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강행 트럼프 "코로나 두려워 말라"...백악관서 마스크 벗어

매커내니 대변인 등 백악관 확진자 3명 추가...트럼프, 감염 사실 알고도 숨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받고 증세가 악화돼 입원한지 사흘만인 5일(현지시간) 퇴원을 강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이날 오후 6시 38분께 메릴랜드주 월터리드 병원에서 퇴원해 백악관으로 돌아갔다. 트럼프는 특별한 발언 없이 차량과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해 7시께 백악관에 도착했다. 그는 백악관에 도착해서도 기자들을 향해 엄지를 올려보이며 포즈를 취했지만 별다른 말은 없었다. 계단을 통해 트루먼 발코니에 도착한 트럼프는 앞을 보고 서서 마스크를 벗었다. 그는 마스크를 벗은 채로 한동안 사진기자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한 뒤 백악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2시30분께 트위터에 글을 올려 퇴원을 예고하면서 "나는 상태가 좋다"며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 그것이 당신의 삶을 지배하게 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정말 대단한 약과 지식을 개발했다"며 "나는 20년 전보다 훨씬 더 상태가 좋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이런 메시지와 언론에 공개되는 자리에서 일부러 마스크를 벗은 행위는 코로나19로 미국에서 750만 명의 확진자와 21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열성 지지자들을 제외하고는 공감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줄곧 문제를 축소(downplay)시키다가 자신을 포함해 백악관과 여당에 16명(백악관 출입기자 3명을 포함하면 1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국가 안보 위기가 야기됐다.

▲ 병원에서 퇴원해 백악관에 도착한 후 마스크를 벗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 UPI=연합뉴스

트럼프 주치의, 양성 판정 시점 묻자 "과거를 복기하고 싶지 않다"..감염 인지 시점 논란

트럼프 주치의 숀 콘리 등 의료진은 이날 오후 월터리드 병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 건강 상태에 대해 설명했다. 콘리는 "아직 트럼프가 숲에서 완전히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의료팀과 나는 우리의 모든 평가 결과 대통령이 세계적 수준의 의료진으로 24시간 내내 둘러싸인 집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사실을 지지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트럼프가 지난 72시간 동안 열도 없었고 산소 포화도도 정상이라면서 퇴원 조건을 충족했거나 이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증 환자에게 투여하는 렘데시비르 5일 프로그램으로 치료 중인 트럼프는 내일(6일) 백악관에서 5번째 렘데시비르를 투여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트럼프의 조기 퇴원 강행은 다분히 정치적인 결정이다. 대통령 선거(11월 3일)가 채 한달도 안 남은 시점이므로 선거 레이스에 조기 복귀하기 위해 무리해서 퇴원을 한 것이다. 전날(4일) 오후 격리 지침을 어기고 운전사와 경호원을 동행해 병원 앞 지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깜짝 외출'을 감행한 것도 이런 초조함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가 월터리드 병원에서 치료 받은 약물(덱시메타손, 렘데시비르)은 모두 코로나 중증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의 상태가 아직 퇴원을 할만큼 경미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백악관 직원 등에게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병원에 머무르는 것이 본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다.

이런 논란의 핵심에는 확진 첫날부터 계속 트럼프의 상태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던 콘리에 대한 불신이 있다. 콘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핵심적인 질문(최초 양성 판정을 받은 시점, 폐 손상 여부 등)에 대해 명확히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트럼프가 마지막으로 음성 판정을 받은 시점에 대한 질문에 "나는 과거를 복기하고 싶지 않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4일 트럼프가 지난 1일 밤 <폭스뉴스>와 인터뷰 당시 이미 약식 검사를 통해 양성 판정이 나온 상태였는데 이를 숨겼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2일 새벽 1시께 트위터를 통해 자신과 영부인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최초 공개했다.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 등 대변인실 3명 추가 확진자

한편, 백악관과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5일 대통령 측근인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이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매커내니 대변인은 현재 아무런 증상이 없지만 격리 조치에 들어가며 원격 근무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CNN 보도에 따르면, 대변인실 직원 2명도 이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한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은 트럼프의 퇴원과 관련해 MSNBC와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건강 회복을 바란다면서도 "트럼프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서는 안된다"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바이러스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미국인들에게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