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호랑이 등에 올라 탔다

180석 '공룡 여당' 등장…이해찬 "정신 바짝 차려야"

15일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80석을 쓸어담았다. 전체 300석 의석 가운데 5분의 3을 단독으로 독식한 '공룡 여당'은 개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입법 활동에 제약이 없다.

민주당은 지역구에서만 163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비례대표 선거를 담당한 시민당은 33.35% 득표율로 17석을 얻었다. 180석은 단독으로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도 가능해 민주당에 국회선진화법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정부여당에 강한 입법권을 부여함으로써 문재인 정부 전반기에 미진했던 입법 과제들을 후반기에 확실하게 매조지하라는 민심이 담겼다는 평가다. 민심의 절대적 위임을 받아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세인 민주당은 '겸손'과 '책임감'을 강조했다.

이해찬 대표는 16일 오전 회의에서 "21대 국회는 이전과 전혀 다른 국회, 일하는 국회, 국회다운 국회, 국민을 통합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그 책임이 온전히 민주당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마음속에 새긴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지금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라며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더욱 겸손한 자세로 민심을 살피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각별하게 조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무겁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기억하며 늘 겸손한 자세로 품격과 신뢰의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지역구에서 84석을 얻는 데 그쳤다.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투표에서 33.84%를 얻어 확보한 19석을 합하면 총 103석이다. 개헌 저지선을 간신히 지켜낸 것으로 만족해야 할 처지다. 변화와 혁신이 당면 과제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자리를 물러나며 "정부여당을 견제할 작은 힘이나마 남겨주셨다"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통합당의 변화가 모자랐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총선에 담긴 민의를 해석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옳지 않은 길로 가고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이 이 정부를 도우라고 하는 만큼 야당도 그 길을 따르겠다"고 말해 대여 투쟁 일변도의 기존 관성에서 벗어날 것을 통합당에 주문했다.

거대 양당이 300석 가운데 283석을 휩쓸어간 탓에 유의미한 제3세력도 소수정당도 설자리를 잃었다.

지역구 5석을 차지한 무소속 후보들 역시 조만간 양당으로 흡수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통합당 탈당파인 홍준표, 김태호, 윤상현, 권성동 후보, 선거운동 기간 내내 민주당 복당을 선언한 이용호 후보가 그들이다.

양당을 제외한 정당 소속 지역구 당선자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유일했다. 정의당은 20대 총선 때 얻었던 7.23%보다 높아진 9.67%의 정당 득표율을 보였으나 비례대표 몫은 5석을 배정받는 데 그쳤다. 이번 총선에서 총 6석을 얻은 정의당은 20대 총선(지역구 2석, 비례대표 4석)에 비해서도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심상정 대표는 "국민 열 분 중 한 분이 정의당을 선택해줬다. 지난 대선보다 많은 267만 명의 시민들이 정의당을 지지해주셨다"며 "과거세력 퇴출이라는 민심의 태풍 한가운데에서도 정의당을 지켜주신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다만 심 대표는 "정의당은 10%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얻었음에도, 여전히 300석 중 2%에 해당하는 의석만 갖게 됐다"고 말해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취지를 틀어막은 양당의 행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20대 총선 때 26.74%로 정당투표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6.79%로 위축돼 3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받았다. 38석의 힘을 바탕으로 20대 국회 초반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했던 국민의당은 사실상 이름만 남은 정당으로 쪼그라들었다.

이 밖에 범여권의 또 다른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도 5.42%의 정당득표율로 비례대표 3석을 챙겼다. 열린민주당의 사례는 총선을 코앞에 두고 '떳다방' 창당을 해도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 참여할 수 있다는, 또 다른 나쁜 선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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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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