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협치 드라이브'에 김종인 "여건이 조성돼야" 제동

김종인 "통신비 2만원 지급은 정치적 결정"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협치' 방안을 둘러싸고 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10일 국회 사랑재에서 오찬 회동을 주재한 박병석 국회의장은 "양당이 최근 정책적 측면에서 많이 접근하고 있다. 교집합이 넓어졌다"며 "양당이 교집합 분아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입법이 현실화됐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참석한 양당 대표들에게 주문했다. 박 의장은 "오늘 만남을 통해서 국민 통합과 협치의 마중물이 되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낙연 대표도 "이런 시기에 정치권이 서로 아웅다웅하지 않고 협력하고 함께하는 것이 지쳐있는 국민들에게 당연한 도리"라고 호응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김 위원장에게 "어제 문 대통령을 뵀는데 협치를 많이 강조했다"며 중재 역할에 공을 들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협치를 강조하며 김 위원장과의 일대일 회담을 문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그러나 김종인 위원장은 "협치를 하려면 협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며 여권의 실질적 변화를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21대 총선이 끝나고 원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종전 관행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야 사이에 균열이 생겨났고 그것이 아직도 봉합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또 "내년은 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라서 특별하게 정치적인 입법을 시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협치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의회를 이끌어가는 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여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차지했던 점을 겨냥하며 국회 상임위원장 재분배를 협치의 조건으로 제시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낙연 대표는 "금년 개원 협상 과정에서 두세 달 동안 겪었던 우여곡절을 또 반복하는 할 겨를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다.

원구성 문제에선 이처럼 엇갈린 시선을 보였지만, 김 위원장은 4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는 적극적 협력을 시사했다.

이낙연 대표가 "내주 주말, 18일까지는 추경이 처리가 되었으면 한다. 김 위원장이 많이 도와주기를 부탁한다"고 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은 "추석 이전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2차 재난지원금이 돌아갈 수 있도록 추경이 빨리 처리돼야 한다"며 "(추경) 내용이 합리성을 결여하지 않는 한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최근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경제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한국경제에 대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느냐에 대해 회의적인 느낌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정부가 13세 이상 국민들 전원에게 통신비 2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국민들은 정부의 돈에 맛을 들이면 떨어져나가려고 하지를 않는다"며 "정치적으로 그런 결정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재정 운영이나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한편 이날 회동 뒤 양당 대변인들은 국회의장 주재로 열리는 교섭단체 대표들의 정례회의를 월 1회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당은 또 "지난 4.15 총선 공약과 정강정책 가운데 공통사항을 양당 정책위의장이 협의해 처리토록 한다"고도 합의했다.

아울러 4차 추경안을 시급히 처리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추석 전에 국민들이 지급받을 수 있도록 노력키로 했으며, 24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코로나19 방역 및 민생지원 관련 법안을 최대한 많이 처리한다는 데에도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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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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