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틀째 골프...'백악관 점거 농성'의 진짜 노림수는?

[2020 美 대선 읽기] 측근들, 2024년 재출마 부추겨...쿠슈너 등은 패배 인정 설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과 8일(현지시간) 이틀 연속 골프를 쳤다.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취임 이후 이날 210일째 골프를 쳤다고 CBS가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7일 오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승리하면서 대선 승리를 확정지었지만, 트럼프는 아직까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전날 성명을 내고 "바이든이 거짓 승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비난한 데 이어 8일에도 트위터를 통해 "도대체 언제부터 언론이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인지 결정을 내렸냐"고 불만을 제기하는 등 "선거 부정"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트위터는 트럼프가 올린 대부분의 트윗에 "선거 부정과 관련한 이 주장은 논쟁이 여지가 있다"는 경고문구를 붙였다.

▲8일 자신이 소유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의 '백악관 점거 농성', 지지자들 업고 협상력 높이려는 노림수

트럼프는 앞서 "바이든이 이긴 모든 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실제로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미시간 등을 상대로 재검표 요구나 개표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는 미시간 등 지방법원에서 대부분 소송이 기각되자 대법원까지 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소송전을 통해 결과가 뒤집힐 것이라고 내다보는 법률가들은 거의 없다. 연방 대법원 구성이 대선 일주일 전 서둘러 임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까지 가세해 보수 6 대 진보 3으로 '보수 절대 우위'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무작정 트럼프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다. 대법원 판결로 승부가 결정난 2000년 대선 때와도 상황이 다르다. 당시에 문제가 됐던 주는 플로리다주 하나였고, 문제가 되는 지점도 재검표 여부 하나였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 진영에서 문제를 삼고 있는 주는 '바이든이 이긴 대부분의 주'이며, 요구도 제각각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어떤 주에서는 "개표를 중단하라"(Stop the count)를 외치고, 어떤 주에서는 "개표를 계속 하라"(Count the vote)를 외치고 있다. 또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공화당)과 엘 고어 부통령(민주당) 사이에 대중투표 차이는 50여만 표였는데, 이번에 트럼프는 바이든에 비해 500만표 넘게 차이가 난다.

타고난 장사꾼인 트럼프가 이런 '계산'을 못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트럼프의 노림수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자신이 '부정 선거'의 피해자로 남아야 정치적 재기를 도모할 수 있다. AP통신 등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트럼프가 2024년 대선에 다시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의 측근인 믹 멀베이니 전 백악관 비서실장 권한대행도 지난 5일 "트럼프는 틀림없이 계속 정치에 관여해 2024년 대선후보 명단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자신의 팟캐스트인 <워룸>에서 여러 차례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이 승자로 선언되면 트럼프는 2024년에 재출마하겠다고 발표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가 임기를 마치면 친 트럼프성향 방송인 '원아메리카뉴스'를 인수해서 실질적인 '트럼프 방송'으로 삼고 2024년 대선 출마를 목표로 지지자들을 계속 규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74세인 트럼프가 4년 뒤에는 지금의 바이든보다 1살 더 많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트럼프의 또다른 측근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주장이다.

트럼프가 직접 대선에 나서지 않더라도 장남이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딸인 이방카 트럼프 등 2016년 대선 출마를 앞두고는 트럼프를 말리던 자녀들도 이젠 매우 적극적이다. 정치를 통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뿐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까지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일부 열성 지지자들은 2024년에 이방카가 대선에 출마해야 한다는 주장을 진작부터 해왔다.

둘째, 패배를 인정하고 자칫 빈손으로 백악관을 나서게 될 상황에 처하게 되면 퇴임 후 트럼프는 줄소송에 시달려야 한다. 트럼프는 지난 4년간 대통령 신분이었기 때문에 '성추문 입막음' 의혹 수사와 탈세, 명예훼손 등 각종 소송을 막거나 미룬 상태다. 현재 뉴욕 맨해튼 지검은 트럼프의 탈세 의혹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따라서 내년 1월 20일까지 대통령 자리에 있는 동안 최대한 자신의 범죄 행위에 대해 '세탁'을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언론에서는 트럼프의 '백악관 점거 농성'이 사실은 자신과 가족(에릭 트럼프 등)들에 대한 '사면'을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셀프 사면'에 대한 비난 여론을 물타기 하기 위해서라도 '선거 부정' 프레임은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

▲ 8일 미시간 주도인 랜싱에 모여 항의 시위를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AP=연합뉴스

트럼프 조카 "트럼프, 복수심에 불타 잔인해질 것"...쿠슈너 등은 승복 설득

한편, 가족사 등 트럼프의 개인사를 폭로하는 책을 쓴 조카 메리 트럼프는 8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기고한 글을 통해 "트럼프는 복수심에 불타서 파괴 행위를 할 것"이라며 "나는 그가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알고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의 형인 프랭크 트럼프 주니어의 딸인 메리 트럼프는 임상 심리학 박사이기도 하다.

메리는 이 글에서 "트럼프는 누가 뭐라 하든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더 나쁜 상황은 트럼프가 평화적 정권 이양을 보장하는 정상적인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가 앞으로 2달 반 동안 무슨 일을 할지 걱정된다"며 "트럼프는 새 행정부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할 것이고, (자신에 대한) 사면안을 통과시키고, 많은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줄리아니 등 비선 측근들은 일제히 트럼프에게 승복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지만,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은 승복할 때가 왔다며 '정상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CNN>이 이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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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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