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년 전통 美 과학잡지가 "바이든 지지" 선언한 까닭은?

창간 이래 첫 대선후보 지지 ..."트럼프, 과학과 증거 거부"

"사실, 나는 과학이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I don't think science knows, actually.)"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를 방문해 최근 서부 3개주(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지역에 번지고 있는 산불에 대해 브리핑 받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 주정부 책임자들이 산불에 대해 "과학적으로 기후변화가 근본 원인"이라고 말하자 이를 부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평소에 기후변화에 대해 과학자들의 "사기(hoax)"라고 주장해왔다.

트럼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태도도 매한가지다. 과학적 근거 없이 특정 약물(하이드록시 클로로퀸)을 홍보하거나, 살균제를 몸에 주사하면 된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거나, 앤서니 파우치 국립감염병.알레르기연구소 소장 등 과학자들과 노골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였다.

15일(현지시간) 발간된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를 통해 트럼프는 코로나19와 관련해 "독감에 비해 5배의 치명률을 갖고 있다"고 우드워드와 인터뷰에서 말해놓고, 실제 국민들을 상대로한 백악관 브리핑에서는 "바이러스는 곧 사라질 것", "독감과 비슷하다"고 주장하는 등 자신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맞게 '과학적 사실'을 재단하는 행태도 확인됐다.

이처럼 트럼프는 과학(자)을 부정하는 대통령이다.

이런 모습에 미국의 175년 전통을 가진 과학잡지가 15일 창간 이래 처음으로 대통령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미국에서 언론이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일은 오히려 '객관성'과 자신들의 '논조'를 정당화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일이다. 하지만 과학 잡지의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은 흔히 있을 법한 일은 아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의 편집인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이번 대선은 생사의 문제"라면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잡지의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은 창간 이래 처음이다. 다음은 이 잡지가 밝힌 바이든 지지의 주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는 증거와 과학을 거부함으로써 미국과 미국 국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가장 충격적인 예는 9월 중순까지 19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죽은 코로나19에 대한 트럼프의 부정직하고 서투른 대응이다.

(트럼프는) 또한 이 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최대의 도전 과제들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환경 보호, 보건 의료, 그리고 공공 과학기관들과 연구원들을 공격했다.

우리는 이런 이유로 조 바이든에게 투표하기를 촉구한다. 바이든은 우리의 건강, 경제, 환경 등을 보호하기 위한 사실에 기반한 계획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가 내놓은 제안들은 이 나라가 좀더 안전하고 번영하고 평등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비록 트럼프와 그 동맹세력들은 유권자들이 11월에 안전하게 투표를 하는 것(우편투표나 현장투표 모두)을 방해하려고 애쓰지만, 이제 트럼프를 물러나게 하고 객관적인 자료와 과학을 받아들이는 바이든을 선출할 때다."

▲미국 서부의 산불이 "기후변화"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기후 방화범"이라고 비난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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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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