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과 경제 균형? 방역 낙제하면 경제는 추락한다

[코로나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④코로나, 세상을 바꾸다(경제 부문) 

코로나19와의 전쟁이 1년을 맞고 있다. 지구상에서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인류는 자신의 생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놓여 있다. 그 경험은 고통스런 것이었고 대다수의 삶을 바꾸어놓았다. 그리고 지겹고 불안한 삶이 언제까지 지속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힙겹게 지내고 있다.

우리는 지난 1년간 코로나19에 얼마나 잘 대처해왔는지를 살펴보고 코로나가 일상이 된 현실을 어떻게 현명하게 타개해나갈지를 성찰해야 한다. 정치가 과학을 무시하거나 과학 위에 군림할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코로나19에 잘 대처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 시대에 나타난 인간의 군상들은 어떠했는지 톺아보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 불안에 빠진 사람들을 겨냥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제품과 상품을 파는 장사꾼들과 이들의 홍보꾼으로 전락한 언론의 부끄러운 모습도 다시금 되짚어야 한다. 방역 우선이란 무기를 앞세워 인권을 짓밟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일은 없었는지 살피는 것은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성찰이다.

코로나가 바꾼 세상과 앞으로 바꿀 세상의 모습은 어떠할 지에 대한 통찰과 분석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 그리고 각자도생과 각국도생이 아니라 국제협력을 바탕으로 코로나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없는 한 코로나가 지구를 떠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하나씩 냉철하고 과학적으로 톺아보고 이를 토대로 코로나 일상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개인과 국가, 세계가 터득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코로나 전쟁에서 최후의 승리의 깃발을 꽂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① 오늘은 '코로나 전쟁' 발발 1주기...종군기자가 돌아본 '인간과 인간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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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년 성찰과 희망 찾기] ③ 혼돈 세상과 새로운 표준, 코로나가 나눌 4가지의 계급

“한국 사회와 세계는 코로나19 창궐로 인해 건강, 경제, 사회, 국제 관계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전대미문의 복합적 충격을 겪고 있다. 마치 지구 표면이 거대한 지진으로 흔들리고, 그 위에 있는 모든 건축물과 사람들이 함께 흔들리듯 세계 어느 곳도,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대격동이 진행되고 있다.”(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 ‘문재인 정부 3주년 국정 토론회-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위기와 기회’, 2020.5.7.)

그가 말한 영역 가운데 그래도 가장 심각한 한 부문만 콕 찍어 말해보라면 주저 없이 경제를 꼽겠다. 코로나 방역이 우선이냐, 추락하는 경제를 살리는 것이 먼저냐는 한국뿐 아니라 코로나 시대를 맞아 세계 모든 나라가 공통으로 겪는 고민이다. 방역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만 있으면 좋으련만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전략과 길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세계는 지금 짚신과 우산을 각각 팔아 생계를 꾸리는 두 아들을 둔 노모의 심정이다.

중국 빼고 주요국 모두 역성장, 유럽 상황 심각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내놓은 세계 경제 전망을 보면 세계 각 국의 올해 경제 성적표는 거의 대부분이 낙제점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신흥시장국 가운데 중국만 거의 유일하다시피 성장(1.9%)을 하고 나머지는 모두 역성장을 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세계 경제는 2.8%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4.4% 역성장을 할 것으로 보았다.(IMF, World Economic Outlook, October, 2020)

IMF는 특히 미국과 유럽 국가들을 주축으로 한 선진국 경제가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5.8%의 역성장을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6월에 자신들이 예측한 –8.0% 성장보다는 상당히 좋아진 전망이다.(IMF, World Economic Outlook Update, June, 2020) 하지만 10월 예측 뒤 미국, 유럽 등에서 봄 유행 때보다 더 심각하게 코로나가 계속 확산되고 있어 실제 올해 성장률은 10월 예측치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신흥시장국과 개발도상국은 선진국보다는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을 전망이다. IMF는 이들 국가들이 올해 –3.3% 성장을 할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이들 국가 가운데 코로나가 대유행을 하고 있는 인도, 멕시코, 브라질 등은 집단 평균보다 훨씬 나빠 인도의 경우 –10.3%라는 두 자릿수 역성장을 전망했다.

코로나 성적과 경제 성적 놀라울 정도로 일치

IMF의 올해 경제 성장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코로나 유행 정도에 비례해 경제 상황이 나빠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필자가 월드오미터스와 IMF 발표 자료를 분석해 비교한 결과(표 참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트럼프가 경제 살리기에 올인 한 미국만 약간 예외적인 형태-유행은 심각한데 경제는 상대적으로 선방-를 보였고 나머지는 순위가 놀라울 정도로 거의 일치했다.

선진국 가운데에서도 코로나로 극심한 홍역을 치렀고 지금도 그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이탈리아(-10.6%) 스페인(-12.8%) 등은 두 자릿수 역성장이 예상되고 영국·프랑스(-9.8%)도 두 자릿수에 근접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은 대표적 관광 수입국이다.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외국 관광객이 사실상 사라지다시피한 것도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을 것임에 분명하다.

