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푸틴의 유용한 바보, 공짜 치킨'"

트럼프 탄핵 청문회 핵심증인 빈드먼 전 중령이 목격한 '트럼프와 러시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유용한 바보', '동료 여행자'로 여겨질 것이다. 때문에 트럼프는 자신도 모르게 푸틴의 정보요원이 된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의 탄핵사태 때 핵심 증인이었던 알렉산더 빈드먼 전 육군 중령이 14일(현지시간) 시사 주간지 <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빈드먼을 인터뷰한 <애틀랜틱>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은 최근 트럼프가 2018년 프랑스 순방 일정 중 2차 세계대전 때 전사한 군인들을 "패배자(loser)", "호구(sucker)"라 폄훼했다고 특종 보도했다.

빈드먼은 군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로 파견돼 근무하던 중 지난해 7월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볼르도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업무상 직접 듣게 됐다. 이 통화에서 트럼프가 젤렌스키에게 민주당 대선후보(당시엔 유력 주자)인 조 바이든 부자에 대한 우크라이나 검찰의 수사를 부탁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탄핵 사태까지 일어났다. 빈드먼은 하원에서 진행된 탄핵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트럼프가 "미국의 안보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빈드먼은 트럼프가 하원에서 탄핵 소추됐지만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원의 탄핵재판에서 해임을 면하면서 사태가 종결되자 군에서 해고됐다.

빈드먼은 14일 <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도 탄핵 당시 증언에 대해 "나는 미국 시민이자 육군 장교로서 의무를 다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푸틴 존경...러시아 입장에선 '공짜 치킨'"

빈드먼은 탄핵사태를 불러온 '우크라이나 스캔들' 이외에도 트럼프가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했고, 이 과정에 트럼프 측근들이 연루된 사실이 로버트 뮬러 특검 조사 결과 밝혀졌지만, 트럼프의 직접 개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수사에 관여했던 검찰, 정보기관 등에서 지속적으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밥 우드워드는 신간 <격노(Rage)>에서 댄 코츠 전 국가정보국장(DNI)은 "정보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았지만 푸틴이 트럼프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혹을 계속 갖고 있다"고 썼다. 또 피터 스트럭 전 FBI 국장도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을 우선시 할 수 없으며, 숨겨진 동기에서 행동한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스트럭은 뮬러 특검 당시 트럼프와 대립하다가 해고됐으며, 최근 <타협(Compromised)>이라는 책을 통해 당시 있었던 일에 대해 폭로하고 나섰다.

빈드먼도 NSC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트럼프가 푸틴에게 '유용한 바보', '동료 여행자'로 여겨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용한 바보'는 독재정권의 속임수에 잘 넘어가는 사람들을 의미하며, '동료 여행자'는 푸틴의 민주주의에 대한 반감을 공유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러시아가 트럼프의 약점을 빌미로 협박하고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빈드먼은 이렇게 답했다.

"트럼프는 푸틴과 같은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열망이 있어서 그를 존경한다. 트럼프는 견제와 균형이 없이 무엄하게 행동하는 권위주의적인 강자를 좋아한다. 그래서 푸틴을 기쁘게 하려고 할 것이다. 군대에서는 이런 것을 '공짜 치킨'이라고 부른다. 당신이 작업하지 않아도 당신에게 다가오는 것, 러시아인들이 트럼프에게 갖고 있는 것이 바로 '공짜 치킨'이다."

트럼프가 푸틴과 같은 권위주의적 지도자를 동경한다는 것은 트럼프와 가까운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온 증언이다. 트럼프의 조카인 메리 트럼프와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도 각자 자신들의 책을 통해 동일한 주장을 했다. 코언은 더 나아가 트럼프가 푸틴에게 호감을 갖고 접근했던 것은 푸틴을 통해 돈을 벌려는 사업적 목적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포기하면 권위주의 지도자가 나온다"

빈드먼은 탄핵 사태의 여파로 군을 떠나 현재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 과정 중에 있다고 한다. 그는 "왜 트럼프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냐"는 질문에 "트럼프는 나를 정치화시킨 대통령이다. (탄핵 청문회 때 그는 자신은 어느 당도 지지하지 않는 정치적 중립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나는 이런 일이 미국의 어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리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는 대통령이 이 나라를 약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적과 동맹에 의해 조롱당하며 더 큰 재앙을 향해 가고 있다. 권위주의는 강력한 지도자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 사실에 더 가깝다. 헝가리와 터키, 나치 독일에서, 그들은 현실에 안주함으로써 자신들의 민주주의를 포기했다. 진실은 이 정권에서 희생됐다. 이 대통령의 궁극적인 목표는 여러분들이 본 것과 들은 것을 믿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이를 상기시키는 것이 지금 나의 목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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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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