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뜨락 요양병원 사태는 총체적 코로나 관리 부실

[안종주의 안전 사회] 코로나 대응 전략과 현장이 따로 놀면 안된다

부산 해뜨락 요양병원에서는 15일 현재 환자와 종사자 등 53명이 집단 감염됐다. 병원은 동일집단 격리된 상태다. 이 사태는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일이 결코 아니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만 막지 못했다. 그동안 국내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집단 시설, 특히 노인시설에 코로나가 확산할 경우 치명적이라는 경고가 쉼 없이 나왔다. 그럼에도 많은 노인요양시설에서 코로나가 퍼져 수많은 생명이 스러져가거나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바 있다.

해뜨락 요양병원 집단감염은 우리나라가 K-방역을 자랑하고 있지만 허점도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드러내주었다. 또 일부 문제는 고질병처럼 잘 고쳐지지 않다는 점도 드러났다. 해뜨락 요양병원의 집단감염이 바로 옆에 있는 자매 격 해뜨락 요양원과 지역사회에 전파되지 않도록, 혹은 전파가 이루어졌는지를 철저하고 신속하게 추적조사하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 성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번 사태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확산의 징조가 있었음에도 병원 쪽과 종사자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보고 지나친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는 입원 환자가 숨진 뒤 코로나 감염 의심이 들어 검사를 해보니 코로나19 확진이 된 것을 꼽을 수 있다.

더욱 더 중요한 사실은 아직 코로나와의 관계가 확정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지만 9월 이후 이 요양병원에서 모두 8명이 사망했고 이 중 7명이 폐렴과 호흡곤란 등 코로나 증상으로 숨졌다는 사실이다. 이 가운데 4명은 지난 12일 사망한 확진자가 입원했던 병실에서 나왔다.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한 이 확진자는 역시 코로나에 감염된 상태였던 50대 간호조무사가 돌보던 사람이다.

해뜨락 병원 집단 사망은 코로나 관련성 높아

만약 이들 사망자가 코로나19와 관련성이 있다는 확실한 물증이 나오거나 조사 과정에서 정황증거 등으로 보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나오면 이는 전적으로 병원 쪽과 보건 당국의 책임이다. 지금까지 나온 사실 등으로 미루어 이 병원에서 코로나19 집단 사망이 발생했고 병원 쪽은 이를 허투루 넘겼을 가능성이 높다. 집단 감염이 물 위로 솟구치고 난 뒤에야 이런 문제가 불거졌다는 것은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우리 사회의 자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부산 해뜨락 요양병원 집단 감염 사태가 터지자 전국 요양병원과 노인요양시설 등에 대해 전수 검사를 한다고 밝혔다. 물론 그런 대처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일회성에 그치는 보여주기 식 전시 행정에 가깝다. 전국에서 동시에 검사를 한다고 해서 그곳이 안전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전국 전수 검사가 실제로 효과를 거두려면 한번이 아니라 매일 또는 이삼일마다 한 차례씩 전국에서 이들 시설 종사자와 입원·입소자를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다. 전수 검사에서 설혹 모두가 음성으로 나왔다고 해도 그 뒤 이삼일 뒤 이들이 다시 지역 사회에서 감염돼 시설 내에서 퍼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오전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 이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 요양병원은 직원 9명과 환자 4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아 동일집단 격리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병원, 무더기 확진자와 사망자 발생에도 무신경

숨진 환자를 검사했더니 코로나19 양성으로 나왔다는 사실은 병원 쪽이 몸 상태가 안 좋은 노인이라 그동안 관련 증상이 있었음에도 병원 쪽이 이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이 병원과 방역 당국이 얼마나 코로나 예방과 조기 발견과 관련해 무신경 했는가는 이 병원 14명의 직원 중 간호사 2명, 조무사 3명, 간병인 6명 등 무려 11명이 확진자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명징하게 볼 수 있다.

이들이 모두 무증상 감염자는 아니었을 터이다. 분명 이들 가운데 가벼운 증상을 보인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병원 근무 환경 등 때문에 집에서 쉴 수 없어 아픈데도 병원을 나와 감염 확산을 부채질 했을 수 있다. 이들의 근무 환경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해야 한다. 종사자들의 집단 감염은 일종의 산재라고 할 수 있다.

또 대다수가 60대 이상인 입원 노인 요양환자들도 한두 명이 아니라 짧은 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기침과 호흡곤란, 폐렴 증상을 보였다면 일찍부터 차단조치를 하고 검사를 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결정적 시기, 골든타임을 놓쳤다. 이런 집단감염 사태를 나중에 복기해보면 대부분 관리자들의 안이한 태도가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사실이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점도 살펴야 한다.

또 요양병원 쪽에서는 그동안 면회자 관리, 종사자 마스크 쓰기 등을 철저하게 지켰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 종사자, 입원·입소자, 병원 관리자 모두 때때로 방심할 수 있다.

해뜨락 요양병원 집단 감염은 지역사회가 아니라 시설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인근 지역사회 주민들이 불안해하거나 할 필요는 없다. 이번 사태가 지역 사회 경제활동 위축과 불안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역 당국과 지자체가 소통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사태 불거진 뒤 병원은 건물 외벽 엉터리 소독 열중

해뜨락 요양병원 집단 감염 사태가 터진 뒤 병원 쪽은 뒤늦게 건물 내부와 외부 환경에 대대적 소독을 하는 등 바삐 움직였다. 방송에 나온 화면을 보니 병원 쪽은 병원 밖 마당과 3층 짜리 건물 외벽과 바깥 유리창 등 건물 전체를 소독약으로 마구 샤워소독을 하고 있었다.

이런 방식의 소독은 아무런 방역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유독성 소독약으로 인해 뿌리는 사람과 환경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 오래 전부터 지적됐다. 세계보건기구와 질병관리청, 환경부, 일부 언론 등이 이런 소독을 하지 말도록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공간에서 확진자가 나왔다고 하면 여전히 길거리 소독과 건물 외부 소독을 되풀이하고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집단감염이 발생했음에도 제대로 된 소독이 아니라 이런 엉터리 소독을 해댄다면 병원장을 비롯한 병원 관리자들이 평소에 얼마나 허술하게 코로나 방역을 해왔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사건이 불거진 뒤 부산시 등에서 소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도하지 않았음도 분명하다. 소독약을 뿌린 사람은 이런 지도와 교육을 받지 못해 사전에 소독 매뉴얼을 잘 숙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병원에서 평소 코로나19 예방 관리가 소홀했을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부산 해뜨락 요양병원 코로나 집단 감염 사태와 무더기 사망 의혹은 한마디로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코로나 대응을 안이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노인시설에서 집단감염이 벌어지면 사망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그동안 방역 당국이 누누이 ‘이곳만은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코로나 대응 전략을 짜는 곳과 코로나 전투를 벌이는 곳이 서로 따로 놀기 때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방역 당국이 전략을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전투 현장에서 얼마나 잘 이루어지는가이다. 더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성찰하고 그 교훈을 뼛속 깊이 새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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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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