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 한국과 대만, 언론이 주목 안한 '세계 유이'의 공통점은?

[안종주의 안전사회] 케이팝, 케이방역, 그리고 ‘덕분에 챌린지’

케이(K)방역 성공, ‘덕분에 챌린지’로 이어지다.

“모두가 함께해준 덕분이래요. 의사, 간호사, 자원봉사자분들이 밤낮으로 노력해 주신 덕분에 우리 모두 함께하고 열심히 응원한 덕분에 친구들과 손잡고 뛰어 놀 날도 머지 않았대요! 내일을 기대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8일 아침 집으로 배달된 한 조간신문을 펼쳐보았다. 국내 한 대기업이 한 여자 어린이가 밝게 웃으며 ‘#덕분에 챌린지’ 수어 동작을 하고 있는 모습을 큼지막하게 실은 전면광고의 카피 문구이다.

같은 신문 또 다른 면에도 한 금융회사의 전면광고가 실렸다. “세계가 주목한 대한민국 뒤엔 국민이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성공적으로 선거를 치러내고 20개국 정상들이 앞 다투어 노하우를 배우려 하는 나라. 모ㅛ든 하늘길이 막혔어도 예외적으로 입국허가를 받는 나라. 그 뒤엔 국민이 있습니다. 더 필요한 이웃을 위해 마스크를 양보하고 따듯한 기부와 자원봉사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국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함께 헤쳐 나가는 국민의 모습이 70억 세계인의 롤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케이팝, 케이방역, 그리고 ‘덕분에 챌린지’

케이팝에 이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는 케이방역(코로나19에 대응하는 한국의 모범적인 방역)이 ‘덕분에 챌린지’로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또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새로운 모범적 캠페인이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케이캠페인, 즉 코로나 격려 캠페인 내지는 코리아캠페인이다.

27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코로나19 사태 최일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인에게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고 나서 이 캠페인에 불을 붙였다. '덕분에 챌린지'는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 사진이나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덕분에 캠페인, #덕분에 챌린지 #의료진 덕분에 등 3개의 해시태그를 함께 붙이는 참여형 릴레이 캠페인이다. 또 참여할 3명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확산해 나간다.

코로나19는 세계적으로 불길이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다. 한국에서도 잔불 정리 중이다. 잔불은 강풍 등 여건에 따라 언제든 큰 불로 다시 바뀔 수 있다. 경계를 늦출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오는 겨울에 2차 대유행이 있을지 모른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현실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난 3개월간 온 몸을 바쳐 헌신한 보건의료인과 방역당국의 지시와 권고를 너무나도 잘 따라준 국민들이 이런 캠페인을 통해 활력을 되찾고 몸속 엔도르핀을 활성화하는 것도 매우 바람직한 태도다.

대한민국이 초기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나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안정적인 관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됐기 때문이다. 기업의 광고문구에서 이미 잘 드러났듯이 승리자는 국민이다. 그 가운데서도 굳이 몇몇을 꼽으라면 첫 손가락에 의사, 간호사, 약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인을 꼽을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보건소 공무원과 전국 중앙정부와 지자체 관계 공무원, 그리고 방역 리더십을 잘 발휘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도 당연히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가운데)을 비롯한 직원들이 지난 22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코로나19 환자 진료 및 치료에 힘쓰는 의료인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덕분에 챌린지는 인스타그램 등 SNS에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고 '#덕분에캠페인', '#덕분에챌린지', '#의료진덕분에' 등 3개의 해시태그를 붙이는 국민 참여 캠페인이다. ⓒ연합뉴스

‘세월호’와 ‘메르스’라는 사회적 백신 접종으로 부스팅 효과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이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아직 판단이 이를 수는 있지만 보건의료 분야에서 40년 가까이 언론인, 전문가로서 취재하고 평가해온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나름의 분석을 해보았다.

