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스승의 날에도 지혜복 교사는 거리에 있습니다. 지혜복 교사는 A 학교 성폭력 사안 해결과 부당전보·부당해임·형사고발 철회를 위해 500일이 다 되도록 거리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외면하고 있지만, 청소년과 학생과 말벌 동지와 양육자와 노동자들이 지혜복 교사와 맞잡은 손은 오늘도 굳셉니다. "우리에게 지혜복 선생님이 필요합니다"라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편집자.
5월1일 노동절을 맞아 '노동기본권 쟁취', '사회대개혁 실현' 등 정치적 구호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만국의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투쟁을 상징하는 날답게 전 노동자의 공통된 요구를 의제로 내걸고 노동자들이 응집하고 있다.
전국 각지 자신의 사업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동지들을 생각해 본다. 개개의 노동자들 혹은 각 노동조합의 이해와 요구를 위한 것처럼 보이는 투쟁이 때로는 모든 노동자들의 이해와 무관하지 않다. A 학교 성폭력 사안 공익제보자이자 부당전보와 부당해임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지혜복 교사의 사안처럼 말이다.

2023년 교육 현장은 교사들이 요구하는 교권, 더 나아가 생존권 투쟁으로 들끓었다. 한 교사의 죽음이 그 시발점이었다. 교원 수 감축과 과도한 업무, 정서·행동상의 어려움을 겪는 학생 수의 증가, 과거와 달라진 양육자들의 인식과 태도 등 교원들을 더욱 더 열악한 처지로 몰아넣는 환경의 변화가 그 한계에 봉착해 폭발했다. '교육 불가능한 학교' 논의는 수년 전부터 있어왔지만, 수년 새 학교는 교육 불가능의 학교를 넘어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장소가 됐다.
같은 시기, 학내 성폭력 사안을 인지하고 이 사안을 제대로, 그리고 교육적으로 해결하려 학교 안에서 고군분투하던 한 명의 교육 노동자가 있었다. 2023년 5월, 지혜복 교사는 학내 성폭력 사건을 인지했다. 실태 파악을 위한 무기명 설문조사 결과 학내 과반수의 여학생이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겪었다고 답했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학교 측의 미흡한 조치로 학내 갈등은 더욱 커졌으며 피해 학생 일부가 진술을 번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겼다. 조사 과정에서 피해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노출되기도 했다.
지혜복 교사는 학교 관리자 징계,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하는 민원을 냈다.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의 권고문이 나왔으나 학교는 권고 이행을 위한 적절한 조치 없이 지 교사 전보를 결정했다.
공익제보 신고로 부당전보를 당했기에 지 교사는 서울시교육청에 부당 전보 철회를 요구하는 민원을 다시 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지혜복 교사를 공익제보자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후 부당 전보 철회를 요구하는 출근거부 투쟁이 이어졌고, 투쟁이 장기화되자 지 교사에 대한 해임이 결정됐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전보 및 해임처분 취소 청구를 했지만 기각됐고, 현재는 전보처분 취소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혜복 교사의 투쟁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교육 현실에서 더 의미를 갖는다. 교육 불가능의 학교에서 교육의 본질에 대해, 진정한 교육의 회복에 대해 말하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교사에게 행정 업무와 수업 이외의 소위 생활지도라 불리는, 학생의 고민과 어려움에 대해서 살피는 일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폭력, 문제행동의 지도와 해결은 오랜 시간을 들여 숙고하고 애를 써야 하는 일임에도 경시되거나 빠른 해결을 위한 접근만으로 학생들에게 상처를 입히기 쉬운 부문이다. 지 교사는 성폭력 사안을 인지한 후 이 사안을 교육적으로 해결하려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교육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학교, 지 교사 개인의 노력이라는 괴리가 한계에 부딪혔다.
