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세? '2016년 힐러리' 보다 약간 앞선 것 뿐...변동성 커"

[2020 美 대선 읽기] 美 선거분석가 네이트 실버 "트럼프, 여전히 선거인단 투표는 유리"

오늘(8월 12일)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면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가능성이 71%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통계학자이자 정치분석가인 네이트 실버가 개발한 선거 예측 모형에 따르면 바이든 전 부통령(이하 직함 생략)이 트럼프 대통령을 이길 확률은 71%, 반대로 트럼프가 바이든을 이길 확률은 29%라고 <파이브써티에이트>(FiveThirtyEight, 이하 538)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의 성적을 예측하는 프로그램인 '페코타'를 개발해 주목 받았던 실버는 익명으로 정치 분석 글을 인터넷에 쓰다가 2008년 <538>을 창간했다.

실버는 이날 <538>의 선거 모형에 따른 2020년 대선 결과 예측에 대한 칼럼("It's Way Too Soon To Count Trump Out")도 썼다. 이 칼럼에서 특히 주목해야할 지적은 다음과 같다.

"이 수치들(이길 확률 바이든 71%, 트럼프 29%)이 기시감을 준다면 그것은 이 숫자가 2016년의 최종 예측과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트럼프는 29%의 당선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당시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도 71%의 당선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29%의 가능성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며(...) <538>의 예측이 다른 모델보다 더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는 이유다."

▲<538> 선거 모형에 따른 대선 결과 예측. ⓒ<538> 화면 갈무리

트럼프, 여전히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538>의 선거 모형에 따르면, 바이든은 유권자 투표(popular vote)에서 81%의 승리 가능성이 있는 반면, 선거인단 투표(Electoral college vote)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71%로 나타났다. 트럼프가 여전히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유권자 투표에 비해 10% 유리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미국 대선은 유권자 투표가 아니라 선거인단 투표 결과로 승패가 결정이 나는 간접선거 방식이다. 선거인단 득표 계산은 각 주의 유권자 투표 결과에 따라 선거인단이 투표를 한 뒤 승자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제'를 따른다.(플로리다주의 승자가 플로리다주에 배정된 선거인단 29명의 표를 가져간다.) 따라서 총 선거인단 538명 중 270명을 먼저 확보한 후보가 승자가 된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는 유권자 투표에서는 클린턴에게 3% 뒤졌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하면서 최종 승자가 됐다. 2020년 대선에서도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를 앞서는 것으로 결과가 나오지만 2016년의 상황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기에 아직 이르다는 것이 실버의 주장의 요지다.

물론 <538>의 예측 결과도 현 시점에서는 바이든이 크게 앞서고 있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입지는 초라하다. 현재 바이든은 2016년 클린턴이 패배한 주들 중 플로리다,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애리조나, 오하이오, 그리고 네브래스카 제2의회 선거구에서 앞서고 있다. 만약 바이든이 이 주들에서 승리하고 클린턴이 이긴 다른 주(블루 스테이트, 민주당 지지 성향의 주)에서 승리한다면, 그는 35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게 된다."

코로나19, 경제불황, 경찰폭력 등 2020년 대선은 '불확실성'이 높은 선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버는 선거일(11월 3일)까지 83일 동안 많은 것들이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88년 마이클 듀카키스(민주당), 2000년 조지 W. 부시(공화당), 2004년 존 케리(민주당) 등 현 시점에서 전국 여론조사에서 이기고 있던 3명의 후보는 실제 유권자 투표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현 시점에서 (엘 고어 민주당 후보를) 10% 포인트 차로 앞서며, 바이든의 현재 우위보다 앞선 상황이었다. (다만 부시는 선거인단 선거에서 승리해 최종 승자가 됐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여론조사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8월에 불과하다. TV토론과 각 당의 전당대회도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바이든은 어제(11일) 러닝메이트(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를 지명했다. 그리고 이 캠페인은 미국이 100년 이상 동안 보지 못했던 팬데믹 속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또한 전례 없이 불안정한 경제 상황을 불러오고 있다."

실버는 코로나19 사태도 11월 선거를 앞두고는 현재처럼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으며, 트럼프가 그 충격을 최소화하려고 술수를 쓸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미국에서 16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으며, 트럼프 정부의 대응에 대한 지지율은 끔찍한 수준이다. 하지만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또 11월까지 백신이 널리 보급될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11월까지는 백신이 승인되거나 (선거 결과를 노리고 트럼프 정부가 백신을 승인했지만 실효성이 없거나 부작용 우려 등으로) 급히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

실버는 코로나19 사태와 그 결과로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우편투표 등 선거 자체를 둘러싼 문제, 경제 변동성, 경찰폭력과 인종차별 문제 등이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는 이런 변수들을 감안한 '불확실성 지수'를 <538>의 예측 모형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실버는 이런 변수들을 모두 감안할 경우, 바이든이 현재 전국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8%포인트 앞서고 있지만, 경합주에서는 6%포인트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8월의 6%포인트는 앞서는 것은 과거 선거 결과를 볼 때 그리 안전하지 않으며 그 격차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으며 11월까지 코로나19와 나머지 상황이 어떻게 변화될지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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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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