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을을 타는 이유는?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가을을 즐기기 위한 준비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기후는 다양함이란 선물과 함께 적응이란 과제도 주었습니다. 계절이 변화하는 시기인 환절기에 잔병치레를 하거나 지병이 악화되거나 어르신들의 사망소식이 자주 들리는 것은 변화에의 적응이란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해서인 경우가 많지요.

이런 신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가을이 되면 괜히 잠이 오지 않거나 심란한 마음에 평소에는 읽지도 않던 시와 소설을 뒤적이고, 유난히 옆구리가 시려지는 것과 같은 심리적 변화도 찾아옵니다. 흔히 말하는 가을을 타는 것이지요.

보통 여자는 봄을 타고 남자는 가을을 탄다고들 이야기 합니다. 여성과 남성의 속성을 음양으로 구분지어서, 양에 속하는 남성은 음의 계절로 접어드는 가을에 좀 더 괴로워진다는 해석입니다. 하지만 남녀의 차이라기보다는 개개인의 성향의 따라 영향을 받는 것 같고, 자연의 리듬과 별 상관없이 사는 현대인의 경우는 그나마도 줄어들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실제 환절기 건강에 가장 큰 요인이 되는 것은 그 이전의 건강상태나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몸과 마음의 경향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기온의 저하와 줄어드는 일조량, 그리고 건조해지는 공기라는 환경요인이 더해져 병을 만들어 냅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해서 생기는 현상이 계절을 탄다는 현상의 본질이지요.

환절기에 겪는 몸살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에너지의 부족, 단순하게 말하면 피로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울鬱증입니다. 인생이 뜻대로 안되어 답답한 상태입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당연히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그런데 이미 거의 고갈된 상태에서 근근이 살아오고 있었다면, 계절의 변화는 건강상태를 악화시키는 카운터펀치가 될 수 있습니다. 물이 찰랑찰랑한 물통에 한 방울이 더해지면 넘치는 것과 같지요. 평소 자신의 에너지 수준이 10점 만점에 5~6점 이하라고 생각된다면, 환절기에는 좀 더 자고 담백하고 소화하기 쉬운 음식 위주로 몸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어깨와 가슴 주변의 긴장이 많고 호흡이 얕고 짧은 경우가 많습니다. 상부에 몰려있는 압력으로 인해 몸 끝까지 원활한 순환도 되지 않고, 압력이 발생시킨 미약한 열로 인해 점막은 건조해지기 쉽습니다. 이런 경우 차고 건조한 환경에 노출되면 몸의 긴장은 더해지고 점막은 더욱 건조해집니다. 잠이 잘 안오고, 소화도 잘 안되고, 몸의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프기도 합니다. 올해는 마스크의 일상화로 덜하지만, 폐나 기관지 혹은 코의 문제가 생기기 쉽지요. 이런 분들은 드러난 문제의 해결과 함께 그 문제들을 일으킨 바탕이 되는 울증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몸을 고루 움직이고 쭉쭉 펴주고, 햇볕을 쬐면서 한들한들 걷기와 같은 느긋한 움직임이 도움이 되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의 유쾌한 시간도 좋을 것입니다.

계절의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감당할 수만 있다면 변화하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즐거움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멋진 선물입니다. 몸과 마음이 가을을 잘 담을 수 있도록 준비해서, 이 멋진 계절을 건강하게 즐기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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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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