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탈보수' 행보에 중진들 "보수 가치 유지해야" 제동

"기본소득 기술적 검토 된 건가?"…"김종인 어떤 방향인지 몰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난 미래통합당 중진 의원들이 기본소득제나 탈보수 등 김 위원장이 띄운 이슈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에둘러 내비쳤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김 위원장을 향해 "진보의 아류", "용병"이라고 비판하는 등 내부 반발이 표출되는 와중에 김 위원장과 중진의원들의 10일 만남에 시선이 쏠렸다.

이날 열린 비상대책위원장‧중진의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지난 총선 결과로 인해 우리나라 권력의 균형추가 거의 무너지다시피 됐다"며 "압도적 숫자를 가진 여당과 아주 왜소해진 야당으로 인해 국회의 구성 요건 하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 제도가 더 발전할 수 있는지 우려감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통합당이 앞으로 1년 조금 더 남은 기간 동안에 제대로 준비를 잘 해서 다음 정권을 창출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많은 염려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중진 의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회의에 참석한 의원들은 김 위원장의 문제의식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통합당의 방향전환에 완급조절이 필요하다는 제안 형식으로 우회적 불만을 드러냈다.

이명수 의원은 김종인 위원장이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 실현 가능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제나 전일 보육제 등의 이슈를 선점해 제시하는 것에 공감하고, 좌우 보수진보를 따질 때가 아니"라면서도 "다만 당이 실질적으로 (기본소득 문제 등에) 준비가 됐느냐 하면 답변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슈 선정과 당의 기술적 검토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필요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홍문표 의원도 "김 비대위원장에겐 대한민국 최고의 정치적 지혜와 지도력이 있어 당원들과 국민들이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어떤 구상과 어떤 방향으로 가려는지 우리가 모르고 있다"고 했다.

홍 의원은 "민주당은 무법천지 아니냐"며 "'자유'를 뺀 민주주의를 한다고 하고 장기 집권을 하기 위해 (개헌을 통해) 4년 연임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또 "토지공개념은 우리나라의 기본 뿌리가 흔들리는 것인데, 우리가 과연 여기까지 내다보고 살아야 할 길을 준비하고 있는가"라고 했다.

홍 의원은 이어 "우리 당 이름이 미래통합당인데 '미래'는 예측할 수 없지만 '통합'은 안 되고 있다"며 "우리 당이 앞으로 가려면 적은 수라도 마음을 묶을 수 있는 통합 비전을 제시해서 화합하는 목표를 위해 가야 한다는 확실한 당의 좌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박진 의원은 김 위원장이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한 데 대해 "전략적으로는 보수라는 말을 굳이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보수의 근본적 가치와 철학을 유지해가면서 계속 변화하고 진보하는 진취적인 정치 세력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했다.

정진석 의원은 "현재 비대위에 구성된 경제혁신위와 별개로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당내 특위를 제안한다"며 "질병관리본부가 확진자를 발표하듯이 분야별로 위기 대응 상황을 국민들에게 브리핑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닥쳐올 퍼펙트 스톰, 세계적 경제 위기에 잘 대응하는 능력을 보여주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승기를 갖게 되지 않겠냐"며 이 같이 밝혔다.

정 의원은 또 총선 사전투표제의 허점을 최소화하자면서 "당 차원의 사전투표제도 개선특위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경욱 전 의원 등이 주장하는 개표 부정 의혹에 대해선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사전투표 이후 관리 소홀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며 "선거일을 사흘로 늘리든가, 사전투표를 없애든가 제도 방안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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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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