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당대회서도 "내가 지면 선거조작"...선거 불복 '군불 때기'

트럼프, 전대 첫날부터 나흘 내내 연설...'2550명 만장일치'로 공식 대선후보

미국 공화당은 24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2020년 대통령선거 후보로 공식 선출했다. 각 주별로 대의원들이 참여한 경선 결과를 공개투표(Roll Call, 호명)한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2550명 전원의 표를 받아 공화당 후보로 선출됐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는 마이크 펜스 현 부통령이 지명됐다.

이에 따라 11월 3일 있을 대선은 공화당의 트럼프-펜스 대 민주당의 조 바이든-카멀라 해리스 대결이 확정됐다.

지난 주 있었던 민주당 전당대회와 달리 이번 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진행되는 공화당 전당대회는 여러가지 면에서 민주당이나 기존 공화당 전당대회와는 차이를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대의원들의 롤콜을 포함한 거의 모든 행사가 화상으로 진행된 민주당 전당대회와 달리 공화당은 50개 주와 미국령 등에서 각각 6명씩 모두 336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미니' 현장 전당대회를 강행했다.

또 이날 트럼프와 펜스는 롤콜이 끝난 직후인 오후 2시께 곧바로 등장해 연설을 했다. 예정에 없던 연설이다. 이와는 별개로 트럼프는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4일 내내 연설을 할 예정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을 통틀어 전당대회 내내 연설을 하는 후보는 트럼프가 처음이다. 대선 후보는 전당대회 마지막날에 등장해 수락 연설을 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다.

▲ 24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트럼프. ⓒAP=연합뉴스

트럼프, 공식 대선후보 선출 후 일성으로 '부정선거' 의혹 제기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는 "내가 지면 선거가 조작(rigged)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우편투표를 통한 부정선거 가능성에 대해 20분 넘게 역설했다. 상식적으로 선거 부정은 정부 기관을 움직일 힘이 있는 집권 세력이 저지를 수 있지 야당이 저지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현직 대통령인 자신이 부정선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피해망상에 가깝다. 미국 역사상 현직 대통령이 부정선거 피해 의혹을 제기하는 것도 트럼프가 처음이다. 그러나 이런 비상식적인 주장이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들에겐 이날 전당대회의 '만장일치' 투표 결과처럼 한점의 의혹도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트럼프가 공식적으로 후보로 선출된 직후 일성으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강조한 것은 11월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편투표를 부정 선거 의혹 제기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그들(민주당)이 하는 일은 코로나19를 선거 결과를 훔치는데 (우편투표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그들은 모든 미국인을 속여 공정하고 자유로운 선거를 빼앗기 위해 코로나19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또 상대후보인 바이든에 대해서도 근거없는 비난을 했다. 그는 "바이든은 자신들 전당대회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하기로 했는데 그곳에 전혀 가지 않았다"라며 "우리는 그런 식으로 하지 않는다"고 공화당이 현장 전당대회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공화당 전대에서 당초 발표된 방역지침과 달리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들도 많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일부 언론이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중국이 미국을 속였다고 주장하면서 "우리에겐 현실을 볼 만큼 똑똑한 사람이 없었고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이 그들 중 최악일 것"이라며 "이 남자가 당선되면 중국이 우리나라를 소유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의 성과를 강조하면서 한국도 몇차례 거론했다. 트럼프는 오바마 정부의 한국과 무역협정이 "끔찍한 협정"이었다면서 "힐러리는 이 협정으로 25만개의 일자리를 가져오리라고 말했지만 불행히도 그 일자리가 우리가 아니라 한국에 갔다"고 거듭 근거 없는 주장을 했다.

대의원들의 '황당 주장'..."바이든, 어둠 속에서 태아 죽이기 위해 기다린다"

한편, 이날 롤콜 과정에서도 일부 대의원들이 비상식적 주장을 하기도 했다. 루이지애나주 대표로 나온 로스 리틀 주니어 대의원은 "바이든은 수천명 사냥꾼의 고향인 루이지애나에도 총과 무기를 빼앗아가겠다고 위협을 할 수 있다"며 "루이지애나는 프로 라이프(낙태 반대론자) 주인데, 바이든은 우리 태아들의 생명을 빼앗아 가려고 어둠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네소타주 대표로 나온 대의원은 과학적으로 검중되지 않은 약품을 '코로나19 기적의 치료제'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애리조나주 대표로 나온 앤드류 소렐 대의원은 "나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도가 가장 높은 주의 대표"라면서 대의원 전원이 트럼프에게 투표했다고 주장하는 등 이날 전당대회에 참여한 대의원들은 '트럼프 충성 경쟁'을 하는데 여념이 없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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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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