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해진 트럼프 "코로나19는 축복...내 치료약 미국민에게 무료로"

TV토론 고집하던 트럼프, 화상토론은 거부...트럼프, '노 마스크'로 백악관 활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자신이 전염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아직 음성 판정을 받지도 않았는데 유세를 곧 재개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지난 2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공개하며 이날 오후 병원에 입원했다.

트럼프는 이날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전염성이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늘 밤 유세를 하고 싶다. 전날 밤에도 하고 싶었다"고 선거운동에 조기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는 그러나 아직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본적으로 매우 깨끗하다"고 말했다.

'1억 황제 치료' 받았던 트럼프 "내 치료약 미국민에게 무료로 하겠다"

트럼프는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에서는 자신의 치료제의 효과에 대해 극찬하며 "내가 코로나에 걸린 것은 신의 축복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복용한 약을 만든 '리제네론'이라는 제약회사 이름을 언급하며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임상시험 중이라고 들었는데 모든 미국인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리제네론은 미국 생명공학기업으로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 치료제는 현재 3상 임상 시험 중이며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치료제 사용 승인은 아직 받지 못했다.

트럼프는 월터리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리제네론에서 만든 실험 항체 칵테일, 렘데시비르, 덱사메타손 등 약물로 치료를 받았다. 이런 약물들을 한꺼번에 투입하는 소위 '황제 치료'를 받은 환자는 트럼프가 유일하며 전용 헬기 운용 비용까지 모두 합쳐 트럼프가 3일 동안 받은 치료 비용은 1억 원(10만 달러)이 훨씬 넘는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가 트윗을 통해 전 국민에게 무료로 하겠다는 리제네론의 치료제는 아직 가격이 책정되지 않았지만 시중에 판매될 경우, 렘데시비르 가격(의료보험 가입자의 경우 3120달러)을 감안할 때 수천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민주당, 버몬트)은 8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가 월터리드 병원에서 받은 훌륭한 치료는 100% 정부의 돈으로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시행된 것이다. 트럼프는 '사회주의적인 의료'가 나쁘다고 주장해왔는데, 자기 자신은 예외다. 정말 기만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샌더스 의원은 민주당 대선경선 주자로 '전국민 의료보험(Medicare for all)'이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샌더스에 대해 트럼프는 "사회주의자"라며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트럼프 "화상토론은 시간 낭비" 거부...TV토론 날짜 바꾸자고 억지

한편, 코로나19 확진을 받은지 불과 4일째인 지난 6일 "15일 TV토론을 기대하고 있다. 굉장할 것"이라며 TV토론 강행을 주장하던 트럼프는 8일 대선토론위원회(CPD)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릴 2차 TV토론은 화상토론 방식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히자 거부하고 나섰다.

대선토론위원회가 화상토론 방식을 택한 것은 트럼프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상태에서 대면토론을 강행할 경우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 뿐 아니라 사회자, 청중들까지도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차 토론은 청중들이 질문을 하고 후보자들이 답하는 타운홀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날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나는 화상토론은 하지 않을 것이다. 화상토론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화상토론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매우 솔직히 밝혔다. 그는 "컴퓨터 뒤에 앉아 토론하면 그들은 원할 땐 언제라도 차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 있었던 첫번째 TV토론은 트럼프의 끼어들기, 말 자르기로 사실상 토론이 거의 진행되지 않아 '최악의 TV토론'이라는 평가를 받았었다. 트럼프는 1차 토론과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태도로 바이든 후보를 몰아붙이면서 자신의 열성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자 하는데 화상토론은 이런 목적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거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화상토론 방식을 수용했던 바이든 측은 트럼프의 거부로 22일 토론회가 취소될 경우, 당초 예정됐던 타운홀 방식의 토론회를 마지막 토론회 개최 예정이었던 29일로 연기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트럼프 측은 22일로 2차 토론회를 연기하고 29일 3차 토론회를 추가로 갖자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측은 "22일 토론이 마지막 TV토론이 돼야 한다"며 거부했다.

트럼프, 노마스크로 백악관 활보...백악관 추가 확진자 발생 우려

한편, 트럼프는 지난 6일부터 관저를 벗어나 집무실인 오벌오피스를 찾는 등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격리 지침을 어긴 채 마스크도 쓰지 않고 백악관을 활보하고 있다고 한다. 마크 메도우 비서실장은 수술용 마스크와 일회용 고글을 착용하고 트럼프에게 대면 보고를 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7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도 로즈가든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촬영됐다.

이미 2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해 '핫스팟'인 된 백악관은 트럼프의 이런 막무가내식 투병생활 때문에 추가로 확진자가 발생할 위험성이 더 커졌다. "나는 깨끗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는 코로나 감염 위험에 대해 "이는 먼지와 같은 것"이라며 아무리 조심해도 전염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5일 퇴원한 뒤 백악관에 도착해 마스크를 벗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트럼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CDC의 지침을 깨고 지난 6일부터 백악관 곳곳을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활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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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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