첫 번째는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라는 사회적 백신을 국민과 정치인 등이 미리 맞은 데서 찾을 수 있다. 2014년과 2015년 연속으로 우리 사회는 이들 사회적 재난을 겪었다. 그 후유증은 매우 컸다. 백신의 경우도 연속적으로 두 차례를 맞을 경우 증폭(부스팅, boosting) 효과 때문에 체내 항체가 확실하게 다량 생긴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가 이런 효과를 우리 사회에 안겨주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과거와는 현격하게 다르게 우리의 뇌리 속에 자리 잡았다. 물론 안전사회를 확실히 구축하기 위해서는 끊이지 않는 산재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어쨌든 코로나19라는 신종감염병을 맞닥뜨린 우리 사회가 총력을 기울여 씨름한 것에는 세월호의 아픔이 함께했다고 보는 분석이 타당성을 지닌다. 세월호 참사 때는 국가가 최선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코로나19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건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메르스코로나바이러스의 형제, 더 나쁜(인간의 입장에서) 식으로 진화한 종류가 인간의 부적절한 행태 때문에 동물계에서 나와 인간계를 방문하면서 빚어진 재앙이다. 메르스 사태 때 우리 사회는 혼돈과 혼란을 겪었다.

그 교훈으로 질병관리본부의 위상을 차관급으로 격상(물론 충분치는 못하다.)했다. 또 정부는 그 다음해인 2016년부터 매년 전국의 병원과 보건소 등에서 일하는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을 연간 수백 명씩 한데 모아 감염병 대응 실습교육과 이론 교육을 실시해오고 있다. 지난 4년간 감염병 대응 교육을 받은 보건의료인들이 이번에 다른 동료들을 이끌고 코로나19와의 전쟁 현장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을 것이다.

훈련을 받고 안 받고는 실전에서 엄청난 차이로 나타난다. 또 얼마나 실효성 있는 훈련을 받았는가에 따라 전쟁의 승패가 갈린다. 의료인들은 교육 후 교육 평가에서 필자가 교관으로 참여한 감염병 위기 소통 교육보다 난생 처음 입어보는 방호복 입기 실습 등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뒤 살펴보면 드러나겠지만 메르스 뒤 실시한 정기적 교육훈련이 코로나19를 이 정도로 막아내는데 큰 역할을 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통합 전국민건강보험 위력 발휘-대만과 한국

여기에 또 하나의 요인을 추가하고 싶다. 언론이 별로 주목하지 않는 부문이다. 매우 정교하고 효율적이며 우리 사회에 이미 깊이 뿌리를 내린 국민건강보험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위력을 발휘했다고 본다. 한국은 대만과 더불어 통합 방식의 전국민건강보험을 실시하고 전 세계 ‘유이한’ 국가다.

영국과 유럽 다수 국가에서는 국가보건서비스(NHS)와 같은 국영 내지는 공영 위주의 의료체계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다. 그 반대로 미국은 여러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민간의료보험의 대표적 국가이다. 이번에 드러난 것은 공공의료나 민간의료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얼마나 그 사회가 의료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

우리나라는 병원이 민간 위주로 되어 있고 공공병원과 보건소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보다 더 낮다. 하지만 전 국민을 하나로 묶는 건강보험 체계가 있었기에 병원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고 평소 병원들도 이에 익숙해져 있었다.

대만에서는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초기 마스크 대란이 잠시 있었지만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이는 전적으로 마스크 사기 자제 등 국민의 협조가 뒷받침되기는 했지만 누가 언제 마스크를 샀는지 전국 약국에서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건강보험체계가 작동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건강보험 경험을 우리와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있는 대만에서 먼저 이 방식을 적용했다.

케이방역의 성공으로 우리 사회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잘 누리지 못하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구성원들이 사회적 안정감을 지니고 상호 신뢰를 하게끔 한다. 이는 사회를 사회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길을 끝까지 간 것은 아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 배려하고 질서를 지키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으면 우리는 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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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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