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식시장 '출렁'...트럼프 상태 심각시 펜스-펠로시 순으로 권한대행

트럼프, 코로나 확진 직전엔 "전염병의 종말이 오고 있다" 연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2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늘 밤 @FLOTUS(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와 내가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며 "우리는 격리와 회복 절차를 즉시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함께' 이를 극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부부의 감염은 최측근인 호프 힉스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1일 양성판정을 받은 후 진행된 코로나 검사를 통해 확인됐다. 힉스 보좌관은 지난 9월 29일 첫 대선후보 TV토론, 30일 미네소타주 선거 유세 등을 위해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함께 탑승하는 등 트럼프의 대선 유세에 동행하는 멤버로 트럼프가 매우 신임하는 참모 중 한명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주치의는 대통령과 영부인의 상태에 대해 "두 사람 모두 현재 양호하며, 이들은 요양기간 동안 백악관에 머물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치의는 이어 "백악관의 의료진과 나는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이며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 전문가와 기관들의 지원에 감사한다"며 "앞으로의 전개 상황에 대해 계속 알리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플로리다 유세 등 대면 일정은 전면 취소...두번째 TV 토론 개최 여부도 불투명

트럼프는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려기 불과 몇시간 전 진행된 '알 스미스 디너' 행사에서 사전 녹화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전염병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으며 내년은 우리 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연설하기도 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2일 예정돼 있던 모금 행사와 플로리다에서의 유세 등 모든 대면 선거 일정을 취소했다. 이날 낮 고연령층 등 코로나19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전화 모금 행사는 일정대로 진행하다고 한다. 현재 증상이 양호하다고 하지만 최소 2주간의 격리 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오는 15일 예정된 두번째 대선후보 TV토론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첫 TV토론에서 팬데믹 상황에서 코로나 방역 수칙을 어기면서 대형유세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질문에 "사람들은 내 말을 듣고 싶어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지지자들을 감염의 위험으로 몰아넣는 것이라면서 "완전히 무책임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자 트럼프는 "당신은 관중을 끌어들일 수 없어서 안하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전 세계의 보건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인식을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는 사회자가 마스크 착용에 대한 입장을 묻자 양복 주머니에서 마스크를 꺼내 보이며 "나도 필요할 땐 마스크를 쓴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바이든에 대해 "200피트 떨어져 있어도 엄청나게 큰 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비아냥 거리면서 마스크에 대한 거부 입장을 숨기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코로나19가 확산되던 당시 고글을 쓰고 마스크를 생산하는 하니웰 애리조나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美 주식시장 '출렁'...NYT "트럼프 정치생명에 재앙"

트럼프와 백악관은 "상태가 양호하다"며 감염 사실과 관련된 충격을 숨기려고 하지만 이날 새벽 대우존수30 산업평균지수 선물이 400포인트 이상 급락하고 나스닥 지수도 200포인트 이상 빠지는 등 주식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로) 아프기까지 한다면 (대통령 후보로서) 투표용지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며 "심각하게 아프지 않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양성 판정 자체만으로 지난 몇 달간 코로나19 팬데믹의 심각성을 축소하려 한 그의 정치생명에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는 지난 1월말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실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해 1918년 발생한 스페인 독감과 같은 팬데믹 상황이 초래할 수 있으며 트럼프 임기 내에 가장 심각한 국가안보 위협이라는 내용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이 저서 <격노(Rage)>를 통해 폭로했다. 트럼프는 2월초 우드워드와 전화 인터뷰에서 코로나19에 대해 "치명적인 질병"이라고 말했지만, 그 이후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는 "독감"에 비유하면서 문제를 축소시키려고 했다. 트럼프는 우드워드와 3월 인터뷰에서는 "나는 이 문제를 축소(downplay)시켜 말해왔다. 나는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싶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트럼프 대통령이 2일 새벽(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코로나9 양성 판정 사실을 밝혔다.

배럿 대법관 인준 절차 등 정치 일정에도 차질...상태가 심각해지면 펜스-펠로시 순으로 권한 대행

트럼프의 코로나 확진은 또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 대법관 지명자의 인준 등 주요 정치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별세로 공석이 된 자리에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후임 인선을 서둘렀다. 이는 지난 2016년 대선 9개월을 앞두고 연방 대법관 공석이 생겼을 때 공화당의 반대로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후임을 지명하지 못한 전례,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내 자리가 채워지지 않았으면 한다"는 긴즈버그 대법관의 유언, "차기 대통령이 후임 대법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 등을 모두 무시한 처사였다.

상원은 오는 12일 인사청문회를 열고 대선 4일 전인 29일 인준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상원은 100석 중 53석이 공화당이며, 2명의 공화당 의원만 대선 전 인준 투표를 반대해 배럿 지명자의 인준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았다. 배럿 대법관이 임명 되면 연방 대법원은 '보수 6 대 진보 3'으로 보수 절대 우위로 바뀌게 된다.

NYT는 또 대통령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을 정도로 트럼프의 상태가 심각해질 경우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 하원 의장인 낸시 펠로시 순으로 대통령 권한이 승계된다고 지적했다. 펜스 부통령은 2일 아침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고 한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도 이날 오전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CNN이 보도했다. 바이든은 지난달 29일 TV토론 때문에 트럼프와 대면 접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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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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