을 것으로 보는 사람의 수가 평균 10명이라고 하자. 케이방역 시스템을 적용한다면 매일 2백만 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동선과 활동 내역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평균 접촉자가 10명이 아니라 20명이라면 하루에 해야 할 역학조사 대상자는 4백만 명으로 늘어난다.

따라서 케이방역 시스템은 이미 코로나가 크게 창궐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벤치마킹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만 하루 확진자수가 그리 많지 않아 인력과 물자를 동원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나라에서는 이를 본떠 확산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케이방역 시스템은 검사 인력의 전문성과 검체 채취 보건의료인의 능력과 헌신, 그리고 이를 일사분란하게 잘 지휘할 수 있는 방역 컨트롤타워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잘 돌아갈 때 위력을 발휘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요인은 공동체 구성원이다. 의심되는 사람은 지체 없이 검사를 받고 역학조사 대상자들은 자신의 동선을 숨김없이 털어놓아야 한다.

케이방역 덕분에 우리는 그래도 살만한 세상에서 지내

우리 사회에서는 지난 2~3월과 8~9월 두 차례 케이방역 위기가 있었지만 이를 슬기롭게 잘 극복했다. 국민과 보건의료인, 방역 당국과 정부·지자체가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누적 확진자와 환자, 신규 확진자 발생 규모에 견주어 대유행 국가보다 더 강하거나 비슷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오랫동안 지속하면서 시민의 피로감이 커졌다.

이 때문에 사회가 아무리 강조해도 방역 수칙 등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것이 실내 활동이 대폭 늘어나는 겨울과 맞물려 케이방역이 온전히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됐다. 일각에서는 이를 케이방역의 실패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비판자들은 케이방역에 대해 무결점과 무오류의 전지전능성을 부여한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이를 두고 실제 케이방역의 실패라고 판정하는 것은 적절한 평가가 결코 아니다. 그동안 케이방역은 잘 작동해왔다. 오롯이 국민 덕분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코로나 확산으로 전전긍긍하고 통제에 대해 반발 시위를 벌이며 경제가 추락할 때 그래도 대한민국은 상대적으로 숨 쉬며 살만하지 않았는가.

우리는 케이방역의 꿀을 그동안 많이 맛보았다. 최근 들어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서 케이방역이 꿀이 아니라 독이라고 말하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나 다를 바 없는 언행이다. 케이방역의 실패라고 한다면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실패이자 대한민국 국민의 실패를 말하는 것과 같다. 케이방역은 결코 문재인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케이방역의 열매와 허물은 모두 우리가 만들고 우리가 가꿔온 것이다.

이낙연, 전 국민 자가 검사는 비현실적이고 황당한 주장

케이방역에 대한 일각의 공격에 대응하고 이와 함께 최근 확진자 급증을 잠재우기 위해 여당은 신속진단도구를 사용해 전 국민이 자가 검사하는 방안을 꺼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의료법상 어렵지만, 위기에는 기존 체계를 뛰어넘는 비상한 접근이 필요하다. 국민 누구나 손쉽게 신속진단키트로 1차 자가 검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추가로 정밀검사를 받도록 하면 어떨지 논의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발상과 전략은 잘못됐다. 신속항원검사법은 지금 우리가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유전자증폭(PCR)검사보다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따라서 이런 주장은 확진자를 정확하게 가려내지 못하는데서 오는 심각한 사회 혼란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검사법으로 전 국민을 검사하겠다는 생각은 분명 문제가 있다. 전 국민을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전 국민에게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정답이다. 새로운 정책을 펼 때는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해 차분하게 펼칠 것을 주문하고 싶다.

하나 더 덧붙인다면 50만 명이나 1백만 명도 아니고 5천만 명이 넘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동시에 코로나 검사를 하자는 주장 자체가 황당한 발상이다. 이런 식의 대응은 케이방역의 무고를 제대로 변론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케이방역에 흠집을 내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논리적이며 담담하고 차분하게 변론을 펴는 자세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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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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