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코로나 방역 성공과 실패 국가를 갈랐나?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⑤

코로나19와의 전쟁이 1년을 맞고 있다. 지구상에서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인류는 자신의 생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 경험은 고통스런 것이었고 대다수의 삶을 바꾸어놓았다. 그리고 지겹고 불안한 삶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힙겹게 지내고 있다.

우리는 지난 1년간 코로나19에 얼마나 잘 대처해왔는지를 살펴보고 코로나가 일상이 된 현실을 어떻게 현명하게 타개해나갈지를 성찰해야 한다. 정치가 과학을 무시하거나 과학 위에 군림할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코로나19에 잘 대처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 시대에 나타난 인간의 군상들은 어떠했는지 톺아보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 불안에 빠진 사람들을 겨냥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품과 상품을 파는 장사꾼들과 이들의 홍보꾼으로 전락한 언론의 부끄러운 모습도 다시금 되짚어야 한다. 방역 우선이란 무기를 앞세워 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일은 없었는지 살피는 것은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성찰이다.

코로나가 바꾼 세상과 앞으로 바꿀 세상의 모습은 어떠할 지에 대한 통찰과 분석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그리고 각자도생과 각국도생이 아니라 국제협력을 바탕으로 코로나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없는 한 코로나가 지구를 떠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하나씩 냉철하고 과학적으로 톺아보고 이를 토대로 코로나 일상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개인과 국가, 세계가 터득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코로나 전쟁에서 최후의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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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낙제 국가는 재수강해도 A학점은 거의 불가능

코로나 1년 동안 각 나라들은 나름대로 자신들의 역량을 총동원해 코로나 확산을 막아보려 애썼다. 하지만 1년 뒤 받아본 코로나 수능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A학점을 받은 나라가 있는가 하면 C, D도 아닌 F학점을 받은 곳도 많다.

괜찮은 선생님이 있어 그 말만 잘 들었다면 B학점이나 적어도 C학점을 받을 수 있는데도 학생이 그 말을 한 귀로 흘려듣고 자신이 모든 것을 잘 아는 것처럼 아집을 부려 F학점을 받은 국가도 있다. 미국이다. 고집스런 데다 남의 말 잘 안 듣고 엉뚱한 문제 풀기만 하다 결국에는 대학 입시에서 낙방한 트럼프는 코로나 문제를 풀지 못한 코로나 문제아였다.

또 선생님이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자 학생이 그 아이디어에 솔깃해 난이도가 높은 코로나 방정식을 풀려다 해답은커녕 허망한 결과를 얻은 나라도 있다. 스웨덴이다. 코로나 방역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학원가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을 족집게 선생을 자처한 한 괴팍한 강사가 나타나 백신 접종 없이도 ‘인공 집단 면역’을 달성할 수 있는 비기(祕技)가 있다며 그가 전수한 신공(神功)(?)을 펼치던 스웨덴 학생은 ‘주화입마(走火入魔)’로 치명적 내상을 입었다.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국가는 그 국가 나름의, 또 코로나 방역에 실패한 나라는 그 나라 나름의 고유 또는 공통 까닭이 있다. 그것을 톺아보고 성찰해야만 코로나 소굴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파력이 강한 감염병은 한번 대유행을 하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마치 개미지옥에 빠진 곤충처럼 아무리 벗어나려 해도 코로나 블랙홀에 빠져든다. 다시 말해 한번 F학점은 받은 나라는 재수강을 하더라도 A학점 받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예외가 있다면 중국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은 잠시 코로나 지옥을 맛보았다. 중국은 다른 국가들이 사용하기 어려운 무기를 동원했다. 인구 1천만 명이 넘는 대도시를 보름간 완전 봉쇄했다. 우한에서는 주민들이 외부로 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그 안에서도 사실상 자신의 집에 보름간 감금됐다. 거대 도시 감옥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발상이었다.

모범국 동북·동남아시아 국가는 사회주의 또는 통제 문화 익숙해

중국처럼 하지 않고도 코로나 방역 A학점을 받은 나라는 여럿 있다. 소규모 인구 국가와 외국과의 교류가 적은 아프리카 나라들을 빼면 베트남, 대만,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뉴질랜드 등이 대표적인 성공 국가라 할 수 있다. 그 뒤를 한국이 뒤쫓고 있고 일본이 조금 더 떨어져 뒤따르고 있다.

