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측근들 '음모론' 설파..."트럼프 지지자들 실탄 비축해야"

법무장관, 코로나19 봉쇄조치를 노예제에 비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성파' 관료들의 '과잉 충성'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의 호위무사로 불리는 월리엄 바 법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 밤 미시간주 힐스데일대학 강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조치를 노예제에 비유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또 트럼프 대선캠프 출신 '낙하산'인 마이클 카푸토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아무런 근거 없이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트럼프 정부에 대한 반란을 꾀하고 있으며, 오는 11월 대선 직후 반대세력이 내란을 일으킬 것으로 대비해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실탄을 비축해 놓으라고 제안하는 등 황당한 주장을 해서 물의를 빚었다.

카푸토 대변인은 트럼프의 비선 참모인 로저 스톤과 매우 가까운 사이다. 그의 이런 '허무맹랑한' 주장은 권모술수의 달인으로 통하는 로저 스톤이 최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내용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비선 참모들이 '충성파' 관료들의 입을 통해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지령'을 내리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법무장관 "코로나로 인한 봉쇄조치는 노예제 이외 시민권에 대한 가장 큰 침해"

17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바 장관은 전날 강연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한 봉쇄조치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전국적 봉쇄조치를 취하고 자택대기령(Stay-at-home order)을 내리는 것은 가택연금과 같다"며 "다른 종류의 구속이었던 노예제 외에 미국 역사에서 시민의 자유에 대한 가장 큰 침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지사들의 이런 조치를 "자유로운 시민을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는 아기들처럼 대한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바의 이런 발언은 오는 11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코로나19 사태를 정치화해 온 트럼프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경제 불황을 이유로 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한 봉쇄 정책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해왔으며, 사업장이나 학교 재개 등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그러나 바의 발언은 당장 큰 반발을 불러왔다. 흑인 하원의원인 제임스 클라이번(사우스캐롤라이나)은 CNN과 인터뷰에서 "바의 발언은 내가 들어본 것 중 가장 어이 없고, 무신경하며, 경악스럽다"며 "이 나라의 법무부 수장이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생명을 구하기 위한 조치를 인신 구속과 동일시한다는 것은 믿기 힘들다. 노예제는 생명을 구하는 것이 아니고 생명을 경시하는 것이었다"고 맹비난했다.

CNN은 바에 대해 "트럼프가 자신과 똑같이 음모론과 권위주의적 시각으로 국정을 운영할 동반자(wingman)를 구했다"고 비꼬기도 했다.

▲ 윌리엄 바 법무장관. ⓒAP=연합뉴스

복지부 대변인 "CDC가 트럼프 저항세력에 은신처 제공...트럼프 지지자들 실탄 비축해야"

마이클 카푸토 복지부 대변인의 발언은 더 충격적이다. 카푸토는 2016년 대선에서 플로리다주 승리에 크게 기여한 인사로, 지난 4월 보건복지 분야에 대한 경력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낙하산'으로 복지부 고위직에 임명됐다. 이후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복지부와 CDC를 통제하기 위해 '충성파'를 내리 꽂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됐고 실제 언론 보도를 통해 이같은 의혹이 제기됐다. <폴리티코>는 12일 카푸토와 그의 보좌관이 CDC의 보고서 내용을 검토하고 수정할 권한을 요구하며 관계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가 나온 다음날 카푸토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한 라이브 방송에서 "CDC가 트럼프 대통령의 저항 세력에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다"고 "정부에 속한 과학자 중 조 바이든(민주당 대선후보)이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미국이 더 나아지지 않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다. CDC 깊숙한 곳에 있는 자들은 과학을 포기하고 정치적 동물이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것이지만, 바이든 측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고 무장 폭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민주당 지지자들의 무장폭동에 대비해 "총을 가지고 있다면 미리 실탄을 사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런 '폭탄 발언'으로 논란이 일어나자 카푸토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폐쇄했으며, 복지부 직원들에게 사과한 뒤 16일 휴직에 들어갔다.

문제는 그의 발언이 로저 스톤의 주장을 반복, 확산한 것이라는 점이다. 앞서 스톤은 극우 음모론 사이트 '인포워스' 운영자 알렉스 존스의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가 선거에서 지면 계엄령 선포를 고려하거나 폭동진압법을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13일 보도했다.

스톤은 트럼프가 선거에서 진다는 것은 민주당이 선거를 조작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비상 권한을 활용해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 부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팀 쿡 애플 CEO 등을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 결과에 대해 불복하고 법적 이의 절차를 제기하는 것은 물론 필요할 경우 "물리적으로 범죄 행위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40년 지기인 스톤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인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40개월 실형이 선고됐지만, 트럼프가 지난 7월 사면해줬다. 트럼프의 이런 결정에 대해 언론들은 "닉슨도 넘지 못한 선을 넘었다"며 권력 남용이라고 크게 비판했다. 스톤은 트럼프의 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된 후 "트럼프의 재선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면서 비선에서 극우파들을 동원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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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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