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피해 기업 금융을 지원할 때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금지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민주노총이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22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국민의 '근로의 권리'를 명시한 헌법 32조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보장은 국가가 외면할 수 없는 의무"라며 "코로나19 경제위기에 비정규직 노동자를 희생양으로 삼을 목적이 아니라면 정부와 국회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유지제도를 긴급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비정규직 노동자가 해고되고 있음에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유지와 생존권 보장을 위한 특단의 대책은 없었다"며 "이는 위기 시 기업 매출이 감소하면 비정규직 노동자부터 해고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고용유지를 위한 '대정부·대국회 요구안'을 발표했다. 요구안에는 코로나19 금융 지원을 받는 기업에 △비정규직 포함 모든 노동자 해고 금지 및 노동조건 저하 금지 △고용불안 해소, 코로나19 감염 예방 조치 등을 위해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와의 단체교섭 등의 조건을 부여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용 유지와 기업 금융 지원 연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무용지물일 수도
정부가 고용 유지와 기업 금융 지원의 연계 논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민주노총이 간접고용 노동자에 대한 해고 금지 조치를 강조한 것은 이들의 특수한 고용 상황 때문이다.
파견업체, 용역업체 등에서 일하는 청소, 경비 등 간접고용 노동자와 원청업체 사이에는 법적 고용관계가 없다. 형식상 원청업체는 간접고용 노동자가 소속된 업체로부터 서비스나 인력을 제공받는다는 계약을 맺고 있을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별도 조치가 없다면, 원청업체가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금융 지원을 받아도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은 위협받는다. 원청업체가 파견·용역업체와의 계약 변경을 통해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를 줄이거나 파견·용역업체와의 계약을 끊는 것은 법적으로 사업자 간의 일이지 해고가 아니기 때문이다.
셔틀버스 기사, 방과후학교 강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는 업체의 지휘·감독을 받지만 법적으로는 개인 사업자다. 회사가 특수고용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 역시 법적으로 사업자 간 계약 해지라는 뜻이다. 법원에서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지만, 모든 특수고용 노동자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에도 별도 보완이 없다면 고용 유지와 기업 금융 지원은 연계되기 어렵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의 코로나19 금융 지원을 받는 기업은 파견·용역 노동자의 고용 유지도 책임진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며 "고용보험 가입률도 40.2%에 불과해 고용이 무너지면 삶이 무너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위와 같은 문제를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논의하자고 정부에 제안했다. 현재 정부, 경총, 민주노총 사이에는 코로나19 경제대책을 위한 '원포인트 노사정 협의'를 갖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지금 당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와 경영계와 노동계가 사회적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며 "경제주체들이 책임 있게 임해서 반드시 이 위기를 넘길 수 있는 지혜와 대안을 만들어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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