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통화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번 통화 이후 한국 언론 대부분은 시진핑 주석의 연내 방한 예정을 주요 기사로 다뤘다. 시 주석이 "올해 한국을 방문하려는 굳은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중국에서는 시 주석이 한중 양국은 공히 코로나19 대응에 성과를 거뒀고, 향후 코로나 대응과 지역평화 및 안정, 자유무역 수호 등에서 공동의 이익과 협력할 공간이 많다고 제안한 소식을 다뤘다.
2020년 새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위기와 한중 간 협력의 필요를 계기로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지지부진했던 한중관계를 회복시키려는 양국의 의지가 통하지 않았냐는 분석이다.
초기에 중국과 한국은 가장 피해가 심한 국가로 한동안 확진자, 사망자 숫자가 세계 1~2위에 나란히 올라있었다. 그러나 양국 모두 비교적 빠르게 사태를 통제했고, 이제는 전 세계 그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며 코로나 이후의 새 시대를 준비하는 상황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한국은 중국과, 중국은 한국과 상호협력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라 판단된다.
실제로 이번 통화 중에도 한중의 정상은 양국의 방역협력 기제와 지난 1일부터 실시하는 한중 기업인사 입국절차 간소화 등의 제도가 세계에 모범이 되는 사례라는 긍정적 평가와 의견을 나누었다고 한다. 나아가 코로나19 외에도 가까운 이웃이자 교류가 긴밀하며 필수적인 양국은 현재 공히 직면한 국내, 글로벌 문제에 소통과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코로나 위기로 드러난 문제들
첫째로 보건의료 등의 시스템 미비다. 코로나19 발생과 확산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천재지변과도 같다. 게다가 향후 코로나19 재유행과 다른 전염병 발생의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러한 상황에서 '발원지가 어디인지' 내지는 '과거에 ~이었다면' 등의 가능성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은 큰 의미가 없다. 전염병 확산과 통제의 과정에 드러난 각국의 보건, 의료, 복지 시스템 문제를 검토하고 개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나아가 코로나19 발생과 확산의 과정에서 드러난 각국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구조적 취약성도 문제이다. 예를 들면 초세계화시대 국가 간 전염병 확산 통제는 불가능해졌고, 글로벌 가치 사슬로 각국의 제조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의 미중 무역 갈등과 더불어 글로벌 가치사슬(GVC)의 위험과 약점을 절감한 몇몇 국가는 이미 탈세계화나 가치사슬 조정,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Reshoring) 등의 움직임을 서두르는 실정이다.
둘째로 국가, 지역, 성별, 인종, 연령 등에 따른 경제사회 격차가 드러났고 더욱더 심화되는 실정이다. 훌륭한 의료보건, 사회보장 시스템을 보유한 사회나 개인은 코로나19 위기에서 스스로의 생명과 건강, 삶의 권리를 더욱 효율적으로 지켜낼 수 있었다. 그러나 소외된 이들은 코로나 위기에 빈부, 정보, 고용, 임금, 의료 혜택 등의 경제사회 격차가 드러나고 더욱더 확대되며 생존위기에 직면하였다. 바이러스조차 불평등하다는 주장이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그리고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하여 특정한 인종, 종교, 성별, 성적 지향을 백안시하고 차별하는 경향이 확산되었다. 비(非)아시아에는 아시아와 아시아인에 대해서, 또 아시아 내부에서도 코로나19 확산의 추이에 따라 특정 국가 출신에 차별적, 공격적 언행을 가하는 일들이 증가했다. 국가와 공동체 내에도 코로나19가 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음에도 특정 지역, 종교, 성별, 민족, 성적 지향을 부정적으로 다루며 공격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셋째로 각국에서 배타적 민족주의, 극우적 포퓰리즘 세력이 부상했다. 극단주의자들이 코로나19 위기를 틈타서 자국과 부분의 우월성을 내세우면서 타국과 소수를 배척하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스스로의 책임을 타국과 약자에 전가하고 자신의 영향력 확대를 목표하는 이들이다. 실제로 문제의 해결과 완화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지만 팬데믹(pandemic) 위기에 나타난 대중들의 혼란과 공포를 이용하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인포데믹'(infodemic)이 새로운 문제로 부상하였다. 일반적으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정치와 언론이 이러한 현상을 부추겨왔다. 실제 중국은 자신의 책임을 미루며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미국은 자신의 실책을 감추고 대선에 승리를 노리고 있기에 국내의 민족주의 흐름을 부추기고 타국을 공격했다. 그리고 언론은 영향력 확대나 특정한 배후의 목적을 위해서 그릇된 정보로 혼란과 대립을 부추겨 왔다.
한국과 중국은 공조로 해답을 찾아야
최근 몇 년간 국제사회는 글로벌 차원의 격변에 직면했다. 정치적으로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견제에 전략적 갈등의 시대가 도래했고, 지역 통합과 국제 공조의 흐름이 분열과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경제적으로는 글로벌 사회가 장기적 불황과 더불어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야만 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다. 나아가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보건의료 시스템의 위기와 더불어 잠재되어 있었던 다양한 사회경제 문제를 표면화시켰다.
이것들은 한중 양국이 공히 직면한 문제이다. 나아가 한 국가의 역량과 노력만으로 위기의 해소나 대응은 불가능하다.
이번 코로나 위기의 전후, 양국 관계가 항상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사드 이후의 긴장 국면은 진행 중이고 코로나19 발생과 확산에 대응하며 서로에 대한 감정과 국익이 다소 부딪힌 측면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한중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공동의 이익과 목표가 있으며, 이에는 상호 협력과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초유의 위기로 인해 초기 대응에 서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나아가 무조건적 협력이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 문제와 이익 갈등만 보며 외면하기에는 그 이면에 있는 한중의 공동 이익과 기회, 서로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필요한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국가 관계에 100% 협력도 100% 갈등도 없다. 경쟁 속에 협력하고 협력 속에 경쟁한다. 정치와 언론을 포함한 모두가 노력하여 현실을 직시하고 함께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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