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책임, 저임금 노동자에게 전가하면 안 된다"

[기고] 코로나19 시대, 왜 최저임금 인상인가 ③

2021년 최저임금 심의가 한창이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지난 1일 각각 16.4% 인상안인 1만 원과 2.1% 삭감안인 841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하며 본격적인 금액 심의를 시작했다.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 법정 고시일이 8월 5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7월 중순경에는 내년도 최저임금 액수가 결정돼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 결정의 최대 변수는 코로나19다. 경영계는 '경제위기와 기업 경영 상황 악화'라는 전가의 보도를 꺼내들며 최저임금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시대에도 노동계가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레시안>이 이에 대한 세 편의 기고글을 싣는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 여파가 노동자에게 큰 파도로 덮치고 있다.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는 전년대비 39만 2000명 감소하고, 실업자는 127만 8000명 급증했다. 코로나19 경제위기가 노동자에게 가장 먼저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21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진행되고 있다. 보수언론과 경영계는 코로나19를 운운하며 최저임금의 삭감을 주장하고 있다. 보수언론과 경영계의 근거는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현재의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고용불안이 가중되고, 이는 가계의 소득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되묻고 싶다. 지금 사상 최대의 실업자 발생이 최저임금 인상 때문인가? 아니다. 최저임금과는 무관하게 실업자가 급증한 상황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영향을 준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2000년 이후 최저임금이 10% 이상 인상된 해는 2000년 16.6%, 2001년 12.6%, 2003년 10.3%, 2004년 13.1%, 2007년 12.3%, 2018년 16.4%, 2019년 10.9%로 총 7번이다. 이 7번의 10% 이상 최저임금이 인상된 시기에 고용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거나, 실업률이 급증한 사례는 없다. 일시적인 변동은 있었으나 금방 회복하여 안정세를 보였다. 오히려 금융위기 이후 2.75%로 최저임금을 역대 두 번째로 낮게 인상했던 2010년 실업률이 상승했던 선례가 있다.

보수언론과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준다는 근거도 없이 현재의 고용상황과 최저임금 인상을 엮어서 마치 최저임금이 현재의 고용에 악영향을 주는 듯 호도하고 있다.

경제위기 책임, 저임금 노동자에게 전가 말라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주장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저임금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모두 미증유의 상황이라 주장하며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는 이미 수백조 원의 정부재정을 통한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고용 여력이 충분한 대기업들이 채용을 축소하고, 인력 감원 운운하는 것은 위기를 틈타 자신들의 이익을 더 강화하기 위한 꼼수일 뿐이다.

특히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위기 상황을 대기업 등 경영계가 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위기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골목시장 진출), 납품단가 후려치기 및 불공정한 이익분배 등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며 생긴 문제이다. 최저임금 핑계를 대기 이전에 이러한 부당한 이익 편취 구조를 개선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을 이야기했고, 스스로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했다고 자평한다.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소득이 보장되고 증대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야 한다. 대표적인 제도가 일자리안정자금이다. 정부는 2018년부터 해당 제도를 통해 2018년 264만명, 64만 개 사업장에 2조 5000억 원, 2019년 343만명, 83만개 사업장에 2조 8000억 원을 지원했고, 지금도 운영 중에 있다. 이 제도의 대상을 1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지원 금액을 5인 미만 사업장 월 최대 20만 원, 30인 미만 사업장 월 최대 15만 원, 100인 미만 사업장 월 최대 11만 원으로 상향한다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담을 경감하고,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 위해 최저임금 인상 필요

최저임금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분들께 호소드린다.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사회의 불평등·양극화를 해소하고, 400만 명이 넘는 저임금 노동자의 생존을 위한 최우선 조치이자,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다. 사업체의 지불능력을 고려하기 전에 저임금 노동자의 생존이 우선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영세 사업주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기구가 아닌 최저임금노동자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미 2020년 1분기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소득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위기상황마다 발생하는 불평등·양극화가 심화될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동결한다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고용불안을 해소시킬 수는 없다. 고용불안은 다른 방식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 오히려 지금은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저임금노동자들이 다시 노동시장으로 진입했을 때 먹고 살수 있는 최저임금, 본인은 물론 그 가족의 생계를 담보할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불평등·양극화가 해소되는 새로운 한국사회로 진입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6월 9일 국무회의에서 “현재 코로나 위기에서 불평등이 현실의 문제가 되고 있다”며 “위기를 불평등을 줄이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힌바 있다. 그 시작은 최저임금 인상이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의 책임있는 결정을 호소한다.

▲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 ⓒ민주노총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