이들 나라를 보면 한·중·일과 대만 등 동북아 국가들과 베트남,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회주의 국가이다. 한국과 일본, 대만은 사회주의 국가는 아니지만 유교 문화권 내지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지만 국가 통제를 잘 따르는 문화를 지녔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이 전파가 잘 이루어지는 호흡기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집단 모임 자제 등이 얼마나 잘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방역의 성패가 좌우된다. 미국이 낙제점을 받고 유럽 선진국들이 대거 C, D 학점을 받은 반면 아시아권에 A학점 국가가 몰려 있는 것은 이들 나라 국민이 그만큼 방역 수칙을 잘 지켜주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어느 정도 억압되는 것을 참아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라오스·캄보디아 사망자 0, 대만 7명으로 사실상 코로나 청정국

그것이 방역 모범국 내지 우수국가란 표창을 받게 만들었다. 이들 국가의 코로나 성적표(2020년 12월 4일 현재)를 월드오미터스의 코로나 통계로 보면 표창을 받은 까닭을 알 수 있다. 라오스는 인구가 730만 명인데도 39명의 확진자와 사망자 제로를 기록했다. 또 △캄보디아(1,680만 명, 331명, 0명) △베트남(9,770만 명, 1,361명, 35명) △대만(2,383만 명, 686명, 7명) △태국(6,987만 명, 4,039명, 60명) △뉴질랜드(500만 명, 2,069명, 25명) △중국(14억3,932만 명, 8만6,567명, 4,634명) △한국(5,128만명, 3만5,703명, 529명) △일본(1억2631만 명, 15만386명, 2,172명) 등도 매주 좋은 성적을 나타냈다.

이들 아시아 모범국가 가운데 베트남과 대만은 2002~2003년 사스 유행 때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대만은 당시 345명의 사스 환자와 73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또 베트남은 63명의 사스 환자가 발생해 5명이 숨졌다. 이를 계기로 대만은 방역 시스템을 정비하고 관련 투자를 대대적으로 했다. 대만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즉각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마스크 비축과 방역수칙을 어기는 사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강력한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베트남도 비슷한 정책을 펼쳤다. 이들은 코로나 장학금을 받을만한 놀라운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코로나 모범국가들을 보면 국가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해 방역 수칙을 잘 지키고 방역 전문가들의 조언과 이들이 마련한 방역 정책을 뒤에서 잘 뒷받침해준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코로나 낙제국가들은 상당수의 국가 지도자들이 국민들에게 코로나를 외려 확산시킬 수 있는 비과학적인 언행을 일삼는 등 지도자 리스크 때문에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을 거세게 받고 있다.

트럼프와 브라질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 도플갱어’

그 대표적인 지도자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와 브라질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다. 이들은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너무나 닮았다. 두 대통령 모두 마스크 착용을 무시하는 언행 등에서부터 장삼이사들도 잘 지키는 방역 수칙을 무시하다 코로나에 걸린 일 등 한마디로 ‘코로나 도플갱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와 관련한 트럼프의 이야기는 언론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귀가 따갑다 할 정도로 너무나 많이 들어서 더 이상 소개할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브라질의 트럼프’라고 불러도 좋을 막말 언행을 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기가 찰 행동을 일삼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자신은 백신을 맞지 않을 것이며 국민들에게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7월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비상식적 행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데 마스크가 효과가 있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브라질 코로나 실태를 보면 12월 4일 현재 누적 확진자가 643만 명을 웃돌고 사망자도 17만 명을 훌쩍 넘었다. 절대 숫자 면에서 확진자 세계 3위이고 사망자는 2위이다. 인구 당 확진·사망자를 보더라도 세계 최상위권이다.

유럽 대유행, 통제도 마스크 착용도 익숙지 않은 사회 문화가 한몫

코로나19는 전통적 선진국인 유럽 국가들마저 유린했다. 프랑스,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등은 지난 봄 대유행으로 홍역을 앓았다. 다시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한 10월 또는 11월부터 그때보다 더 심각한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어 이들 유럽 코로나 유행 국가들은 다시 강력한 집합·이동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과 비교해 인구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이들 유럽 국가는 확진자가 우리의 50~60배(164만~224만 명)에 달하며 사망자는 100배가량(4만6천~6만 명) 된다. 유럽 국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 상황이 얼마나 엄중한지 수치로도 느낄 수 있다. 의료 선진국일수록 확진자 대비 사망자 비율, 즉 치명률이 낮아야 함에도 이렇게 높은 치명률을 보이는 것은 환자 급증으로 병원이 이들을 제때 돌보지 못하고 이들 유럽 국가들이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그동안 미세먼지 등이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다. 코로나 유행 전에는 마스크를 착용할 이유가 없어 마스크 문화가 익숙지 않았다. 또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자유분방한 사회 문화 때문에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내리는 것도, 또 이를 시민들이 수용하는 일도 아시아 모범국가들에 견줘 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도 분명 코로나 성적이 나쁘게 만드는데 한몫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방역에 성공한 아시아 국가와 실패한 유럽 국가의 상황과 그 원인을 톺아보면 평소 실력으로 보아 시험을 잘 치를 것으로 믿었던 학생이 막상 시험장에 가서는 당황해서 제대로 답을 쓰지 못하는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심지어는 더는 유럽 국가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 사회가 아니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번 겨울 코로나 성적표와 백신 보급 등이 변수로 남아 있다. 실패와 성공은 개인과 국가 모두에서 주체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엇갈리고 바뀐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게 좋겠다. 코로나는 인간의 자만과 방심이란 말을 가장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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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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