여전한 관리자의 갑질, 학교장을 중심으로 경직된 교직문화에 맞선 투쟁이란 점도 중요하다. 이 사안의 본질은 소위 학교장의 말을 듣지 않는 교사, 그 수직적인 위계질서에 반기를 드는 교사에 대한 학교장과 교육청 관료의 부당한 권한 행사에 있다.
군사독재의 잔재가 남아 경직되었던 학교가 조금씩 민주화되었다고는 하나 학교장은 여전히 학교 안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 그것은 학교장과 교육청 관료의 근무평정 점수가 승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재의 교사승진체계로 뒷받침되며 학교운영위원회라는 일종의 견제기구를 뒀지만 여전히 학교장이 학교의 주요 운영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 학교장이 교사를 직접 징계할 수는 없지만 교육감이나 이사장에게 징계를 요청할 수 있고, 주의·경고 조치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심지어 이 조치의 3회 이상 누적 시 해당 교사를 강제전보를 보낼 수 있는 규정(교육부 인사관리규정)이 존재함으로써 증명되고 있다.
교장의 다양한 '갑질'은 여전히 빈번해 주변 사례 혹은 기사를 통해서도 쉬이 접할 수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학교장이 내린 부당한 결정에 불복하고 나아가서 이것을 바로잡기 위해 투쟁하는 것은 권위적인 교육 현실을 알리고 이 질서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이며, 학교 민주화를 위한 일이다.
여전히 교권, 교사 생존권이 화두인 2025년 교육 현장에서 지 교사의 투쟁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학교라는 전쟁터에서 교사는 희생자이자 피해자이기도 했지만 그들보다 더 오래전부터 병들어가고 있는 학생들을 보호, 교육하고 이 환경을 변화시켜야 할 책임도 지고 있다. 노동자이자 교사로서 투쟁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교육노동자들의 그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투쟁과 온갖 불합리와 횡포, 부당한 권한 행사에 맞서 학교를 민주화하려는 움직임과 학생들에게 더 안전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는 노력은 맞닿아 있다. 학생, 양육자, 그리고 모든 교육노동자들이 함께 싸워야 하고 싸울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지난달 23일에 있었던 'A 학교 부당전보 철회를 위한 제10차 집중집회'는 왜 많은 교육노동자들과 교육주체들이 이 투쟁에 결합하고 있는지, 왜 결합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했다. 현재 학생이거나 학생 때의 부정적인 경험을 가지고 성장한 이들이 이 투쟁에 많이 결합하고 있다. 특히 학생 때 학교폭력, 성폭력의 피해를 입고도 학교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고립감과 분노를 가진 채 성장한 이들이 지혜복 교사의 투쟁에서 많은 위로와 치유를 경험하는 듯했다.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교육공무직본부 노동자들이 집회 현장에서 학교 안 비정규직의 저임금 철폐와 급식실 위기 개선을 내걸고 단식투쟁에 돌입했음을 알리기도 했을 만큼 이 투쟁은 교육 현장을 이어주고 있기도 하다. 정치하는엄마들, 평등교육실현전국학부모회, 참교육학부모회 서부지회는 이 투쟁에 처음부터 함께 결합한 조직이기도 하다.
싸움의 대상이 같고 싸움의 목적이 같을 때 그 투쟁은 더 위력적으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바로 이곳 지 교사의 싸움의 현장에서 그 가능성을 목도한다. 학교가 전쟁터가 된 것은 적은 노동자 수 및 높은 노동강도의 문제와 더불어 학교 안의 노동자 간, 그리고 교육노동자와 학생·양육자끼리 적으로 돌리게끔 조장하는 외부의 어떤 힘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분열이 조장되고 있음을 깨닫고 적이 아닌 동지로서 함께 다시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이미 지 교사가 불이익과 고통을 감내하며 앞장서서 싸움을 만들어냈다. 이 싸움을 알게 된 모든 교육노동자들과 교육 주체들에게 이 싸움에 동참해주시길 호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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