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5G 시대의 공자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근대 중국의 개혁가 강유위의 <논어> 읽기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자, 그 세상의 생각을 바꾸어야

강유위가 살았던 청나라 말기에는 아편전쟁 이후로 서양 사상이 물밀듯이 유입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도 당시 청나라를 움켜쥐고 있던 사람들은 새로운 사상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공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서양 것을 완전히 배척했던 것은 아니다. 서양 것을 배워 서양을 이기자는 '이이제이(以夷制夷)'를 외치며 양무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단지, 중국의 정신만은 양보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중국 정신의 정수는 바로 공자사상에 있다고 믿었다.

그들의 집착을 요즘 사람들은 '중체서용(中體西用)'이라며 비판한다. 공자사상은 중국의 몸(體)으로 여겨졌던 만큼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다. 몸 없이 사람이 어찌 살아갈 수 있겠는가. 그런 만큼 공자와 유가 경전에 대한 해석은 함부로 바꿀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강유위는 달랐다. 그는 사람들의 공자에 대한 오해와 고정관념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바로 '강유위'만의 공자를 탄생시켰다.

<논어>의 핵심은 시(時), 진화(進化), 대동(大同)

강유위는 누구인가. 그는 청나라 말기 제도를 개혁하고자 했던 소신파들을 이끌고 유신변법을 이끌었던 지도자로 유명하다. 그가 쓴 <대동서>는 한글로 번역되어 한국의 대중들에게 소개되기도 했다. <대동서>는 일체의 차별이 사라진 유토피아를 그린 책으로 지금 읽어도 파격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것만으로 강유위의 생각을 모두 알 수는 없다.

<대동서>의 사상적 토대가 되었던 것은 그보다 훨씬 전에 발표된 <논어주>, <공자개제고>, <신학위경고> 등의 글이다. 그런 글을 통해 강유위는 사람들은 미처 파악하지 못한 공자의 진정한 뜻, 즉 미언대의(微言大義)에 대해서 얘기했다.

특히 그의 <논어> 해석은 당시 사람들은 물론이고 오늘날의 공자 좀 안다는 분들에게는 너무도 낯선 것이었다. 그것은 그가 <논어>에서 찾아낸 포인트 세 가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시(時), 진화(進化), 대동(大同)이다.

<논어> '학이' 편에는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라는 구절이 나온다. 우리는 보통 그것을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힌다.'라고 해석한다. 그것은 송나라 때 유가경전을 집대성한 주희(朱熹)는 물론이고, 리저허우(李澤厚)와 같은 현대 학자들 대부분이 따르는 해석이다. 이렇게 '학이시습지'의 '시'는 자주, 항상, 늘 등등과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 <논어>의 가르침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적용되는 보편적 진리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강유위는 달랐다. 그는 '시'를 '시기(時機)', '시세(時勢)'로 이해했다. 순수 우리말로 풀이하면 '때'이다. 그는 때에 따라 때에 맞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세상이 거란세에서 승평세로, 승평세에서 태평세로 진화한다고 생각했는데, 거란세에는 거란세의 공부를, 승평세에는 승평세의 공부를, 태평세에는 태평세의 공부를 해야 한다고 보았다. 시대에 맞는 학문이라, 참으로 일리 있는 말이다.

<논어> '팔일' 편에는 "공자가 말했다: 주는 (하와 상) 2대를 거울로 삼았으니, 찬란하도다. 문화여, 나는 주를 따르리라"는 문구가 있다. 강유위는 그것을 보고 공자의 도가 '문명진화'를 주장했다고 보았다. 주의 문화는 하와 상을 거울로 삼았지만, 그것의 더 발전된 버전인 것이다. 역사는 '진화'하고, 강유위에 의하면 공자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강유위는 <논어>의 '공야장' 편에 대해서도 남다르게 해석했다. "자공이 말하였다. '저는 다른 사람이 저에게 하라고 해서 싫은 것이면, 다른 사람에게도 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공자가 말하였다. '사(자공)야,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통은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는 문구에 대해 자공의 수양이나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강유위는 공자나 자공이 살던 시대는 거란세로, 세상이 혼란하던 시기이므로, 자공이 말한 도는 훌륭하지만 그 시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의미로 해석하였다. 자공이 말한 도는 승평세나 태평세로 진화해서야 비로소 그것을 행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강유위의 <논어> 해석은 '진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강유위에게 있어서 '진화'는 '변화', 그것도 '좋은 변화'를 의미한다. 그런데 진화가 기정사실이라면, 그것이 역사적 법칙이라면 정치의 설 자리는 없어지게 된다. 그에게 변화는 그런 운명론이 아니라 변할 수 있다는 희망에 가깝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미래를 꿈꾸었을까?

그것은 한 마디로 '대동'이다. '대동'은 중국 전통의 유토피아이다. 강유위는 <논어>의 '공야장'에 나오는 '늙은 사람은 편안하게 하고, 친구는 믿게 하고, 어린 사람은 품게 한다.'라는 구절을 보고 '대동'을 떠올렸다.

공자는 자신의 부모만을 부모로 여기지 않고, 자기 자식만을 자식으로 여기지 않고, 늙으면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고, 젊으면 힘을 쓸 수 있는 자리를 얻고, 어리면 보살펴주는 데가 있는 세상, 대동사회를 꿈꾸었다. 이것을 강유위는 공자의 '미언대의(微言大義)'라고 보았다.

개혁가로 거듭난 '공자'

당시 지식인들은 강유위의 이런 대담한 주장에 대해 공자를 모독했다고 흥분하며 그를 혼내줘야 한다고 황제에게 상소를 올렸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표현한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어린 시절부터 가져왔던 울분,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열정이 그로 하여금 그런 용기를 갖도록 했을 것이다.

물론 그의 주장은 견강부회니, 아전인수니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과연 <논어>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공자만이 알 것이다. 다들 <논어>의 해석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논어주>에 나타난 강유위의 '미언대의'이다. 그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가?

강유위는 중국의 정신, 공자가 바뀌어야 중국이 바뀐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고 공자의 모든 것을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공자가 엮은 글들 속에서 그때까지는 보지 못했던, 공자가 살았던 시절에는 먼 훗날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내용들을 발굴해서 공자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싶었던 것이다. 이렇게 '개혁가로서의 공자'가 탄생하였다.

오늘날 구태의연함, 고리타분함 등으로 상징되는 공자는 읽기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모습 모습으로도 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유위가 보여주었다. 공자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공자를 해석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문제였다는 것을. 과거의 중국을 상징하는 '공자'의 이미지를 쇄신함으로써 새로운 중국을 만들 수 있는 도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청나라 말기 강하고 부유한 나라를 바라면서도 중국적인 것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을 현대의 우리는 변발을 하고 양복을 걸쳐 입은 어색한 모습의 중체서용적 인물로 묘사하고 조롱한다. 그런데 그것이 어쩌면 지금 우리들의 모습일지 모른다.

우리도 지금 새로운 생각, 사상, 철학에 대해 미치광이라고, 터무니없다고 비난하면서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하고 반성해보아야 한다. 우리의 생각이 바뀌어야 현실이 바뀐다는 것은 160년 전 강유위가 보여주었다. 그때는 못했지만, 이제는 해야 한다. 5G,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등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기술의 차용만으로는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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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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