이러한 나라에 견줘 코로나 청정국에 가까운 나라들은 한결같이 경제 성적표도 2019년에 견주어 많이 나빠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선방하고 있다. 코로나 진원지였던 중국이 역성장이 아닌 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분석은 코로나 시대의 최대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지금 세계가 겪고 있는 경제 등 모든 어려움의 시작이 실은 중국에서 비롯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 경제 전망과 코로나 유행 비교(인구 당 확진자는 11월말 기준) 출처 : IMF, World Economic Outlook, October, 2020 ⓒ안종주

코로나 청정국 대만 0.0%, 모범국 한국은 –1.1%

절대적 코로나 청정국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방역 성적이 A학점인 대만은 0.0% 성장을 할 것으로, 세계적 코로나 모범국으로 거론되는 한국은 –1.1%라는 좋은 성적이 각각 예상됐다. 지역으로 나눠보면 동북아시아 국가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비교적 코로나를 잘 막아내고 있다. 그 결과 아시아 내 신흥시장국과 선진국의 올해 성장률은 –1.7%가 될 것으로 IMF는 보았다.

세계 경제 전망과 각 나라들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은 분석 기관마다, 분석 시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내놓은 주요 국가 올해 경제 성장 전망을 보면 영국의 경우 –11.2% 성장으로 IMF보다 1.4%포인트 더 낮게 잡은 반면 프랑스의 경우 –9.1%로 0.7%포인트 더 높게 잡았다. 전 세계 경제 성장의 경우 OECD가 0.2%포인트 더 높은 –4.2%를 예상했다.

코로나 유행이 몰고 온 세계 경제 주름살로 대량 실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통 현상이다. 비대면 사회와 국경 통제, 지역 사회 거리두기 강화, 강력한 다중이용시설 폐쇄·제한 조치와 이동 제한 등으로 인해 관광의 몰락, 오락·문화, 음식과 숙박업 등이 치명타를 입으면서 실직과 소득 추락이 많은 사람의 생존 그 자체와 사회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 경제 침체, 심각한 사회 불안 요소

이 때문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곳곳과 미국, 남미 등에서도 이동 제한과 상점 폐쇄, 영업제한 조치에 불만을 품은 소상공인과 시민들이 잇따라 반대 시위를 벌이고 때로는 과격 시위도 마다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 침체와 장기화는 심각한 사회 불안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 코로나로 죽으나 궁핍으로 죽으나 매한가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순간 사회는 요동칠 수 있다. 외려 궁핍은 당장의 문제이고 코로나는 확률의 문제일 수 있다는 점에서 궁핍이 개인과 공동체에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는 요인이다. 코로나에 걸린다고 해서 모두 죽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하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감염병 창궐 시대에는 폭동이 일어날 수 있다. 인류 역사에서 콜레라 대유행으로 폭동이 여러 차례 일어난 사실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할 필요가 있다. 콜레라 폭동의 계기는 강력한 이동 제한 등의 방역 조치와 뜬소문 등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경제적 이유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읽어야 한다.

러시아·영국·독일 등 콜레라 폭동, 코로나는?

1830~31년 제정 러시아 시대에 두 번째 콜레라 팬데믹이 덮쳤다. 당시 차르 정부는 무장 경찰을 동원해 검역 차단, 이동 제한과 같은 강력한 콜레라 방역을 벌였다. 공무원과 의사가 일반 시민을 고의로 감염시킨다는 루머와 가짜뉴스가 마구 펴지면서 동요한 시민들은 폭도로 변해 경찰서와 지역 병원 등을 습격해 증오의 대상이던 장교, 지주, 귀족들을 죽였다. 차르는 결국 군대를 동원해 진압했다. 러시아에서는 1892년에도 콜레라 폭동이 일어났다.

러시아 콜레라 폭동이 일어났던 때인 1831년 12월 영국에서도 애버딘에서 콜레라로 죽은 사람의 사체를 개가 파내는 사건이 도화선이 돼 주민 폭동이 일어났다. 이들은 병원이 시신을 확보하기 위해 전염병을 활용한다고 믿고 폭동을 일으켰다.(Cohn Jr., Samuel Kline 9, March 2018. Epidemics: Hate and Compassion from the Plague of Athens to AIDS. Oxford University Press. https://en.wikipedia.org/wiki/Cholera_Riots#cite_ref-FOOTNOTECohn_Jr.2018201_4-1에서 인용) 1893년 독일에서는 5번째 콜레라 팬데믹이 창궐했다. 함부르크 시민들은 러시아 폭동과 비슷한 이유, 즉 정부가 이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위생관리들이 심한 조치를 한다며 이에 저항하는 폭동을 일으켜 위생관료 한 명과 경찰 한 명을 죽였다. 독일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군중을 해산시켰다.(“CHOLERA RIOT IN HAMBURG; SANITARY OFFICERS AGAIN ATTACKED BY A MOB.” The New York Times, Oct. 11, 1893)

콜레라 폭동이 일어났던 그 시대와 21세기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코로나19가 심각해지더라도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죽음과 극도의 빈곤에 내몰린 사람과 집단의 저항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또 우리가 사소하게 여겼던 일이 계기가 돼 심각한 사태로까지 번질 수 있다.

우리는 콜레라 폭동의 역사에서 방역을 하면서도 사람들의 삶과 자유, 인권, 소통 등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교훈으로 배워야 한다. 감염병으로 삶이 추락하는 사람이 많아질 경우 감염병 자체보다 더 심각한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염두에 두고 방역 전략을 짜며 방역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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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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