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흑인 피격' 커노샤 방문 예고에 긴장 고조..."제발 오지 마"

"트럼프, 4년 내내 폭력 조장"...민주당, '트럼프 폭력 책임론' 맹공

"트럼프는 자신의 이미지로 이 나라를 재구성하려고 한다. 이기적이고, 분노에 가득 찼으며, 어둡고, 분열적이다. 이런 모습은 미국이 아니다."(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8월 31일)

"당신의 존재가 커노샤와 우리 주(위스콘신)에 어떤 의미를 줄 지 우려하고 있다. 당신의 존재는 우리의 치유만 방해할 뿐이다. 분열을 극복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려는 우리의 작업이 늦춰질까 걱정이다."(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 8월 30일)

"모든 오리건인들은 치명적인 폭력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권리가 있다. 무장한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우리 거리에 또다른 유혈 사태를 가져오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 주지사, 8월 30일)

"미움과 분열을 만든 것은 바로 당신(트럼프)이다. 경찰에 의해 살해된 흑인들의 이름을 말할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은 바로 당신이다.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주장한 것도 바로 당신이다."(테드 휠러 포틀랜드 시장, 8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린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제이콥 블레이크)이 경찰에게 7발의 총상을 입은 사건이 발생한 위스콘신주 커노샤를 9월 1일 방문하겠다고 밝히자,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을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이 나서서 "제발 오지 말라"고 말리고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이에 굴하지 않고 방문을 강행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트럼프가 커노샤를 방문하는 이유에 대해 법 집행관들을 만나고 폭동으로 인한 피해를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가 경찰 과잉 대응의 피해자인 블레이크 가족을 만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난달 23일 사건 발생 이후 한 번도 블레이크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 그저 사건 이후 거세진 항의시위의 '과격성'에 대해 비판하는데 열을 올렸다.

특히 이전과 달리 최근 인종차별 항의시위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총기, 차량 등을 동원한 맞불시위를 벌이면서 직접적인 인명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커노샤에서는 지난 25일 트럼프 지지자인 17세 카일 리튼하우스가 시위대를 자동소총으로 공격해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포틀랜드에서도 지난달 29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거 차량 시위를 벌이고 인종차별 시위대와 충돌을 빚으면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트럼프 지지자 1명이 사망했지만 가해자는 아직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처럼 트럼프 지지자들과 인종차별 항의시위대 간의 유혈사태가 발생한 직후에 트럼프가 커노샤를 찾는 것은 오히려 양측의 갈등과 폭력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위스콘신 주지사, 커노샤 시장 등 자치단체장들이 일제히 트럼프 방문을 말리고 나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방문을 고집하는 것은 오는 11월 3일에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유리한 판을 짜기 위해서다.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혈사태까지 발생하자 백인, 중산층, 중도성향의 일부 유권자들이 바이든에서 트럼프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종차별 항의시위에 반대하는 트럼프는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며, 인종차별 항의시위에 동조하는 바이든은 '무법과 혼돈'의 대통령이라는 프레임을 굳히는데 필요한 행보다.

게다가 위스콘신은 이번 대선에서 매우 중요한 대표적인 경합주(민주당과 공화당 지지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주) 중 하나로 꼽힌다. 미국 대선은 유권자들의 직접 투표가 아니라 각 주별 선거인단 투표 결과로 승자가 결정되는 간접 선거다. 또 각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숫자를 승자가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제로 선거인단 투표 득표 계산을 하게 된다. 따라서 일부 경합주의 선거 결과가 사실상 승패를 결정짓기도 한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비해 300만 표 적게 득표했지만, 일부 경합주에서 이기면서 선거인단을 더 많이 확보해 최종 승자가 됐다. 2020년 대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유권자 투표에서 이길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트럼프가 또 승자가 된다면 이런 일이 또 벌어져야 한다. 트럼프가 2016년과 마찬가지로 일부 경합주에서 근소한 표차로 승리를 거머쥐는 경우 밖에 없다는 말이다. 트럼프가 커노샤를 찾겠다는 것은 바로 이런 계산 때문이다.

바이든 "트럼프는 폭력을 멈출 수 없다"

바이든도 31일 경합주인 펜실베니아주를 찾아 현장유세를 벌였다. 그는 트럼프가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계속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지적하면서 "현 대통령은 당신이 두려움 속에 살기를 원한다"며 "그는 수년 동안 폭력을 조장했기 때문에 폭력을 멈출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4년 동안 이 나라에 유독한 존재였다. 우리가 말하는 방식, 서로를 대하는 방식, 소중히 간직해온 가치들, 우리의 민주주의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 우리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독소를 제거할 것인가?"

바이든은 폭력시위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폭동은 항의가 아니다, 약탈과 방화는 항의가 아니다"며 "그것은 무법이다. 그렇게 하는 사람들은 기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트럼프 지지자들이 8월 29일 포틀랜드에서 차량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