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서 발의돼 51명 서명한 한국전 종전선언 결의안

한국계 미국인들의 풀뿌리 운동 성과...차기 외교위원장 후보 3명 모두 서명

미국 하원에서 발의된 한국전쟁 종식과 평화협정을 촉구하는 결의안(H Res 152)에 51명의 의원이 서명을 했다.

지난해 2월 민주당 로 칸나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이 발의안 이 결의안은 한국전쟁의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발의 당시 20명의 의원이 서명했으며, 꾸준히 동의하는 의원들이 늘어 23일(현지시간) 케이티 포터(민주당, 캘리포니아), 앨 그린(민주당, 텍사스) 의원이 동참해 공동 서명자가 51명으로 늘었다고 '코리아 피스나우'(Korea Peace Now grassroot network)가 밝혔다. '코리아 피스나우'(이하 피스나우)는 한반도 평화를 지지하는 미국의 전국연합운동단체들과 풀뿌리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다.

특히 이 결의안에 브레드 셔면(캘리포니아), 호아킨 카스트로(텍사스), 그레고리 믹스(뉴욕) 등 차기 하원 외교위원장 후보 3명 전원이 서명했다. 또 유일한 한국계 의원인 앤디 김(뉴저지), 민주당 내 진보진영 스타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뉴욕), 일한 오마(미네소타) 등도 서명에 참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22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되어야 한다"면서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서자 한국 내에선 정치적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종전선언에 대해 "대한민국의 종말을 불러올 수 밖에 없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여당은 종전선언이 한미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종말을 불러올 것"이라는 근거 없는 정치적 주장은 접어두더라도 종전선언이 한미관계나 한반도 비핵화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 내지 불필요한 오해는 해소될 필요가 있다. 이런 이유로 미 의회에서 종전선언 결의안이 통과된다면 한국 내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으며, 현재 이와 관련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도 긍정적인 메시지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종전선언은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이슈이지만, 미국 의회에서 관련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일에 한국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할 수 없다. 한국계 미국인들이 한반도 평화 문제에 관심이 있는 미국인들과 연대해서 시민운동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슈다. '코리아 피스나우' 조현숙 활동가는 <프레시안>과 전화 통화에서 "유권자로서 한인들의 정치 참여가 투표하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번에 같은 지역구 한인들과 이 이슈를 들고 직접 하원의원과 그 보좌진을 만나는 활동을 하면서 한인들이 정치 참여의 폭을 넓히는 경험을 한 것이 이번에 얻은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활동가는 "의원들을 한번 만나니까 그렇게 어렵지 않구나, 또 옆 지역구에서 의원들을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지역에서도 해보자, 이런 과정을 통해 풀뿌리 운동으로 성과를 남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민운동 차원에서 시작된 일이기 때문에 분명 한계가 있다. 서명한 의원 51명 모두 민주당이고, 공화당 의원은 한명도 없다. 또 오는 11월 3일 하원의원 선거 후 당선된 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되는 내년 1월 이전에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면 결의안은 자동 폐기된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번 결의안이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인 노력으로 이 정도의 성과를 이룬 것이다. 조 활동가는 다음 회기 때 다시 관련 운동을 할 계획이라면서 "이번 결의안에 차기 외교위원장 후보 3명이 모두 공동 서명을 했기 때문에 누가 외교위원장이 되더라도 다음 회기 때에는 외교위원장의 지지를 받는 결의안이 된다"고 말했다.

조 활동가는 한국 내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한미동맹과 종전선언을 연결시키는 것에 대한 질문에 대해 "결의안 내용에 미국은 한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 미국의 평화와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것임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 헌법적 원칙에 따라 행동한다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계속 유효하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며 "결의안이 한미동맹을 깨자는 내용도 아니고 이 결의안을 동의하는 의원들도 그런 의도가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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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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